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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노인수발보험' 혹은 '노인요양보험'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치매나 중풍 등 노령으로 인한 질병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할 수 없는 노인들을 건강보험 가입자인 전 국민이 보험료를 내 보살핀다는 제도입니다. 정부는 이 제도를 2년 뒤인 오는 2008년 7월부터 시행하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돈을 내야 할 국민 대다수는 이러한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고 제도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한 상탭니다. <리포트> 올해 70살인 김옥동 씨는 오늘도 얼굴을 씻겨달라는 병든 아내를 부축해 욕실로 갑니다. 고혈압을 앓던 아내는 7년 전 결국 중풍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수발해온 김씨,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강했던 노모마저 치매에 걸렸습니다. <인터뷰>김옥동(70살, 경기도 수원시) : "7년 동안 수발을 해왔는데, 어머니까지 치매가 너무 심해서, 지금은 내 건강도 좋질 않고 그래서 수발하는 사람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침대에서 거의 식물인간처럼 살고 있는 68살 허복남 씨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처지입니다. 6년 전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후유증 때문입니다. 피붙이도 없어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수발도움이와 사촌언니의 보살핌으로 어렵사리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안귀열(75세, 경기도 수원시) : "그리로(요양시설)로 보내려고 생각을 해 봤는데, 내가 저걸 6년 동안 데리고 있어보니까, 저걸 보내고 내가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아요. 마음 아파서.." 고령인데다 병까지 얻었지만 제대로 돌봐줄 가족이 없는 이들은 무엇보다 국가와 사회의 보살핌이 절실합니다. <자료화면> 보건복지부 공익광고 : "치매.중풍 노인, 아무도 돌볼 수 없다면 대한민국이 돌봐야 합니다." 정부는 이렇게 지난해 7월부터 전국 6개 시.군.구에서 노인수발보험 제도를 1차로 시범 시행한데 이어 올해 7월부터 8군데로 확대해 2차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노인수발보험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사회보험형태로 돈을 걷어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65살 이상의 노인들과 64살 이하의 노인성 질환자들에게 수발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정부법안의 골자입니다. 이 제도는 지난 2002년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당초 실시 시기가 대통령 임기 내인 내년 7월이었으나, 시설과 인력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실시시기를 2008년 7월로 1년 미뤘습니다. <녹취>대통령 신년연설 : "특히 가족들의 힘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치매.중풍노인과 중증장애인들은 국가가 책임지고 돌봐 드리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가 돌봐준다지만 결국 보험료는 국민들이 내야하고 그것도 수발사업에 필요한 재정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야 합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약 2-30%, 이용자 본인부담액도 20%나 됩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아는 국민들은 별로 없습니다. <인터뷰>이정노(경기도 성남시 분당) : "(노인수발보험 들어보셨나요?)처음 들어봤는데...못 들어봤는데요" <인터뷰>박용주(서울 상도2동) : "들어 본 것 같애요. (어떤 제도란 걸 아세요?) 잘 모르죠" <인터뷰>백만구(서울 종암동) : "그런 건 들어본 적 없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에 나가 지나가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습니다. 115명 가운데 알고 있다 21명, 모른다 94명. 아는 사람이 열 명 가운데 두 명이 채 안됩니다. 1년 전에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27,8% 정도, 열 명 가운데 세 명 가까이가 알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러나 노인수발보험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사람들은 95%나 된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발표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른 채 제도 도입 취지에 찬성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백만구(서울 종암동) : "그런 제도가 잘만 된다면 돈 조금씩 보조하는 거야 크게 문제되는 것 없지요" <인터뷰>우창희(경기도 수원시) : "만약에 찬성.반대 여부를 지금 물어보시는 거라면 저는 반대쪽으로 하고 싶어요." 거리조사에서도 117명 가운데 찬성 77명, 반대 21명, 잘 모르겠다가 19명으로 반대와 유보 의견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 조사와는 좀 다른 결과입니다. <인터뷰>차흥복(한림대교수/전 보건복지부 장관) : "이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치적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합의, 국민적 동의를 거치게 되기를 바랍니다. 만약 국민들이 모두 동의를 하지 않으면 못하는 거죠. 그리고 미룰 수밖에 없는 거고. 