“흩어지면 죽는다” 기지로 선원 9명 살려 _베타 물고기를 위한 수족관 히터_krvip

“흩어지면 죽는다” 기지로 선원 9명 살려 _인스타그램 팔로잉으로 돈 벌기_krvip

망망대해서 어선 화재.침몰 순간에도 '침착' "흩어지면 모두 죽는다. 허둥대는 사람은 먼저 죽는다. 나를 믿고 나만 따르라" 한밤중 망망대해에서 화마로 어선을 잃었지만 선원 9명을 생명을 살려낸 미성호 선장 고성호(45.제주시 한림읍)씨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져 귀감이 되고 있다. 서귀포 선적 22t급 갈치연승어선 미성호는 지난 13일 자정께 서귀포시 표선면 남동쪽 33㎞ 해상에서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는 기상예보를 접한 뒤 조업을 포기하고 3∼4m의 높은 파도를 뚫고 귀항을 시작했다. 그러나 10여분 뒤 갑자기 당직을 서던 선원 이인(45)씨가 선장에게 기관실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고 선장은 즉시 잠자고 있는 선원들을 깨우도록 지시한 뒤 기관실로 내려가다 발길을 돌려 무전기를 잡고 "불이야"라는 한마디만 외치고는 무전기를 그대로 놓아두고 다시 기관실로 내려가 화재 진압을 시도했다. 기관실 화재는 다행히 2∼3분만에 꺼졌으나 이미 불은 밖으로 번져 연기통 주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인 FRP부분이 타오르고 있었다. 소화기를 다 써버린 선장은 순간적으로 배를 버려야한다고 생각하고 갑판으로 나가보니 선원 8명은 이미 각자의 몸에 주낙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바다에 띄우는 스티로폼 부표를 적게는 2∼3개씩, 많게는 5∼6개씩 묶고 바다로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선장의 기지는 이 때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선장은 선원들에게 "흩어지면 모두 죽는다. 바닷물이 차가워 오래 버틸 수 없다. 만약 죽더라도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각자의 몸에 묶고 있던 부표를 모두 풀라고 명령했다. 선장은 이어 닻줄을 최대한 흘리게 한 뒤 부표 30여개를 모두 모아 닻줄 끝부분에 묶도록 하고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는 절대로 바다로 뛰어 내리지 못하게 했다. 선장은 불이 선수를 거의 다 집어삼켜 몇몇 선원들이 화상을 입을 때까지 5∼10분 가량이라도 더 배 위에서 버티도록 했고 최후의 순간에 닻줄을 끊고 뛰어 내리도록 명령했다. 고 선장은 이어 선원들이 가능한 물을 먹지 않도록 파도를 머리 뒤쪽에서 맞도록 하고 저체온증이 올 것에 대비해 몸을 최대한 웅크리도록 지시했으며 수영을 하지 못하는 선원들을 계속 격려하며 부표를 꼭 잡도록 하는 한편 미리 구조순서까지 정해줬다. 이 과정에서 선원 김병주(42.서귀포시)씨가 주낙 표시등인 섬광등 3개를 갖고 뛰어내렸으며 그 가운데 2개는 잃어버리고 부표에 묶어 둔 섬광등이 남아 구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선장은 구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원들에게는 "무전연락이 안됐다. 그러니 모두 죽었다고 봐야 한다"고 거짓말을 하며 선원들이 인내심을 갖고 침착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유도했고 선원들은 실제로 긴박한 상황속에서 농담을 건내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미성호와 10㎞ 가량 떨어져 있던 선단선 308남진호 선장 강충남(43)씨가 고 선장의 날린 짤막한 무전을 알아 듣고 구조에 나서 이들은 모두 바다에 떨어진지 1시간 40여분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고 선장은 지난 87년부터 2001년 감척할 때까지 직접 어선을 운영했으며 이후 다른 선주의 어선을 타며 20여년간 선장으로 생활해왔다. 이번에도 출항 6일만에 2천500㎏ 가량의 갈치를 잡아 좋은 어획량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 선장은 "추운 겨울에는 저체온증이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몇몇 선원들이 화상을 입었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선원들을 가로막고 바다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라며 "선원 모두가 살려고 하니까 선장의 말을 잘 따라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도 생각을 못했지만 병주씨가 섬광등을 갖고 뛰어내려 위치를 제대로 알렸기 때문에 빨리 구조될 수 있었다"며 "어떤 선원도 선장의 말을 거역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잘 따라 줬기 때문에 모두 살아올 수 있었던 것"고 선원들을 칭찬했다. 마지막까지 선장과 함께 있다 구조된 진손덕(58)씨는 "선원 6명이 먼저 구조된 뒤 파도 때문에 배가 멀어지자 이제는 죽었구나하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선장이 끝까지 안심을 시켜줬고 결국 20여분 뒤 모두 구조됐다"며 "배위에 올라가서 선장을 끌어앉고 이제는 살았다며 울고 말았다"고 말했다. 현재 구조된 선원 가운데 화상을 입은 진씨 등 4명만 서귀포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고 나머지 선원들은 모두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