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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습니다.

직장인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제도지만 현장에서는 혼란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중에 한 곳을 꼽으라면 바로 버스 업계인데요,

기사들의 이직으로 노선 폐지는 물론 배차 시간이 길어져 '버스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병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제 아침, 경기도 안양시의 버스 정류장.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섭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첫 출근길. 평소보다 좀 더 붐비는 모습인데요.

[윤진원/경기도 시흥시 : “오늘 평소보다 두 배로 사람이 많긴 한 거 같거든요. 배차 간격이 사실 너무 길어서요.”]

하지만 당초 예상됐던 것 만큼의 버스 대란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의 대란은) 없었던 거 같아요. 늘 뭐 비슷비슷했던 거 같아요.“]

같은 시간, 경기도 고양시의 버스 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특별히 오늘이 평소보다 많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시민/음성변조 : “법안 안 나왔다고 해도 어차피 불편했었던 거는 마찬가지여서. 법안 때문에 불편하다고 생각은 솔직히 별로 (안 했어요.)”]

사실 이번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가 예고되면서 버스 업계의 파행이 예상되기도 했는데요,

많은 버스 기사들은 격일제로 근무를 하면서 사실상 주당 70시간이 넘는 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용운/경기도 버스 기사 : “운전하는 시간은 (하루에) 17시간에서 18시간 정도 되거든요. 제가 하는 노선에는 심야도 있어서 심야까지 하게 되면 거의 20시간 정도 운전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본급이 적다 보니 초과 근무수당으로 월급을 보전해왔던 버스 기사들은 임금이 줄까봐 걱정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김용운/경기도 버스 기사 : “지금 석 달 동안 거의 한 80명에서 100명 정도가 퇴사를 하거나 이직을 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 기사들도 많이 부족한 상태고요.”]

이번에는 강릉시외버스 터미널.

여기서 춘천, 부산을 가는 노선의 운행 횟수는 크게 줄었습니다.

강릉에서 제천까지 운행하던 노선은 아예 폐지됐다고 하는데요.

버스기사가 부족하자 손님이 적은 노선을 중심으로 운행횟수를 줄인 겁니다.

[강한길/경기도 성남시 : “결국은 시골이나 그런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더 피해를 많이 볼 것 같더라고요.”]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으로 위기를 느낀 버스 기사들이 대거 관뒀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버스 기사/음성변조 : “주위에서만 해도 합치면 한 40,50명 되죠. 배차 시간을 일단 다 못 뛴다고... 기사가 없는데.”]

특히, 대도시보다 임금이 낮은데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생계에 위협을 느낄 정도라는게 기사들의 하소연입니다.

[강원도 버스 기사/음성변조 : “아들 둘 대학 다니는데 급여가 줄어들면 저 어떻게 할지 어떻게 대책이 안 나와요. 지금. 월급에서 한 150만 원이 줄어든다고 하면 어떻게 생활할 방법이 없잖아.”]

[김학만/동해상사고속 노조위원장 : “영동지역에는 전체 수도권에 근무하는 운전기사들보다 임금이 현재에도 30~40% 더 적었습니다. 현재도 300여만 원의 임금을 받고 근무를 하는데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된다면 100만 원에서 120만 원 정도가 임금 감소가 됩니다.”]

기사 충원을 위해 통합 채용사이트를 만들기도 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습니다.

[강원도 관계자/음성변조 : “강원도만 구한다면 괜찮겠습니다만 전국이 똑같은 상황이거든요. 사실 좀 답이 없는 상태죠.”]

일단 국토부가 꺼내든 대안은 탄력 근무제 도입입니다.

노사 합의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68시간으로 맞추기로 한 겁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 상황.

[이정수/경기도 버스 기사 : ”과거에도 한 주는 52시간 일했고, 한 주는 72시간 일했는데 변화된 게 하나도 없다는 거죠.”]

그나마 탄력 근무제 도입도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상욱/한국 교통연구원 박사 : ”운전기사 부족의 따른 문제, 노사 갈등 문제, 재원 부담의 문제,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7월로 연기된 것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필요한 버스 기사 숫자는 9천여 명.

특히, 내년에는 만 7천여 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지만, 충원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결국 서울과 지방이 더욱 격차가 벌어지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제, 경기도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운전기사 3천백여 명 통합 채용에 나섰지만, 실제 모집된 인원은 380여 명 뿐이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배차간격이 늘어나거나 앞서 강원도에서 보신 것처럼 노선 폐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용운/경기도 버스 기사 : “손님이 많이 없는 노선 있잖아요. 그런 데 있는 기사분들을 손님이 많거나 돈이 되는 노선으로 모셔서 운행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부는 버스 준공영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운수업체가 서비스를 공급하고 수익금 공동관리나 재정지원을 지자체가 떠맡는 방식인데,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강상욱/한국교통연구원 박사 : “재정부담 증가 문제, 업체의 도덕적 해이 문제, 비효율적인 노선 조정 관리의 이런 문제들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중소도시 현실에 맞는 준공영제의 방식을 새로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버스 대란으로 가느냐, 기사들이 안심하고 운전에 전념할 수 있느냐, 새로 출범한 민선 7기 지자체들마다 숙제가 놓여졌습니다.

KBS 뉴스 김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