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CGV의 독립영화 투자, 약일까 독일까?_긴급한 돈을 벌기 위한 영혼의 기도_krvip

극장 CGV의 독립영화 투자, 약일까 독일까?_웃는 눈으로_krvip


2억원의 제작비로 만든 다양성영화 '한공주'(감독 이수진)가 지난 주말 관객 20만 명을 넘어섰다. 흥행 기준이 만 명 정도인 다양성영화로는 대단한 흥행세다. 역대 다양성영화 최고흥행작인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감독 장철수)이 가지고 있던 16만 관객 기록도 단숨에 넘어섰다. 국제영화제 9곳에서 상을 받는 등 작품성도 인정 받고있다.

[※다양성 영화 :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 예술성과 작품성을 갖췄다고 인정한 영화. 독립영화,저예산영화, 예술영화로도 불린다.]
 

2004년 일어났던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한공주'는 의외로 국내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극장 체인 CJ CGV(이하 CGV)가 배급사다. 더 정확히는 CGV의 한 부서인 CGV 무비꼴라쥬팀이 배급을 맡고 있다. CGV 무비꼴라쥬팀은 다양성영화만을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전용관 'CGV 무비꼴라쥬'를 관리,운영하는 부서다.

'한공주'는 다양성영화지만 CGV 무비꼴라쥬 전용관(전국 19곳) 뿐만 아니라 일반 상영관에서도 상영된다. 현재 '한공주'는 'CGV 무비꼴라쥬' 전용관 외에 전국 CGV 200여 개 스크린에서도 상영중이다. 예전 '지슬'(감독 오멸)이나 '잉투기'(감독 엄태화)처럼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다양성영화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최대 90개의 일반관으로 상영관을 확대한 경우는 있지만 개봉과 동시에 200개 가까운 상영관(181개)에서 일제히 개봉하는 경우는 분명 이례적이다.
 


지난 3월 개봉해 전국 관객 160만 명을 기록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감독 이한)은 아예 CGV 무비꼴라쥬가 투자와 배급을 모두 맡은 경우다. '우아한 거짓말' 역시 극장 CGV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무려 555곳의 스크린에서 상영이 됐다.

'우아한 거짓말'은 30억 원의 제작비(순 제작비 20억 원)가 투입돼 모두 117억 원을 벌어들였다. 통상 한국 영화의 경우 수익을 극장과 배급사가 반반씩 나눠 갖는 점을 감안하면 CGV의 수익률은 다른 영화들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CJ의 기존 영화 제작 투자사인 CJ E&M을 놔두고 극장 체인인 CGV까지 영화 제작과 투자, 배급에 나서면서 대기업의 독과점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CJ E&M이 제작,투자,배급을 맡은 영화들을 극장 CGV가 많이,오래 상영해주며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CGV가 이번엔 아예 상영할 영화들을 직접 투자,배급, 상영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CJ 그룹에 CJ E&M이라는 투자 제작사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CGV라는 극장이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영화로 나오는 모든 수익을 다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심한 상태에서 CGV가 저렇게 영역을 확장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CGV 측은 한국의 영화의 다양성 확대에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여해보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단지 상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요 투자 배급사로부터 거절당해 제작 자체가 어려웠던 작품들을 관객과 만나게 해주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라는 것이다.

CGV 관계자는 "주로 상업성이 약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독립영화 감독이나 제작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 '우아한 거짓말'은 메이저 제작 투자사로부터 거절당해 영화가 만들어지기 어려웠지만 CGV가 살려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극장이 나서서 영화를 제작, 투자하고 배급, 상영까지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특정 영화를 밀어줄 수밖에 없고 이는 일종의 특혜나 독점을 낳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상영되고 있는 '한공주'의 경우 CGV의 상영 스크린수가 다른 극장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우아한 거짓말'과 '한공주'를 과연 다양성영화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 영화 평론가는 "최대 5백 개의 일반 상영관을 확보하며 상영한다면 흥행을 염두에 둔 상업영화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공주'와 '우아한 거짓말' 모두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공식 통계에는 '상업 영화'로 분류돼 있다.

물론 한국영화의 제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한 독립영화제작배급사 관계자는 "저예산 영화 감독이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제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영화 감독은 "아무리 대기업이라고는 하지만 한푼의 제작 투자 비용이라도 아쉬운 현장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라는 뜻도 밝혔다.

극장 업체인 CGV가 영화 제작과 투자 산업에 뛰어들면서 한국 영화 산업계에 변화가 불가피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