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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스팅 무척 맘에 들어..만화와 비교 말아주길" "'26년'의 '그 사람'을 빼면 제 만화에 악당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자꾸 그렇게 되기에 악당이 나오는 얘길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웃사람'의 살인마가 유일한 악마예요." 한국의 '웹툰'을 개척하다시피 한 만화가 강풀(38·본명 강도영)은 지난 10년간 많은 작품으로 대중에게 사랑받으며 설명이 별로 필요 없는 작가가 됐다. 연재하는 웹툰마다 큰 인기를 끌어 많은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제 또 하나의 작품 '이웃사람'이 영화화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쇄살인범과 그에 맞서는 이웃사람들의 얘기를 그린 이 스릴러는 2008년 인터넷에서 연재돼 벌써 4년이 지났다. 하지만 현실적 이야기가 여전히 화제이며 유료 보기로 바뀌고 나서도 꾸준히 읽힌다.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풀 작가는 '이웃사람'이 자신이 그린 만화 중 허구의 인물로는 유일하게 악마를 그린 얘기라고 소개했다. "작품을 구상하고 글을 쓰던 2007~2008년 초반 연쇄살인 사건이 엄청나게 벌어졌어요. 그중에는 (시체를) 가방에 넣는 얘기도 있었고 그런 얘길 들으며 너무 화도 났죠. 당시 괴담이 떠돌기도 했는데,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옆집에서 누가 하도 물(수도)을 쓰기에 가서 따졌더니 그 사람이 유영철이었다'는 둥의 얘기들이요. 그런 얘기에서 소재를 얻어 그렸어요. 분명히 주위에 수상한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는 눈치챘을 텐데, 요즘엔 서로 간섭을 안 하고 살잖아요. '눈치 챈 것들이 조금씩 모이면 (범죄를) 알 텐데' 하는 생각으로 만화를 썼죠." 하지만, 늘 착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그려오다 보니 악마를 그리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리다 보니 또 자꾸 살인마의 과거와 사연을 그리게 되는 거예요. 실제로 그가 왜 피자를 먹는지, 과거 사연이 담긴 얘기를 1화 분량으로 그리기도 했어요. 피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눠 먹으라고 잘라져 있는 음식인 것 같거든요. 그 얘기가 원래 전체 30화 중 딱 중간인 15화에 들어갔는데, 생각해보니 살인마에게까지 사연을 붙여주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런 걸로 용서될 순 없으니까요. 그 부분을 빼고 결국 유일한 악마로 남겼죠." 그는 아직 완성된 영화를 못 봤지만, 배우 캐스팅이 무척 맘에 든다고 했다. 자신의 원작으로 영화가 만들어져도 일절 간섭하지 말자는 철칙으로 촬영 현장에도 좀처럼 가지 않는다. 이번 영화에도 카메오 출연 요청을 받고 한 차례 찾은 것이 전부다. "일반 관객과 함께 보려고 아직 시사회에 안 갔는데, 어떻게 나왔을지 정말 궁금해요. 영화 촬영 중에 감독님한테서 전화를 받고 부산에 내려갔는데, 이틀 동안 촬영을 구경하다 왔어요. 그때 배우들이랑 많이 친해졌죠. 특히 마동석 형이랑은 촬영 전부터 친했는데 얘기하다가 '내가 안형모(극중 마동석이 맡은 역할)로 어떠냐'고 하기에 딱이라고 했어요. '형 진짜 사채업자처럼 생겼다'고 그랬죠(웃음)." 그는 또 "만화에서 인물에 대한 표현을 못 한 부분이 있었는데 악당은 좀 더 찌질하고 사채업자는 좀 웃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며 "배우들이 그런 부분을 연기로 잘 표현해준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개봉을 앞두고 원작자로서 느끼는 부담은 적지 않아 보였다. 그간 영화화한 작품들이 흥행과는 크게 인연을 맺지 못했기 때문. 그래도 최근작 '그대를 사랑합니다'(추창민 감독. 2010)가 흥행에 성공해 부담이 조금 줄어든 듯했다. "그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강풀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적은 강풀 만화'란 얘기였어요. 그게 너무 싫었죠. 영화는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일단은 비교하려고 하니까요. 사실 만화와 영화를 비교하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내 만화가 다 30화인데 물량으로 승부하는 작가라 다른 웹툰보다 분량이 10배 이상 많거든요. 이전 영화들을 보면 만화를 시나리오로 옮겼을 때 4시간 분량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만화와 영화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제발 만화는 잊어달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는 오래 고민한 결과 자신의 만화가 지닌 정서를 영화에서도 잘 살릴 때 성공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흥행하는 걸 보면서 '정서'를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로 재미를 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감독들이 참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감사해요. 결과적으로 추창민 감독님이 잘 되셔서 참 좋아요(웃음)." 그는 또 하나의 작품이 영화로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5.18 광주민중항쟁을 다뤄 큰 반향을 일으킨 '26년'이다. 역사의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힘을 모아 5.18의 주범을 처단한다는 내용을 그린 이 만화는 몇 년 전부터 영화화가 추진됐으나 여러 장애에 부딪혀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에 다시 '제작두레'라는 이름으로 제작비 모금 운동을 벌여 어렵게 촬영에 들어갔다. 모금액이 4억 원 정도에 불과해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26년'은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더 각별한 것 같아요. 작업하기 전부터 주변의 우려가 컸고 만화가 형님들이나 부모님도 반대했죠. 솔직히 저 자신도 겁이 났고요. 분량도 제일 많았어요. 연재할 때부터 영화화 제안이 많았는데 내가 그랬죠. '정말 힘든 영화다, 끝까지 갈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지금 영화 제작사인 청어람은 '괴물'로 흥행도 했고 최용배 대표님을 믿을 수 있었죠. 끝까지 한 번 가보시라고 했고 결국 이렇게 끝까지 가고 있습니다." 그는 요즘 인생에서 특별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결혼 7년차에 아이를 갖게 된 것. 임신 4개월인 아내를 보면 가슴이 벅차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수줍게 웃었다. "만화를 그리며 10년 동안 이런 적이 없는데 애가 태어나면 집 밖에도 안 나올 거 같아요(웃음). 아이가 태어나는 내년 1월은 연재 말미일 텐데 걱정이에요." 그래도 새 연재를 위해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는 그는 새 작품이 멜로물이라고 귀띔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더 많다고 했다. "요즘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요. 아이를 생각하다 보니 동화책도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