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라디오를 살려 주세요”_빙고 기계가 간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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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공동체 라디오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지역 주민들이 직접 방송 제작에 참여해서 주로 지역 밀착형 소식을 전하는 말 그대로 동네 라디오 방송입니다. 공동체 라디오는 그동안 지역 주민들의 활력소 역할을 해왔는데요. 지난해부터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서 고사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고 합니다. 공동체 라디오의 실태를 유광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한 주간 안녕하셨어요? 톡톡 마주보기 금요방송의 느리에요.” 마포FM 방송의 ‘톡톡 마주보기’라는 생방송 현장입니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생생한 일상 이야기들이 전파를 탑니다. <녹취> “오늘 성미산 마을극장의 인터뷰 손님 모셔볼까요? 안녕하세요?” 진행자들은 마포의 주부들입니다. 변정희 씨는 1년 전부터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인터뷰> 변정희(진행자) : “되게 재밌고 지금까지 내 안에서 생각들은 있는데 그걸 풀어놓을 공간이 없었다면 지금 여기 와서 이야기들도 풀어내고, 또 생활의 활력이 되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 기획부터 섭외, 원고작성, PD까지 모두 주민들이 직접 합니다. 초대 손님들도 마포의 아저씨, 아주머니, 학생들입니다. <인터뷰> 유정숙(초대 손님/서울시 망원동) : “특별하게 지역 소식을 담아낼 수도 있고 아주 구체적인 얘기까지 다 할 수 있잖아요. 지역 주민들과 여러 가지 얘기들을. 더 구체적인 얘기는 중앙 방송에서 다 안 다뤄지잖아요.” <녹취> “임 오셨네, 밤새 살짝이 수줍어 살포시 오셨네” 오전 6시부터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프로그램이 방송됩니다. 첫눈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녹취> “남편들은 나가자 그러면 아 추운데 왜 나가냐 그러고..” 동년배 노인들과 공감할 수 있는 추억 이야기, 건강정보 등이 주요 방송 소재입니다. <녹취> “이 소리는 추억의 간식이죠. 엿을 팔던 엿장수의 가위 소린데요.” <인터뷰> 박길자(진행자/71세) : “처음에는 굉장히 떨었죠. 마이크가 덜덜 떨 정도로 굉장히 떨었었는데..” 이렇게 지역 주민이 직접 방송 제작과 운영을 하고, 일상 생활정보에서부터 지역 행정, 주민들의 생활상 등을 전하는 방송을 공동체 라디오라고 부릅니다. 공동체 라디오가 하는 일은 방송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달 19일 저녁, 마포의 한 마을극장에서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마포FM이 주관한 미디어교육을 받은 장애 여성과 노인, 결혼 이주여성들이 올 한해 배운 내용을 공연으로 꾸몄습니다. <인터뷰> 이혜숙(지체장애 3급) : “사실 장애인들은 어디 가서 주눅 들고 말을 잘 못 해요. 그런데 이런 교육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걸 배웠고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동화책과 동시 읽는 방법을 배워 소리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진우근(79세) : “나는 80 다 되거든요. 노인들은 항상 소외를 당했어요. 아, 늙어서도 이렇게 참여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느끼니까 마음이 젊어지는 것 같고..” 이 결혼 이주 여성은 사진촬영과 동영상 제작법을 배워서 아기 첫돌 선물을 만들었습니다. 공동체 라디오는 지난 2005년 전국에서 8개 방송국이 시범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8월엔 7개 방송국이 정부로부터 정규 사업자격을 획득했습니다.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고 장애인처럼 소외된 이웃들도 방송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위기에 빠졌습니다. 마포FM은 지난 주 후원의 밤 행사를 열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밀린 방송국 임대료가 6천만 원이 넘어 이사를 가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입니다. 마포FM의 지난해 당기 순손실은 4천 백만 원, 다른 방송국들도 적게는 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까지 손실을 냈습니다. <인터뷰> 송덕호(마포FM 방송본부장) : “저희 방송이 평균 월 2천 정도의 운영비가 들어가는데요. 이 운영비 중에서도 매월 100에서 150 정도 모자라는 형편이에요. 이 모자라는 것은 그 전부터 계속 누적되어 왔던 것이긴 한데요. 2009년도에 방송통신위원회 지원이 중단된 이후에 그게 좀 심해지고 폭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월 5백에서 6백만 원을 각 방송국에 지원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1월부터는 지원금을 중단했습니다. 대신 지난해 9월부터 공동체 라디오가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올 1분기 7개 방송국의 광고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8%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저조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공동체 라디오의 작은 출력 때문입니다. 공동체 라디오의 전파 출력은 1와트로 실내에선 1~2km, 실외에선 장애물이 없을 경우, 5km 정도까지 전파가 도달합니다. 이 때문에 마포FM과 FM분당의 경우, 전체 지역의 20~30%에서만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방송이 허가된 지역에서조차 들리지 않는 곳이 많다 보니 선뜻 광고를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나 상점이 매우 적습니다. <인터뷰> 정용석(FM분당 대표/커뮤니티라디오방송협의회장) : “광고하러 갔죠. 갔습니다. FM분당의 광고를..아 그래요. 출력은 어디입니까? 90.7..어디 들어봅시다. 안 나와요. 들어봅시다 했는데 안 나와요. 얼마나 부끄럽습니까? 그때 얼굴이 화끈거리더라구요.” 방송이 들리지 않는 지역이 많다는 것은 광고 영업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방송국으로서 공동체 라디오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은 현재 1와트에 불과한 출력을 늘려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방송법에는 공동체 라디오의 출력이 10와트까지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인터뷰> 정용석(커뮤니티라디오협의회장) :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까지 와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죽느냐 사느냐 이런 얘기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바로 공동체 라디오의 현주소는 지금 사느냐 죽느냐 그런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공동체 라디오의 출력을 높일 경우 다른 지상파 방송과 전파 간섭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녹취> 이환욱(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 사무관) : “방송사 스스로가 광고나 회원 확대,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서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출력 부분은 현재 검토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검토 결과에 따라서 정책 방향이 정해지면 거기에 따를 것입니다.” 공동체 라디오는 일본에 220개, 미국에 480개, 호주에 140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직접 지원금은 없지만 공공기관에서 광고를 주거나 방송국 공간을 제공하고, 또 지역 라디오 기금을 운용하는 등 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만제(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팀장) : “일본에서 공동체 라디오를 규정하고 있는 개념이 시장도 아니고 정부도 아닌 중간 영역으로서 제3섹터 내지는 반관반민 형태의 특징을 부여하고 일정 부분을 공적 영역에서 지원을 하고 또 나머지 부분은 자체적으로 후원이라든가 일정 부분 광고라든가 이런 재원을 확보하는 운영 모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공동체 라디오가 출범한 지 5년, 동네와 이웃,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삶에 밀착된 친근한 매체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홍영란(진행자/63세) : “제가 이걸 하면서 가정에 힘이 생겼다고 할까요. 가라앉았던 가정생활이 저로 인해서 활기차게 된 것 같고, 주변에서 저에게 ‘너무 잘 한다, 생기가 돈다, 전 같지 않고 밝은 표정이다’..”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매체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위기의 공동체 라디오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머리를 맞댈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