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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배를 예측할 수 있는 계기로 주목을 받았던 독일 최대 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주의회 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이 마르틴 슐츠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을 꺾고 승리했다.

다음 총선에서 4연임에 도전하는 메르켈 총리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사민당 당수이자 총리 후보인 마르틴 슐츠는 전통적으로 사민당 강세 지역이자 자신의 고향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이번 승리로 한층 탄력을 받으면서 4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일 중도우파 기독민주당 관계자들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AP)
獨 기민당, 최대인구 州 선거서 사회민주당에 승리

독일 공영 ARD 방송 보도를 보면 14일(현지시각) 치러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주의회 선거 결과 기민당이 32.9%의 득표율을 기록해 31.3%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

친기업 자유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은 12.5%, 반 유로·반 이슬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은 7.4%, 녹색당 6.3%, 좌파당 4.9%를 획득했다.


최종 개표 결과 좌파당이 의석배분 최소 득표율인 5.0%를 넘지 못하면 전체 181석의 의석 가운데 기민 66석 , 사민 63석, 자민 25석, 대안 14석, 녹색당 13석을 각각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기민당이 집권 다수로서 자민당을 소수당 파트너 삼아 전체 의석(181석)의 과반인 91석을 확보하는 우파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도가 뒤셀도르프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쾰른, 도르트문트, 에센 등 유명 도시를 품고 있고, 독일 16개 주 중 가장 많은 1천800만 인구가 거주하는 곳이다. 또 전통적으로 노동계층 기반 위에 있는 사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실제로 2012년 선거에선 사민 39.1%, 기민 26.3%, 녹색 11.3%, 자민 8.6%, 해적당 7.8%의 득표율 분포를 보여 현재는 사민당과 녹색당 연합이 집권하고 있다.

유권자 1천310만 명이 등록한 이번 선거는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배를 점쳐볼 수 있는 최대 선거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 주는 특히 무엇보다 독일 인구 20%의 표심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승패의 의미가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투표율도 직전 2012년 선거 당시 59.6%보다 5.6%포인트 올라간 65.2%로 집계됐다.

현재 이 주의 집권당인 사민당은 최근까지도 기민당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선거 직전 나온 여론조사에서 기민당에 역전당할 수 있다는 징후가 나타난 바 있다.

마르틴 슐츠, “매우 힘든 하루”

메르켈 총리에 도전하고 있는 마르틴 슐츠는 출구 조사가 나온 직후 “사민당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주의회 선거에서 매우 가슴 아픈 패배를 당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오늘은 개인적으로도, 사민당에도 힘든 하루”라고 덧붙였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마르틴 슐츠 사민당 당수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AP)
1987년에서 1998년까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위치한 뷔르젤렌시의 시장을 지낸 마르틴 슐츠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유럽의회 의장을 지냈다. 사민당은 2017년 1월 슐츠를 만장일치로 2017년 연방의회 선거의 총리 후보로 선출했다.

그 이후 사민당은 당 지지도가 계속 올랐다. 독일 언론은 이를 '슐츠 효과'라고 이름 붙이며 상승세의 지속 여부에 촉각을 세웠지만, 이전 두 차례 주의회선거 패배로 사민당의 질주는 급제동이 걸렸고 이날 선거 패배로 큰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최근에 나온 정당지지도는 기민당을 맹추격하던 사민당의 약진이 현저하게 약화했다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다.

13일 발표된 전문기관 '엠니트' 조사에서 기민당과 사민당의 지지율은 각각 37%, 27%였다. 또한, 이보다 이틀 전인 11일 공표된 '인프라테스트 디마프' 조사에서도 37% 대 27%로 같은 10%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슐츠 효과가 거론되고 나서 두 라이벌 정당의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진 것은 이들 두 조사가 처음이다.

지난 11일 ARD가 발표한 '독일 트렌드' 조사에서 드러난 차기 총리 지지율에서도 메르켈 총리는 49%를 기록했지만 슐츠 총리 후보는 36%를 얻는 데 그쳤다.

4연임 총리 당선에 날개든 메르켈

반면 메르켈 총리의 4연임 가도에서 이번 승리는 매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적으로 노동계층 기반이 강해 사민당의 텃밭인 데다 사민당 당수 겸 총리 후보인 마르틴 슐츠의 고향(뷔르젤렌)이 위치한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11일(현지시각) 베를린 총리공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AP)
물론 기민당의 승리, 즉 사민당의 패배는 유치원 부족 등 교육투자 미흡, 무능한 교통난 해소 대책, 쾰른의 집단 성범죄와 크리스마스 야외시장 테러범 아니스 암리 관리 부실로 대표되는 난민 대응과 치안 소홀, 높은 실업률 논란 같은 지역 이슈가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독일 정치권과 언론은 총선을 앞두고 자당의 지지층을 총동원하고 9월 총선 승리의 동력을 확보하는 대결전의 장으로 이번 선거의 성격을 규정했다.

이에따라 이 지역 승리로 상승세를 탄 메르켈 총리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오는 9월 총선에서 네 번째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총리가 된 메르켈이 9월 총선을 거쳐 또 총리직을 거머쥐고서 온전히 임기를 채운다면 그의 정치적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는 통일총리 헬무트 콜의 최장 16년 총리직 수행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