훨씬 뒤에로 가야하는데 저는 이렇게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해서 이 제도를 미루게 되면 당면한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정부의 안대로라면, 국민들이 매달 내게 되는 노인수발보험료는 얼마나 될까? <인터뷰>장재혁(보건복지부 노인요양제도팀장) : "2008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액의 4.6%, 2010년이 되면 7.2% 수준으로 예상하고요, 한 달 건강보험료를 10만원 내면 2008년에는 4천6백 원 정도 수발 보험료를 내겠고, 2010년에는 7천2백 원 정도 부과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수발이 필요한 노인 숫자가 늘거나 수발대상에 장애인이 포함될 경우에 보험료는 당연히 많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정부 법안과는 달리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과 안명옥 의원, 그리고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급여대상에 장애인을 포함하도록 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원조달을 과연 전 국민이 보험료를 내는 사회보험으로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거셉니다. 정부가 수혜대상으로 산정한 노인숫자는 오는 2008년에는 8만5천명으로 전체 노인인구의 1.7%, 2010년에는 16만6천명, 전체 노인의 3.3%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태현(경실련 사회정책국장) : "국민들이 보험료를 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급여대상에 적용되는 인구는 전체노인 인구의 5%도 안 되는 최 중증의 급여 대상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료는 전 국민이 내면서도 사실상 대상자가 적어서 국민 불신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인터뷰>주부 4명 : "아무 보장 없이는 안 되잖아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혜택을 못 받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죠." "저도요, 혜택 안 본다면 안내겠어요." <인터뷰>최혜지(서울여대 교수) : "재미있는 것은 2010년에 노인요양서비스 필요자는 65만 명으로 추계를 해보면, 그중 서비스 받게 되는 17만 명은 25%만이 급여를 받게 된다는 거죠. 굉장히 급여의 대상자가 제한이 되어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나도 언제든지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결국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 48만 여 노인의 가족은 노인수발보험료와 노인수발의 이중부담을 떠안게 되는 셈입니다. 노인수발보험제도 시범사업 시설로 지정된 곳을 찾아갔습니다. 수원시가 지난 2004년에 문을 열고 한 종교재단이 전액 국고지원을 받아 위탁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치매와 중풍, 노인성 만성질환 등으로 고통 받는 109명의 노인들이 거주하면서 식사와 간호, 목욕 등 각종 수발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시범사업 기간 1년 동안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시한 수가를 적용한 결과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인터뷰>김영기(수원시립 노인전문 요양원 원장) : "그런데 그 어르신들의 수가는 평균적으로 108만 원 정도, 근데 우리 어르신들을 한 달간 모시는 비용은 실질적으로 120-30 만 원쯤. 그렇기 때문에 비교하면 그 갭이 상당히 있어서 운영비를 수가로 한다면 할 수가 없죠. 실질적으로." 노인수발보험의 수가가 낮다는 얘기지만 수가를 높이면 결국 국민부담인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설과 인력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정형선(연세대 교수) : "시기적으로는 아직은 돈을 조달하는 단계의 제도 구획을 하기에는 너무 기본적인 인프라가 안 됐다는 것이 대부분의 학자와 정부 스스로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시설확충을 위해 10개년 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고 최근 3년간은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2차 시범사업이 시작된 8개 지역 가운데 부산북구나 광주 남구 같은 대도시의 경우 이미 시설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인수발보험 관리운영 주체 문제도 논란이 되는 부분입니다. 정부 법안에는 건강보험공단이 이 제도의 관리운영 주체로 돼 있지만 각 당에서 제출한 법안을 보면 건강보험공단 혹은 시.군.구로 1원화 하자는 의견과 각각에게 역할을 부여해 2원화하자는 의견으로 갈립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노인수발 제도를 시행착오 없이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시행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인터뷰>김춘진(국회 상임위원회 보건복지위원) : "정부는 이 법을 이번 정기국회에 통과시켜 2008년부터 시행할 계획. 그러나 이 법안에는 합의되지 못한 다양한 쟁점들이 있습니다. 시간 정하지 말고 충분하게 논의해서 과거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제도 도입 때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이번엔 이런 시행착오 없애야만 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노인수발보험은 고령화 사회의 노인문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시험대입니다. 이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은 법안을 심의, 의결하는 국회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