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나라에서 추방돼야 했나요”…국가에 책임 묻는 입양인들_기사 작성으로 돈을 벌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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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17만 명의 어린이를 해외로 입양 보낸 우리나라, '고아수출국'이란 오명까지 있었습니다.

해외입양을 보내며 친부모 동의를 구하지 않는가 하면, 입양 보내놓고도 사후 관리를 하지 않아 학대에 방치됐던 사례들이 뒤늦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아픈 기억에 고통받고 있는 입양인들이 국가와 입양기관에 책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원동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80년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잠시 고아원에 맡겨졌던 김유리 씨.

친부모 동의도 없이 프랑스로 입양됐습니다.

[김유리/해외입양인/50세 : "내 부모가 있는 나라에서 나를 다른 데로 추방하는 거 같지? 내가 뭘 잘못 했길래 11살이면 내 삶이라는 게 있는데, 왜 나는 여기서 살 수가 없지?"]

입양 직후부터 양부모의 학대가 시작됐지만 아무도 그의 안전을 묻지 않았습니다.

[김유리/해외입양인/50세 : "입양기관에서 우리들을 보러오지 않았어요. 양부가 이상한 짓 하고 성적인 학대를 하고… 그리고, 우리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결국, 스스로 입양가정을 탈출해 친부모를 다시 만났습니다.

지금 남은 건 내 나라에 대한 원망입니다.

[김유리/해외입양인/50세 : "38년이라는 시간은 되돌릴 수 없어요. 수준이 없는 입양제도라고 할까요? 가족을 파괴시키는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1979년, 3살 때 미국에 입양된 애덤 크랩서 씨.

학대와 파양이 거듭되다 끝내 한국으로 추방당했습니다.

[김수정/변호사/애덤 크랩서 씨 소송 대리인 : "성인이 되어서 가족을 이루고 이미 살고 있는 과정에서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가족을 두고 혼자) 추방이 됐어요."]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인생이 뒤바뀐 그는 해외 입양인 최초로 국가와 입양기관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35년 만에 어렵게 만난 가족이 가족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해외 입양인도 있습니다.

입양 기록이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타라 푸트너/해외입양인/46세 : "(DNA 검사를 하고 나서)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걸 발견했죠. 제가 의지했던 기반이 거짓말이거나 분명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충격 이상이었어요."]

지금까지 해외입양인 371명이 진실화해위원회에 해외 입양 과정에 대한 조사를 신청했습니다.

위원회는 일부 사건의 조사 개시를 결정해, 해외 현지 조사를 계획중입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박준석 홍성백/영상편집:전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