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로 아픔 치유하는 ‘용산 초등생’ 부모 _카지노 식수대_krvip

`서울 용산 초등생 피살사건'으로 외동딸을 잃은 부모가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을 도와 달라며 3년째 수천만원을 기부해 온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17일 아름다운 재단에 따르면 허미연(피살 당시 11세)양의 아버지(42)와 어머니(41)는 딸을 잃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2007년 1월 "범죄 피해자 가족을 돕고 싶다"며 재단을 찾았다. 딸이 2006년 2월 비디오대여점에 들렀다가 인근 가게 주인 김모(56)씨에게 납치·살해된 뒤 시신이 유기되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지 10개월 남짓 됐을 때였다. 이들은 처음에는 "(기부를) 꼭 했으면 하는 이유가 특별하다"고만 말했으나 두 번째 방문 때 "사실은 우리가 용산 초등생 피살사건 피해자의 부모"라며 아픈 사연을 털어놨다고 한다. 허씨 부부는 "큰 사건으로 아이를 잃고 힘들었다. 미연이도 기부를 잘했었는데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사람들을 도우며 미연이를 추억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재단 관계자는 전했다. 평범한 맞벌이 회사원 부부인 이들은 사건 발생 당시 미연이가 10살이었기 때문에 그 나이만큼인 10년간 매년 1천만 원씩을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돕고 싶은 사람은 미연이가 당한 일과 같은 이유로 상처를 입은 강력범죄 피해자들의 가족이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이들이 기부하는 돈으로 `미연이 수호기금'이 만들어졌다. 이 기금으로 재작년과 작년 총 10가구가 도움을 받았고, 올해는 8가구가 200만원씩을 받았다. 이 중에는 유영철, 정남규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과 `퍽치기' 사고로 한순간에 가장을 잃은 가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허씨 부부는 카드에 "소중한 딸 아이를 잃었습니다. 슬픔이 분노가 되지 않기 위해 작은 실천을 해 봅니다. 저희 도움이 잠시나마 격려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을 손수 적어 피해자 가족에게 전하고 있다고 한다. 허씨 내외는 언론과 접촉은 피하고 있다. 기금을 만들 때부터 관여해 한해 2∼3차례 이들을 만나 기부금 전달 상황을 설명하는 재단 관계자는 "미연이 부모님이 기부로 아픔을 치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숨진 딸을 떠올리는 것 자체를 괴로워했던 이들은 요즘 미연이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좋아했던 음식을 이야기하는 등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또 최근 재단 관계자를 만났을 때는 "미연이가 엄마 아빠 구두를 닦고 심부름을 하면서 저금통에 돈을 모아 연말에 성금 낼 때 기부를 했었다"고 회상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강력범죄 피해자를 도우려 하는데 마땅히 기부할 곳이 없다며 (재단이) 돈을 받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던 순간이 아직 또렷하다"며 "미연이 부모님이 용기를 내 시작한 일이 다른 피해자 가족들에게 커다란 도움과 격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