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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에는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

개강을 맞이한 성균관대학교 중앙대자보판에 사회과학대·예술대·문과대 등 연대 성명이 붙었습니다. 2009년 이후 공석인 성균관대 총여학생회(총여)를 되살리자는 취지였습니다. 「성균관대에는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는 제목의 성명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215명이 서명했습니다.

성균관대 학생들로 구성된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는 12일(어제)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10년 만에 총여학생회장 입후보 희망자가 등장했으니 총학생회칙에 따라 총여학생회 선출 선거를 이행하라고 학생대표자회의에 요구했습니다.


"학생 사회에서 여학생 자치기구는 여전히 유효"

문과대 여학생위원회 소속 양승연 씨는 대학에 인권센터가 설립된 상황에서도 별도의 여학생 자치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양 씨는 기자회견에서 "인권센터 역시 명확한 '증거'의 제출을 피해자에게 요구하는데 그친다"며 "피해자 중심주의가 바탕이 되는 여성주의적 사건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30년 역사 연대 총여 역사 속으로…학생 82% "재개편해야"

1988년 발족한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는 30년 만에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연세대 총여 논란은 지난 5월 총여가 작가 은하선 씨의 강연을 주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페미니스트 은 씨의 강연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강연장 앞에서 반대 시위를 열고 '총여 퇴진 및 재개편 추진단'을 꾸렸습니다. 급기야 지난 6월 총여의 운명을 둘러싼 학생 투표가 열렸습니다.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을 두고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82.24%, 반대 14.96%, 기권 2.8%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재적 학부생 가운데 55%가 투표에 참여했고 남학생의 93%, 여학생의 62%가 총여 재개편에 찬성했습니다.


"남성 '한남X'이라 비하해도 나몰라라…'총여'는 민주주의 원칙 어긋나"

연세대 2학년 남학생 A씨는 "나도 성폭력 피해를 입고 총여에 신고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은하선 강연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사진을 찍혔습니다. 사진을 찍은 여학생 B씨는 20여 명의 학생들이 있는 단체채팅방에 A씨 사진을 공유하며 '한남X'이라고 비하했습니다. A씨는 B씨를 고소했고 B씨는 모욕죄 혐의로 구약식 기소됐습니다.

A씨는 "총여에 신고했더니 '공론화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총여를 폐지하고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성폭행 상담과 피해자 구제는 모두 학내 인권센터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며 총여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총여학생회의 존재는 생물학적 여성에게만 1인 2표를 보장하는 제도"라며 "1인 1표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탈코'는 남자도 할 수 있어요"

중앙대학교 총여학생회는 2014년 폐지되고 이듬해 총학생회 산하 성평등위원회로 개편됐습니다. 이후 여성에 한정하지 않고 대학 내 소수자를 위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인권센터가 주최한 인권캠페인에서 '탈코르셋'을 체험하는 부스도 운영했습니다. '탈코르셋'은 화장과 꾸밈 노동에서 해방되자는 운동입니다.

성평등위원회 관계자 C씨는 "탈코르셋 부스에 여학생 뿐만 아니라 남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남학생은 "자신은 주부가 되고 싶은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며 이런 "시선의 '코르셋'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답니다. C씨는 가부장제에서의 억압에서 해방되는 것은 여성과 남성이 동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C씨는 성평등위원회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총여'의 존재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직선자 대표회의에서 위원회로 격하되면서 정책 집행권 등 소수자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반경이 좁아졌기 때문입니다. C씨는 "'총여'는 '여성'만을 위해 활동하지 않고 대학 내 소수자를 위해 연대하는 단체"라고 주장했습니다.


존폐 기로에 선 '총여'…"여성만 특혜를 받는 것인가?"

우리나라 최초의 총여는 1984년 서울대학교와 고려대에서 발족했습니다. 1999년에는 전국에 30여개 총여학생회와 10여개의 비대표체 및 연대체 여성 운동 단위가 활동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점차 줄어 2013년에는 서울시내 7개 대학에만 총여가 존재했습니다. 2018년 현재 장기간 공석으로 명맥만 유지하는 대학들(서울시립대·한양대 등)을 제외하면 서울시내 대학에서는 연세대학교 총여가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연대 총여 재개편과 함께 총여가 사라지려는 순간, "아직 총여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습니다. "왜 여성만 특혜를 받는가?" 총여 존폐를 둘러싼 대학가의 갈등은 사회의 여성주의 논쟁을 첨예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대학 내 여성주의 운동 연구 : 활동가들의 '위기' 경험 분석을 중심으로」, 한종태, 성공회대학교 실천여성학전공,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