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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가덕도의 한 마을. 차박과 야영을 금지하다는 안내가 무색하게 주말 직후 곳곳에 누군가 버리고간 쓰레기가 쌓여있다.
"치우면 뭐합니까 다음 주면 또 이럴 건데"

부산 가덕도의 한 마을 주민이 쌓여있는 쓰레기를 보며 심드렁하게 말했습니다. 최근 들어 차에서 캠핑을 즐기는 '차박' 명소로 소개된 뒤 한적한 이 어촌 마을을 찾는 발길이 늘었습니다. 덩달아 늘어난 건 쓰레기와 소음, 주차난입니다.

■'차박 명소' 가덕도에서는 무슨 일이?

지난 설 연휴 직후 찾은 가덕도 대항마을에서 가장 먼저 기자를 맞이한 건 대형 쓰레기 마대였습니다. 수십 개는 되는 듯 한 마대를 옮기느라 분주한 주민에게 말을 걸자 " 설 연휴 중간에 한번 치웠는데도 이렇네요"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마을 곳곳에 차박과 야영을 금지하는 플래카드를 붙이고 텐트 사용과 취사 행위, 캠핑카 사용 금지 입간판을 세워두었지만, 휴일이면 이런 모습이 반복된다고 했습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21일 오전에도 해안가를 따라선 캠핑카와 텐트 행렬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족히 백여 대는 되는 차량의 행렬에 입을 벌리는 취재진에 주차관리를 하는 마을 노인은 " 오후면 300대는 들어오는데 뭘 그래 놀래냐"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부산 가덕도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는 취사용품과 각종 음식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 틈에는 쓰레기를 되가져 달라는 깃발을 달고 내달리는 오토바이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중간중간 쓰레기를 주워 치우기도 하는 신주열 씨에게 이유를 묻자 "이 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바다도 결국은 망가지게 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여느 섬이 그렇듯 가덕도 주민들에게도 삶의 터전은 바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신씨의 바람과는 달리 주말이 지나 월요일 다시 찾은 가덕도는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까지 뒤엉켜 뿜어내는 악취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취사가 금지된 곳이지만 불을 피운 듯 쓰다 버린 부탄가스통 역시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도저히 못 참겠다" 차박 금지 나선 지자체들

부산 기장군은 지난달부터 지역 해안가에서 차박 등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하고 있다.
참다못한 지자체 중에는 차박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둔 곳들까지 나타났습니다. 부산 기장군이 대표적입니다. 한때 기장군은 ‘차박의 성지’라는 명성이 자자했던 곳이었죠. 하지만 반복되는 쓰레기난과 주차난, 밤새 이어지는 소음에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이런 조치를 내렸습니다.

오세호 기장군 해양수산과장은 “인근 대도시에서 차박을 오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일부 캠핑족들이 술을 마신 채 마스크도 하지 않고 동네를 누벼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많았다고 했습니다.

기장군이 취한 조치는 해안가에서 차박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입니다. 해수욕장과 호안도로 등 공공장소에서 2인 이상 모여 야영, 취사, 음주, 취식을 하는 행위를 막는 조치입니다. 이를 어기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코로나19를 전파하면 구상권까지 청구한다고 했는데 한 달 동안 적발된 곳이 440여건에 달합니다.

하지만 정작 실제 벌금이 부과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처벌보다는 계도가 목적이다 보니 차박을 막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겁니다. 기장군의 경우 이렇게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목적으로 한 행정명령으로 해결책을 마련했지만 이 조치를 언제까지고 이어갈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사실상 차박 자체를 막을 법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결국은 시민들의 양심에 호소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 답은 있을까요. 어쩌면 가장 간단할 수 있는 답을 해준 건 취재 중 가덕도에서 만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였습니다. 참고로 1학년 때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