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기대감 ‘뚝’…고위급 회담은?_태양 성_krvip

美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기대감 ‘뚝’…고위급 회담은?_내기하고 돈을 내라_krvip

"올 11월 미국 대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지난 22일 러시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근거는 코로나19입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11월 전까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종료되지 않을 것이 유력하다"라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출국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생명과 건강에 너무 큰 위험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와의 인터뷰를 실은 러시아 매체 NEW.RU 홈페이지
마체고라 대사는 "물론 북한은 조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응원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좋기 때문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미국의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북한의 시각이기 때문에 미국 대선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은 전망을 내놓는 것은 마체고라 대사뿐이 아닙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와 "미국 선거도 있고 아직 양측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후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연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최근 미국 당국자의 입장표명이나 북한의 대응을 보면 서로 관심이 없는 상황은 아니면서도 선뜻 결정은 못 하는 것 같다"며 "북한이 상당기간 전혀 호응을 안 해서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거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 사이의 대화가 모두 단절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정상회담이 아니더라도 고위급 회담 등의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어제(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교착 상태가 미국 대선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부분적으로 북미 사이의 대화가 미국 대선 전에 재개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지난 20일 베트남 주재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고위관리 화상 회의 모습. 아랫줄 맨 왼쪽이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미국 측도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습니다.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20일 베트남 주재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고위관리 화상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북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해야 하고 외교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미국의 입장과 별다를 것 없는 발언이지만 시선을 끄는 것은 스틸웰 차관보가 참석한 회의입니다. 스틸웰 차관보 등 회의 참석자들은 EAS회의 이후 바로 다음날인 2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고위관리 회의를 이어갔는데, 여기에 북한 대표인 리호준 주베트남 대사대리가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화상 회의와 다자 회의였지만 미국과 북한 고위 당국자가 한 화면에서 얼굴을 마주한 셈입니다.

올해 EAS와 ARF 의장국인 베트남은 9월 중순 ARF 외교장관 회의를 대면회의로 열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위관리 회의가 끝난 지 이틀 뒤, 팜 빙 밍 베트남 외교장관은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전화해 "9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하노이에서 대면회의 방식으로 개최되고 동 회의 계기 강 장관을 직접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ARF 외교장관 회의는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9월 중순으로 연기된 상태입니다. 이전처럼 대규모 대면 회의가 될지 화상 회의로 열릴지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습니다. 베트남의 의도대로 9월 중순 베트남에서 ARF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다면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북한의 외교 담당 장관급 인사들이 자연스레 한자리에 모일 수도 있습니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라는 점에서 미국 대선 전 북미 대화 개시의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