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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이 주요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화 <건축학개론>

"정릉이 누구 능이야?"
"정조? 정종? 정...약용?"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셨던 분이라면 배우 수지의 이 대사, 기억나시는지요.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지만 정릉이 누구의 능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정릉은 태조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이자 조선 최초의 왕비인 신덕황후의 무덤입니다. 정릉이란 이름의 무덤은 서울시 강남구에도 또 하나가 있는데 이곳은 조선의 11대 왕 중종이 안장된 능이지요. 어디 정릉뿐이겠습니까. 선릉, 태릉, 홍릉, 공릉… 서울 시내를 돌아 다니다 보면 익숙하고도 정겨운 이름들을 참 많이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무덤들에 누가 잠들어 있는지 묻는 말엔 답하기가 쉽지 않지요. 단지 우리가 관심이 모자라서일까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정릉
능과 원에 ‘주인 이름’ 덧붙여 알기 쉽도록

어쩌면 문제는 딱딱한 명칭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화재청이 오늘(10일)부터 조선 왕릉 42기와 원 14기의 명칭 개선에 나선 배경이지요. 조선 시대 왕가의 무덤은 왕과 왕비가 묻힌 능(陵)과 왕세자와 왕세자비 등이 잠든 원(園)으로 나뉘는데요. 정릉이나 효창원 같이 능과 원의 명칭은 능호(陵號)와 원호(園號)라고 합니다. 능과 원에 묻혀 있는 주인은 능주(陵主), 원주(園主)라고 하지요.

문화재청의 개선안은 능호와 원호에 능주와 원주를 괄호 속에 병기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 성북구의 정릉은 ‘정릉(태조비 신덕황후)’, 서울 강남구의 선릉은 ‘선릉(성종과 정현왕후)’로 표기하는 겁니다. 원의 경우에는 효창원은 ‘효창원(문효세자)’, 소령원은 ‘소령원(영조 생모 숙빈)’이 되는 식입니다. 다만, 예외도 있습니다. 구리 동구릉이나 서울 헌인릉처럼 왕릉이 여럿 모여 있는 왕릉군(王陵群)의 명칭이지요. 이 경우엔 능주를 일일이 다 표현할 경우 명칭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기존 명칭을 일단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전체 개선 명칭은 기사 맨 아래쪽에 소개했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유상으로 역명을 괄호 병기하는 대상은 아니다.
실효성은 부족…도로 표지판 등에는 적용 안 돼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개선된 이름이 단지 문화재 안내판이나 홍보 자료,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만 쓰인다는 것이지요. 국가가 관리하는 공식 지명이 될 경우 자칫 혼란을 우려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건데, 제한적인 명칭 적용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도로 표지판이나 교과서 등에도 개선 명칭이 사용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같은 다른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도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문화재청 산하 조선왕릉관리소는 지난 7월 시민 7,53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7,059명(93.7%)이 명칭 개선에 공감하고 지지 의견을 보냈다고 합니다.

만약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의 이름이 ‘선릉(성종과 정현왕후)역’으로 바뀐다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존의 이름이 갖고 있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어색해 보인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죠. 어쩌면 문화재청의 실험은 흐지부지 실패로 끝나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딱딱하기만 했던 지명의 유래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 약간의 성공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정든 동네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건 장소의 역사도 함께 풍성해지는 일이니까요.

조선왕릉 능 개선 명칭(42기)
조선왕릉 원 명칭 개선안 (1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