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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이 만들어낸 신조어..황룡·청룡만 보여 2012년 임진년은 용띠 해다. 임진(壬辰)에서 진(辰)이라는 말이 바로 12개 띠 동물 중에서도 용(龍)을 뜻하기 때문이다. 한데 이런 용띠 해 중에서도 올해 임진년을 '흑룡의 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임진년을 이렇게 부를까? 띠동물 민속전문가인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임진년의 '임'(壬)자를 이렇게 해석한 데서 비롯된 현상으로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12지(支) 중 '壬'은 방향으로는 북쪽이며, 계절로는 겨울, 동양의 오행설에 따르면 물(水)이고, 색깔로는 검은색(玄 또는 黑)에 해당돼 임진년을 '흑룡의 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천 관장은 "이런 해석에 따른다면 60갑자 중 5번 오는 용띠 해 중 나머지 해인 갑진년(甲辰年)은 청룡(靑龍), 병진년(丙辰年)은 적룡(赤龍), 무진년(戊辰年)은 황룡, 경진년(庚辰年)은 백룡의 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임진년을 '흑룡의 해'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역사적 근거가 있을까? 천 관장의 대답은 간단하다. "상술이 만들어낸 말이며, 이런 개념이 생긴 것은 아주 최근"이라는 것이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근 30년째 한문고전 번역에 종사하는 박헌순 수석연구위원은 "자세히 조사해 봐야겠지만, 흑룡이라는 말 자체를 한문고전에서는 본 적이 없다"면서 "용이 시꺼멓다면 그게 흉하지 길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음양오행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전통 천문우주론을 전공하는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또한 "용 중에서 흑룡이 있다는 말을 나는 최근에야 알게 됐다"면서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흑룡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통시대 용은 색깔이 없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용의 몸통 색깔을 묘사하는 말로 가장 자주 보이는 말이 바로 청룡(靑龍)과 황룡(黃龍)이다. 이 중 푸른색을 띠는 청룡은 계절로는 봄, 방향으로는 동쪽을 의미해 대체로 그 반대편 백호(白虎)와는 짝을 이루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 모티브는 이미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더러 보이며, 실상 중국에서는 그 이전 한(漢)나라 시대에 등장한다. 반면, 누른빛이 도는 황룡은 중국의 전설시대 제왕 중에서도 중앙을 관장하는 황제(黃帝)를 묘사할 때 자주 보인다. 이 황제는 나중에 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며, 이때 그가 탄 용이 바로 황룡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전설에서 비롯되어 황룡은 흔히 신선(神仙)이 타는 동물로 자주 등장한다. 고구려 광개토왕비문을 보면 고구려 건국시조 추모왕의 죽음을 바로 황룡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것으로 묘사한 것이 단적인 예다. 천진기 관장은 "임진년을 '흑룡의 해'로 보아 국운 융성과 같은 기원을 담고자 하는 바람은 이해할 수 있지만, 누군가 얄팍한 상술로 만들어낸 말에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