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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폭력 사태의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습니다.

정부는 명백한 불법, 폭력 시위라며 책임자를 엄벌하겠다는 입장이고, 시위대는 경찰이 과잉 진압을 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정부와 시위대의 입장 차 만큼이나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먼저, 최근 집회 과정에서 빚어진 폭력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박현진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질문>
박 기자! 우선 집회 전개 과정부터 돌이켜 볼까요?

<답변>
네. 이번 집회는 민주노총 등 53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초반엔 비교적 평화적으로 진행됐는데요.

이후 시내 곳곳에 분산돼 있던 시위대가 모여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을 시도하면서 경찰과의 충돌이 빚어졌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각각 사전 집회를 마치고 속속 서울시청 앞 광장에 집결합니다.

참가인원은 주최 측 추산으로는 13만 명, 경찰 추산 6만 8천명에 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후 집회 허가가 나지 않는 광화문 쪽으로 향했고 이때부터 충돌이 시작됐습니다.

경찰은 미리 차벽을 설치했고, 시위대가 차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밧줄로 경찰 버스를 묶어 끌어당기자 물대포 등을 쏘며 시위대의 진입을 저지했습니다.

밤늦게까지 계속된 대치 속에, 물대포에 맞은 농민 한 명이 중태에 빠졌고 경찰도 경찰관 1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SBS 8뉴스(11.15/앵커) : "60대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서 위중한 상태입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11.15/기자) : "경찰관 100여 명이 다쳤고 버스는 50대가 파손됐습니다."

집회가 끝난 뒤 정부는 시위대가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경찰에 폭력을 행사했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녹취> 김현웅(법무부장관) : "정부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불법 집단행동이나 폭력 행위에 대하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입니다."

반면 집회 주최 측 등은 경찰이 과잉 진압을 했다며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농민단체 관계자 : "이번 사건에 대해 국민 앞에 백배 사죄하고 경찰청장을 파면하고 해당 경찰관들을 고발해야 한다."

<질문>
네, 그렇다면 언론은 이 사안을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볼까요.

기본적으로 시각차가 컸죠?

<답변>
네, 일부 언론은 시위대의 폭력성에 주로 초점을 맞춘 반면, 다른 일부 언론은 경찰의 과잉 진압에 주목했습니다.

지난 16일, 신문들은 주말 집회 내용을 주요 기사로 다뤘습니다.

그러나 시위대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차이가 났습니다.

<자료 녹취> 조선(11.16. 1면) : "대한민국 심장부 ‘무법천지 7시간’"

<자료 녹취> 동아(11.16. 1면) : "쇠파이프-벽돌 폭력시위…무법천지 된 광화문, 서울 도심이 또 폭력시위에 점령당했다."

조선과 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은 1면 제목에서 도심이 무법천지가 됐다며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했습니다.

다른 면에서도 시위대가 쇠파이프로 경찰 버스를 부수는 등 공권력을 조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1면에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시위대의 농민 소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자료 녹취> 한겨레(11.16. 1면) : "경찰, 쓰러진 농민에 계속 물대포 직사...혼수상태"

<자료 녹취> 경향(11.16. 8면) : "물대포 맞은 68세 쓰러졌는데도...경찰, 15초간 계속 ‘조준 발사’"

이어 경찰의 사전 차벽 설치 등을 언급하며 대응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에서도 시각차가 드러납니다.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농민과 관련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부상 당시의 상황과 피해 농민의 상태를 주로 전했지만, 조선일보는 그가 과거 운동권 출신으로 복역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자료 녹취> 조선(11.17. 2면) :"학생 운동을 주도하다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구속돼 3년간 복역했다. 이 무렵 세 번째로 제적됐고 결국 중앙대를 졸업하지 못했다고 한다."

언론사별 시각차는 지면에 실린 사진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한 쪽에선 시위 참가자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모습과 부서진 경찰 버스 등의 사진으로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한 반면, 다른 한 편에선 물대포를 맞는 시위대의 모습과 쓰러진 농민의 사진을 크게 실어서 경찰 대응의 문제점을 부각했습니다.

실제로 미디어인사이드가 집회 이후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6개 일간지의 집회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시위대의 불법과 폭력성에 주목한 기사가 80%를 넘은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경찰의 과잉 진압 관련 기사가 80% 안팎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민기(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보도를 통해서 싸움을 어떻게 보면 더 붙이고, 더 갈등을 조장하는 그런 보도를 하고 있어요. 한쪽의 입장에서 강변을 하고 한쪽의 입장에서 비판을 하고 이렇게 되다보니까 점점 이게 갈등이 확산일로로 가고 계속 평행선만 그리게 되고 불통의 현장이 돼 버려요."

