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앞에서 자요”…피해 주민 괴롭히는 ‘지진 트라우마’_풋살 선수는 얼마를 벌나요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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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북 포항 지진이 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피해 주민 상당수는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진 트라우마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큰 고통이지만,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다른 대책 없이 외면받고 있습니다.

정혜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진 트라우마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최호연 씨.

지진을 겪은 지 9개월이나 지났지만 공황 장애에 가슴 통증까지.

아직도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 씨의 현관 앞에는 헬멧과 생존 가방이 늘 놓여 있습니다.

갖은 비상약부터 옷과 담요까지.

불안 증세가 심한 날이면 언제든 뛰쳐나가기 위해 현관 앞에서 자기 일쑤입니다.

[최호연/지진 트라우마 고위험군 : "조금만 '쿵쾅쿵쾅'소 리만 들려도 불안해서 항상 이불을 준비해놓고 심지어 신발을 신고 잘 때도..."]

지진 이후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신순옥 할머니 역시 지진 트라우마 고위험군입니다.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없이는 하루하루 버티기 힘듭니다.

[신순옥/지진 트라우마 고위험군 : "차가 지나가도 막 흔들리는 것 같고. 꿈에서도 항상 지진이 일어나요. 그래서 저는 약 없이는 어디 못 다니고."]

보건당국이 파악한 진앙지 인근 고위험군만 50여 명에 달합니다.

지역 보건소가 지난 5월부터 재난심리지원을 하고 있지만 일반 심리 상담만 할 뿐 지진이나 재난 상황에 특화된 치료나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백종우/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지진 트라우마로) 10년 이상 장기간 고통을 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정신 건강 서비스가 재난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일상을 잠식하고 있는 지진 트라우마, 관리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진 피해 주민들의 보이지 않는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혜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