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 恨 덜어준 졸업장 _내기를 하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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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아들 잃은 최정애씨…매일 6시간 통학 김숙란씨〃 “가슴에 응어리진 한(恨)을 공부하면서 풀었어요” 2년제 학력인정 주부학교인 일성여자중학교를 28일 졸업하는 최정애(53.여)씨와 김숙란(55.여)씨는 "학교에서 보낸 지난 2년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라며 감회에 젖었다. 최정애씨는 "큰 아들은 해양대학에 가고 싶어했고 작은 아들은 의사가 되고 싶어했다. 세상에 없는 두 아들 대신 공부하면서 늘 아이들이 곁에서 지켜주는 것을 느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씨는 2000년 큰 아들, 2001년 작은 아들을 모두 `프리드리히 아탁시아'라는 희귀병으로 잃고 절망감에 빠져있던 중 친구의 권유로 지난해 3월 일성여중에 입학했다. 그는 "어릴 적 어머니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집안형편 때문에 중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했으며 결혼 뒤에는 두 아들의 병원비를 버느라 늘 바쁘게 살았다"며 "학교에 다니면서 내 자신을 위한 제 2의 인생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공부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일성여중의 꽃'이라 불리는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게 정말 좋았다. 하지만 `어머니'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노래는 아직도 목이 메어 부르지 못한다"고 말해 가슴속에 묻은 두 아들에 대한 모정(母情)을 내비쳤다. 그는 "중학교를 마쳤으니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쉬지 않고 공부하겠다"며 "혹시 배움의 길 앞에서 고민하는 만학도가 있다면 용기를 내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인 김숙란씨는 충남 예산군 예산읍에서 서울 마포구 염리동까지 통학하느라 매일 왕복 6∼7시간을 길에서 보냈다. 김씨는 "가난한 시골에서 8남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나 정말 학교에 다니고 싶었지만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며 "결혼 후 자식 네 명을 모두 대학에 보내고 난 뒤에야 내게도 배움의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초 일성여중에 입학, 인천에서 왕복 4시간 거리를 통학했으나 같은 해 11월 충남 예산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기차와 지하철, 버스를 갈아타거나 자가용을 몰고 학교에 다녔다. 김씨는 "예산에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학교가 없지만 시아버님을 모셔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 머물 수 없었다. 새벽에 출발하고 오후 5∼6시까지 집에 돌아가는 생활이 반복됐지만 학교 가는 길은 언제나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환갑 전 대학에 가려 했는데 시아버님이 연로하셔서 일단 꿈을 접어야 한다. 그 동안 친구들과 공부하고 도시락도 먹으면서 정말 행복했다"며 "내일부터는 학교에 못 온다고 생각하니 가슴 아프지만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