지상파 방송뉴스의 경우는 폭력 사태가 빚어진 현장 상황에 주목하면서, 정부와 시위대의 주장을 각각 전달했습니다

다만 집회 당일 대학 논술 수험생들의 불편 여부를 놓고는 엇갈린 분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KBS 9시뉴스(11.14/앵커) : "대규모 집회로 시내 교통이 마비되는 바람에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까지 생기고 말았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11.14/기자) : "수험생 교통 대란이 우려됐었지만 도심 집회와는 장소와 시간이 많이 겹치지 않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네. 박 기자! 논조 차이와는 별개로요.

이번 폭력 사태를 둘러싸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표현이나 기사 내용도 적지 않았죠?

<답변>
네. 충돌이 빚어진 배경과 해결 방안에 대한 진지한 접근보다는 폭력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집중함으로써, 다소 무리해 보이는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한 시위 참가자가 불이 붙은 신문지를 경찰 버스에 넣으려 하는 모습입니다.

이 사진을 1면에 실은 조선일보는 이를 ‘폭파’ 시도라고 표현했습니다.

반면 다른 언론은 ‘방화’로 기술했습니다.

똑같은 상황이지만 표현한 단어는 차이가 났습니다.

일부 언론은 또 시위대에 대해 ‘무법천지’ ‘선동꾼’ 이라고 표현했고 또 다른 언론은 경찰의 진압에 대해 ‘살인적 진압’, 시위 현장을 ‘전쟁터’라고 표현하는 등, 과격하고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일부 종편 출연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을 전문 시위꾼이나 폭도로 칭하기도 하고...

<녹취> TV 조선(11.14 뉴스토요특급) : "제가 보기에는 전문 시위꾼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4655) 일반적인 시민들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5915) 저 정도 되면 폭도 수준이 되는 거거든요."

치안 유지를 위해 군부대를 동원하는 위수령 발동을 거론하기까지 했습니다.

<녹취> 채널A(11.14 뉴스스테이션) : "(시위대가) 청와대까지 갔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건 딱 한가지 밖에 없다. 위수령 발동입니다. / 황 의원님 이건 너무 나가신거...방송에서..."

<질문>
네...집회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을 빚고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되고 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데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언론도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답변>
네. 갈등이 심화되고 충돌이 격해질수록 언론은 보다 냉정한 자세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갈등을 부추기기 보다는 공정한 보도로 시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도와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KBS 뉴스9 (4.18.) :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에서 광화문으로 향했고, 경찰은 차벽으로 막아섰습니다."

지난 4월에 열린 세월호 1주기 추모 행사 당시의 상황입니다.

이번 민중 집회 때의 충돌 과정과 비슷합니다.

언론 보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쪽에선 집회의 폭력성을 강조하고, 또 다른 한 편에선 경찰이 사태 악화를 부추겼다고 주장합니다.

<자료 녹취> 중앙(4.20) : "10면 태극기 태우고, 경찰 폭행... 폭력 시위에 외부 세력 개입"

<자료 녹취> 한겨레(4.20) : "5면 추모행진 원천 봉쇄로 자극...집회자 폭력성 부각 노렸나"

이처럼 대규모 집회에서 충돌이 빚어질 때마다 언론이 어느 한 편에 서서 상대에게 폭력의 책임을 묻는 보도가 관행처럼 되풀이되면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단지 한 부분의 상황들을 보고 이게 합법이다 불법이다 이렇게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판단을 할 순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언론은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정보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수집을 하고 그것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또 폭력사태의 책임을 따지는 것에 못지않게 집회의 목적과 내용,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 등 본질적인 내용도 균형 있게 보도함으로써 사회 통합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최영재(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이런 보도에서 공정성이라는 것은 결국은 폭력 사태가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고 그런 갈등이 서로 어떤 대화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도록 언론이 도움을 주는 그런 보도라고 말할 수가 있겠죠."

다음달 5일, 정부의 노동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에 반대하는 대규모 2차 집회가 예고되면서 정부와 시위대 간 갈등이 또 한 차례의 폭력 사태로 번지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는 물론 시위에서 나타나는 현상만이 아니라 시위의 본질적 내용도 균형 있게 보도해 ‘갈등 해소’와 ‘국민 통합’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