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라진 체온계·QR코드·칸막이…우린 코로나를 알고 있나?_다니엘 카신 온라인 스토어 브라질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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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코 위까지 잘 덮어쓰고 회사 로비에 들어섭니다. 입구에 설치된 체온계를 통과해야 입장할 수 있습니다. "띵동~! 정상체온입니다." 합격 판정을 받고 걸어 들어와 '향균 필름'이 붙어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릅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손 소독제를 짜서 바릅니다. 어제 확진자 2명이 나온 사무실에는 방역업체가 와서 대대적인 소독을 했습니다. 자가검사키트를 이용해 혹시 모를 감염 여부를 확인합니다.

2년 넘게 계속된, 아주 익숙한 생활패턴입니다. 그런데 변화의 조짐이 생겼습니다. 일상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곳곳에 설치됐던 방역 관련 물품들이 철거되기 시작했습니다. 변화 속도가 빨라질 조짐도 보입니다. '엔데믹'이 다가왔다는 반가운 신호이기도 하지만 짧지 않은 시간 우리 삶에 적용됐던 물건들에 대한 효과 분석은 꼭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체온계


회사 입구, 사무실 내부는 물론 마트와 도서관 등 공공시설, 골프장 등 체육시설, 식당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도입됐습니다. 손목형, 손바닥형, 안면인식형 등 형태도 다양했습니다. 일부 제품은 성능 논란도 있었습니다. 겨울철에 사람 체온을 섭씨 30도대 초반으로 인식한 체온계도 있었습니다. 더 큰 논란 지점은 체온계를 통해 코로나 19 의심 환자를 그동안 얼마나 판별해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코로나 발열 측정기에 담긴 개인정보를 감찰 정보로 활용했다는 보도도 최근 있었습니다.

■QR코드


2020년 6월부터 코로나 19 확진자 동선 추적을 위해 운영하다 지난달 전면 중단됐습니다. 역학 조사가 사실상 어려워진 시점에서도 운영을 강행했고, 방역 패스 도입 여부를 놓고는 법적 심판까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출입자 관리를 위해 대부분 자영업자가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단말기 등을 장만했지만, 지금은 처치 곤란인 상태입니다.

■투명 칸막이


대표적 설치공간이 식당입니다. 사무실 사이사이에도 칸막이를 만든 곳이 적지 않습니다. 방송사에서는 스튜디오에도 진행자와 출연자 사이에 투명 칸막이를 둔 지 오래입니다. 설치 비용도 문제이지만 코로나 19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비말로 주로 전파된다는 점, 실내 층고나 가구 배치, 환기 시스템 등에 따라 감염 환경이 다르다는 점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항균 필름


주로 엘리베이터에 설치됐습니다. '구리' 성분이 들어있어 코로나 19 바이러스 농도를 줄여주거나 없애준다는 효과 때문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이런 효과가 계속되는지 의문이 있는 데다 항균 필름이 시각 장애인들의 점자 인식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일부 학교 등에서는 필름을 제거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등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효과 검증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가검사키트


코로나 검사 방법 변화로 최근 많이 사용됐던 자가검사키트는 정확성 문제 때문에 논란이 됐습니다. 이 때문에 한 번에 2~3차례씩 검사를 해야 믿을 수 있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고 가계에 큰 비용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 때 1개에 3만 원 정도까지 치솟았던 자가검사키트는 현재 일부 온라인커뮤니티에서 2천 원 선까지 떨어지는 등 헐값 처분되고 있습니다.

■세금 들어간 방역물품들...사후 검증 필요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각종 방역물품을 서둘러 도입한 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기도 했지만, 이 병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체온계, 칸막이, QR코드 장비 등을 도입할 때 자영업자만 돈을 들인 것은 아닙니다.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세금도 대거 투입됐습니다. 대유행이 끝났다고 해서 검증을 안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사후 효과 검증은 미래에도 도움이 됩니다.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의 혼선이 코로나 대응에 있어 반면교사가 됐던 만큼 코로나19 대처과정의 복기는 향후 감염병 대응에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그래픽: 안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