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개방 전 탈북 러시?…북한 외교관 속사정 들여다보니_연방 부의원은 얼마나 벌어요_krvip

국경 개방 전 탈북 러시?…북한 외교관 속사정 들여다보니_어리석은 마음의 베토와 데이지_krvip


최근 북한의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해외 파견 '무역일꾼'의 탈북 소식이 심상치 않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로 인한 기나긴 봉쇄를 끝내고 국경을 개방할 거란 소식이 계속 나오는데, 국경이 개방되면 북한 외교관과 노동자 가족들은 북한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 지금이 북한을 벗어날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탈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유럽 근무 북한 외교관 탈북"…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영사관 직원 가족 실종

최근 유럽에서 근무하는 북한 외교관의 망명 내지는 탈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정보당국이 이 외교관 일행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이 외교관의 근무 국가와 동반 인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고려항공 소속' 무역대표부 일꾼 박 모 씨의 아내 김 모(43) 씨와 아들 박 모(15) 군이 실종됐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현지 북한 식당 '고려관'의 지배인으로 외화벌이하던 박 씨는 2019년 검열을 받으러 평양에 들어갔다가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돼 러시아로 다시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박 씨의 아내 김 씨가 '대리 지배인' 자격으로 고려관을 경영했는데 지난해 10월 국가보위성 소속의 식당 부지배인이 망명을 시도했다가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은 잇따른 망명 사건이 터질 것을 우려해 지난해 말 고려관을 폐쇄하고 김 씨와 아들을 영사관 내부에 연금했다"면서 "이들은 수개월간 연금된 상태로 있다가 일주일에 하루 외출이 허락되는 시간을 이용해 사라진 것"이라고 RFA에 말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발 빠르게 전단까지 뿌리면서 이들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는데, 현재 이들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고,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망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만 나오고 있습니다.

실종된 북한 영사관 직원 모자 관련 전단 (출처 : KBS 뉴스 캡처)
■ '엘리트 간부' 북한 외교관의 잇따른 탈북, 이유는?

지금까지 알려진 탈북 북한 외교관들은 1991년 고영환 주콩고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 1996년 현성일 주잠비아 북한대사관 서기관, 1997년 장승길 주이집트 북한 대사, 2000년 홍순경 주태국 대사관 과학기술참사관, 2016년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 공사, 2018년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 류현우 쿠웨이트 주재 대사 대리 등입니다.

북한 사회에서도 '엘리트'로 통하는 외교관이 탈북하는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처하게 될 처벌과 책임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2016년 탈북한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은 자신의 저서에서 "북한 외교관들은 두 단계로 귀국 심사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다시 해당 직무에 복귀하게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혁명화 대상이 되거나 보위부 감옥에 간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에선 엘리트지만 그에 비해 처우가 좋지 않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태 의원은 저서에서 "북한은 해외 주재 외교관의 의료비를 국가가 부담해주지 않는다. 입원비와 수술비는 자비 부담이다. 그러므로 해외 발령을 받기 전에 건강검진은 대단히 깐깐히 한다. 병이 있거나 건강이 좋지 못하면 해외에 나가지 말라는 이야기다. 2016년 1월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로 있던 김춘국이 현지에서 사망했다. 본인이 건강을 소홀히 한 탓도 있겠지만 아마도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병원에 못 갔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남겼습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접하는 점, 자녀 세대의 교육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점 등도 외교관의 탈북을 결심하게 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 결심하면 탈북 용이한 환경 …"집단 러시는 쉽지 않을 것"

해외에 나와 있는 만큼 결심만 하면 바로 한국이나 다른 나라 대사관으로 뛰어 들어가 탈북할 수 있는 여건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태영호 의원은 "최근 탈북 망명을 타진하는 북한 외교관이나 해외 근무자의 추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나도 최근 평양에 있는 줄만 알았던 후배들이 그새 한국으로 탈북하여 서울에서 불쑥 내 앞에 나타날 때마다 깜짝 놀라고는 한다"고 SNS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도 이런 상황을 아는 만큼 외교관과 해외 주재 파견일꾼에 대한 감시와 강화가 더 강화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탈북을 시도했다가 붙잡히면 처벌이 더 무거워지기 때문에 '탈북 러시'로까지 이어지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란 분석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