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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의 여론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1965년에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의 협상 기록을 일부 공개한 건데요, 사실 새로 나온 내용은 아닙니다. 스가 관방장관조차도 어제(30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내용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스가 장관은 그러나 이 같은 자료를 공개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의 시정을 포함한 구체적 조치를 조속히 강구하라"고 다시 한 번 요구했습니다.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겁니다.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 일본의 거듭된 주장

일본 외무성이 29일 들고 나온 자료는 청구권협정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이 제시한 '대일청구요강'과 '의사록' 등 2건입니다.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모두 8개 항목으로 구성된 '대일청구요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제5항'입니다. 여기에는 '피징용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를 청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일본이 두 번째로 공개한 건 1961년 5월 10일에 이뤄진 협상 내용의 일부를 담은 '의사록'입니다. 해당 의사록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여기에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당시 한국 측 대표가 '피해 보상'과 관련해 "강제적으로 동원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준 것에 상당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언급한 내용이 있다고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일본 측은 "한국 측은 교섭 과정에서 '보상'을 요구했고, 청구권협정에 '위자료'가 포함된 것이 명백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청구권협정을 바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이 이뤄졌다는 겁니다.

이는 2003년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가 내린 판결에서 한 치도 달라진 게 없는 입장입니다. '청구권협정'에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금 청구권이 포함된 만큼 더 이상 개인이 법적 배상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이 내린 결론은 이 같은 일본 측 주장을 또 다른 기록에 근거해 하나씩 반박하고 있습니다.

끝내 '불법' 인정하지 않은 일본…'배상'은 문제없어

지난해 10월 30일, 우리 대법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각 1억 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여기서도 핵심 쟁점은 '청구권협정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이 사라졌는가' 였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대법원의 설명은 명확합니다.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일본 측이 언급한 '대일청구요강'의 제5항 역시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이 근거로 든 것은 청구권협정 체결 석 달 전인 1965년 3월 20일, 대한민국 정부가 발간한 '한일회담 백서'입니다. 여기서 우리 측은 "한국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조인 당사국이 아니어서 승전국이 향유하는 '손해 및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인정받지 못했다"면서 "한·일간 청구권문제에는 배상청구를 포함시킬 수 없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또 다른 근거는 일본 정부가 청구권협정을 맺는 과정에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다는 겁니다. 그 결과 한일 양국은 당시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위자료' 청구권이 협정에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자국민에게는 '개인 청구권' 인정한 일본

당시 대법원 판결에는 별개의견도 존재합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청구권협정에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을 낸 대법관들 역시 결론은 같습니다. 청구권에 대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이 포기된 것일 뿐 '개인의 청구권' 자체는 소멸될 수 없다는 겁니다. 모순적이게도 일본 정부 역시 자국민들을 상대로는 이 같은 입장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2차대전 종전 이후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일·소 공동선언'을 통해 두 국가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청구권을 포기했습니다. 이에 원폭 피해자들과 소련 측에 억류돼 강제노동을 해야 했던 일본 국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그러자 일본 정부는 "국민 자신의 청구권은 조약에 의해 소멸되지 않는다"며 국가의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1991년 야나이 순지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은 이 같은 입장에 근거해 "한일 청구권협정은 양국이 국가로서 가진 외교 보호권을 서로 포기한 것일 뿐 개인의 청구권을 소멸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후 일본은 어느새 '청구권 자체가 소멸됐다'며 입장을 슬그머니 바꿨고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우리 측이 요구한 대로 일본 측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일본 측이 주장하는 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은 이미 1965년에 진작 소멸됐을 것입니다. 여전히 일본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대해 인정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단지 이를 인정할 경우에 이어질 '손해배상' 소송을 두려워하기 때문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일본이 식민지배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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