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탈출 러시…문제는 없나? _램프 베팅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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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불안과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 때문에 기관들이 잇따라 국민연금에서 탈출하고 있다. 심지어 국책연구기관까지 대학원 운영으로 자격 요건을 갖춰 국민연금에서 보다 재정이 탄탄하고 수혜가 많은 사학연금으로 전환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붕괴를 막기 위한 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고통 분담의 당위성을 설득해왔던 연구기관들이 당장의 이익을 좇아 연금을 갈아타는 현실에 일반 국민들은 불만이 크다. ◇ 국책연구기관이 사립학교에 해당되나 문제의 핵심은 사립학교가 아닌 국책연구기관이 사립학교교직원 연금에 들어가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다. 지난 2005년 이전에 정부와 사학연금공단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연구기관 본원도 사학연금공단 가입 대상으로 인정해달라는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법률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허용할 수도 있으나 교육기관이 아닌 연구기관의 종사자들이 사학연금의 수혜를 보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불명확한 이유로 한국학중앙연구원과 KDI의 본원이 사학연금에 입성했다. 특히 KDI의 경우, 작은 규모의 부속 대학원 덕으로 본원 전체(비정규직 제외)가 사학연금에 가입하게 됐다. 한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모습이다. 작년도 KDI 국제정책대학원의 예산은 129억원이었으나 본원 예산은 410억원에 이른다. 국제정책대학원의 인원은 연구직 22명, 전문직 16명, 관리직 38명이지만, 본원의 경우 공공투자관리세터와 경제정보센터를 합하면 연구직 90명, 전문직 71명, 관리직 106명이나 된다. KDI 본원과 대학원의 교류도 거의 없다. KDI 연구원 가운데 정식으로 국제정책대학원의 교수직을 겸하고 있는 경우는 1~2명에 불과하다고 KDI측은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KDI 본원의 사학연금 가입 허용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 사학연금으로의 가입 전환 확산 사학연금 가입기관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학연금 가입기관은 현재 5천147개 기관으로 2005년말의 4천741개 기관에 비해 406개 기관이 늘어났다. 연도별로는 2002년 3천947개, 2003년 4천170개, 2004년 4천380개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유치원, 평생교육기관 등이 국민연금이나 비가입 상태에서 사학연금으로 옮겨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립'과 `교육'이라는 개념과 무관한 기관들의 입성이다. KDI 본원을 허용한 상황에서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를 공동으로 만든 24개 정부출연 과학기술관련 연구기관들의 가입도 막기가 쉽지 않다. 사학연금공단은 혹시 이들 연구기관이 대규모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들 연구기관의 연구원만 해도 엄청난 규모에 이르기 때분에 공단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공단 관계자는 "이 대학교에 문의한 결과, 관련 연구기관들의 가입신청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으나 신청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 교육부와도 논의해 반대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국립대학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국립대학 종사자들을 공무원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옮기는 것도 적지않은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단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국립대학은 법인화되더라도 사립학교가 아닌 데다 사실상 사학연금이 부채를 떠안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행자부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면서 "최근 논의과정에서 부채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사학연금으로 왜 갈아타나 KDI와 같은 국책연구기관까지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갈아타려는 것은 그만큼 사학연금 등 특수직연금의 혜택이 국민연금보다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관동대 경영학부 김상호 교수가 최근 포럼에서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00년부터 근무한 사람의 평균 수익비는 공무원연금이 3.53~3.88로 국민연금의 2.22보다 월등히 높다. 평균 수익비는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 총액대비 돌려받는 연금액의 비율로, 같은 보험료를 내도 공무원이 일반 국민보다 59~75% 더 많은 연금을 받는다는 얘기다. 지난 2005년 6월 사무직까지 모두 공무원연금 기준을 준용하는 사학연금에 가입한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도 "아무래도 사학연금의 재정 상태가 안정적이고, 수혜도 국민연금보다 훨씬 좋기 때문"이라고 연금 전환의 배경을 설명했다.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퇴직금 성격의 퇴직수당은 일반 기업이나 국민연금의 20~30%선에 불과하지만 이후 정액 지급되는 연금 규모가 큰 특수직연금의 구조적 메리트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사학연금공단 관리자는 "90년대만 해도 30~40%에 불과했던 사학연금 선택률이 현재는 90%를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개인연금보다 사학연금이 모든 사람에게 유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선 국민연금에서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근무 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2배인 20년이다. 물론 사학연금이 지난 84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가입 허용 이후 부칙으로 연금 전환 기관들의 국민연금 가입 당시 재직기간을 인정하고 있어, 평균 근무연수가 비교적 높은 KDI(71년 설립)와 같은 경우 전체적으로 사학연금 선택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가능했다. KDI 관계자는 "전환 결정에 앞서 직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들었다"며 "큰 반발은 없었지만 재직기간이 길지 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20년 이상 근무해야한다는 점, 직장을 옮겨 국민연금에 다시 가입하면 사학연금 적용 기간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국책연구기관 사학연금 가입 문제있다" 이같은 사학연금 전환 움직임은 국민연금과 특수직연금 사이의 형평성 문제와 동반 개혁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만약 어떤 기관이 수익비를 따져 국민연금보다 사학연금 쪽이 더 높다는 계산이 나와 전환했다면, 해당 기관으로서는 이익일지 모르나 사학연금으로서는 부실채권을 추가로 받는 셈"이라며 "지금 시점에서의 연금 전환은 일종의 프리 라이딩(무임승차)"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공무원연금이야 부실을 정부가 책임진다고 하지만 사학연금은 사학이 알아서 책임져야 하는데 그만한 재원이 없다"면서 "사학연금이 손익에 대한 분석없이 계속 가입을 받아들이면 부실을 재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KDI의 경우 사학연금 가입의 근거가 된 정책대학원과 본원의 연관성이 부족한 만큼 사학연금 전환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진수 연세대 교수는 "KDI 연구기관과 교육기관은 성격이 엄연히 다르고,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기구 조직도 따로 운영되는 것으로 안다"며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규정에 맹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더구나 연구기관들이 그동안 국민연금 재정 불안을 지적하고, 이를 해소하려면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정작 자신들은 개인적으로 보다 유리한 사학연금으로 갈아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건국대 김 교수 역시 "문제가 있다. 규정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