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A씨는 2011년 1월쯤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그리드사업단)이 한 국제기구 사무국을 유치할 것이 확실시되자 사업단의 국제협력팀장이었던 B씨를 통해 아들을 사무국에 채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에게 "내 아들이 미국 시민권자이고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했는데 사무국 직원으로 채용됐으면 좋겠다"며 "영어시험 성적이 없는데 원서를 제출할 때까지 성적을 받을 수 있으니 서류전형을 합격시키고, 필기시험 문제도 가르쳐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B씨는 영어 성적을 대체할 기준으로 '해외유학 경험'을 추가하고 필기시험에 낼 번역 문제를 A씨 아들에게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아들은 필기시험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받아 최종 합격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증언만으로는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두 사람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채용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했고, A씨에게 나쁜감정을 품고 불리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범행 시점으로부터 3년 만에 감사원 조사가 시작된 점에 비춰볼 때 B씨 기억이 정확하지 않거나 일부 모순될 수 있고,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A씨 아들이 필기시험에서 낸 번역 문제의 답이 그리드사업단이 미리 준비한 답안과 핵심 단어가 일치한 것도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또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같은 채용절차에 응시한 신청자들뿐 아니라 취업준비생이나 관련한 사람들에게도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