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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저축은행 비리다, 선거 부정 사건이다 해서 주요 정치인들이 줄줄이 검찰청으로 불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의 주요 뉴스들이 연일 검찰 발(發)로 쏟아지고 있는데요, 기자들의 취재 경쟁이 과열되면서 부적절한 취재 방식과 추측성 기사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디어비평, 오늘 첫 순서로 '검찰 취재 관행',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 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홍희정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홍 기자, 출입처 가운데 취재 경쟁이 가장 심한 곳 중의 하나가 검찰청 아닙니까? 최근 취재 과정에서 검찰청과 언론사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다른 출입처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마는 특히 검찰 출입기자들의 특종에 대한 강박 관념은 유별납니다. 이러다 보니 취재에 있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는데요, 최근 일부 기자들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취재를 하다 검찰에 적발된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4일, 한 일간지에 작은 기사 하나가 실렸습니다. <녹취> 한겨레 6.4 11면 [중앙 일간지 현직 기자 검찰 컴퓨터 열어보다 적발돼] :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3일, 청사15층에 있는 저축은행 비리합동수사단 사무실 컴퓨터를 열어보던 일간지 기자 ㅂ씨를 현장에서 적발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출입 10년차의 베테랑인 해당 기자는, 최근 총리실 민간인 사찰과 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으로 수차례 특종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를 수상히 여긴 검찰이 사무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이 기자의 이른바 '반칙 취재'가 들통난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이전에도 적지 않게 불거져 나왔습니다. 지난 4월 18일, 미디어 오늘에는 한 기자가 검사실을 도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녹취> 미디어오늘 4.18. : "1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입기자단에 따르면 강아무개 기자는 지난 5일 밤 서초동 검찰청 형사3부 검사실 앞에서 수사 내용을 엿듣다 한 검사한테 적발됐다." 무리한 취재로 인해 실제 검찰 출입 기자가 구속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난 1998년 한 일간지 기자는 검사실에 들어가 컴퓨터에 저장된 교육부의 대구대 감사비리관련 수사 기록을 출력하다 건조물 침입과 절도미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녹취> 한겨레 1998. 10.16 23면 : "00 기자는 검찰 조사에서 “검찰이 밤샘조사를 많이 해 아침 일찍 취재를 하러 청사에 들어갔다”며 검사 방에 아무도 없어 교육부 감사 사건에 대한 수사상황이 궁금해 컴퓨터를 켰다“고 진술했다." 당시 신문협회 등이 해당 기자의 석방을 촉구해 풀려났지만 이 사건은 빗나간 과열 취재의 한 단면을 보여줬습니다. 검찰 출입 기자들은 정상적인 취재의 한계를 털어놓습니다. 검찰 수사 브리핑이 제한적일 뿐더러 정보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취재에 있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석진환(한겨레 기자) : "노무현 대통령 수사, 대선자금수사, 이상득 (형님) 수사 이런 것들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어서 언론은 굉장히 관심을 갖고 여론도 굉장히 관심이 많고 그런데 저희들이 알 수 있는게 너무 없기 때문에 한 마디만 들어도. 우리 농담으로 두마디 들으면 신문 한면을 쓴다고. 그런 농담을 하는데... 우리 언론 관행은 수사단계에서부터 마구 기사를 써야하는 관행이 아직도 남아있고 그래서 그런 점에서 좀 과열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질문> 취재 환경이 그러다 보니 이같은 일이 반복되었군요, 이 문제 말고도 검찰 보도와 관련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하는 경향이 있죠? <답변> 네, 검찰 수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기사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다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 검찰이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일부 진술을 특정 언론에 비공식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디어 비평은 지난 7월 9일부터 11일까지 주요일간지 1면 기사 중 검찰에서 수사 중인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녹취>조선일보 7.9 A01면 [“6000만원 짜리 금괴 두 개, 청와대 행정관에게 줬다”] :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청와대 선임 행정관에게 퇴출당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1kg짜리 금괴 2개를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녹취>중앙일보 7.9 A01면 [“보해양조, 박지원에게 수천만 원 건네”] : "검찰은 오 전 대표에게 현금을 마련해줬다는 대구의 한 호텔 카지노 사장 김 모씨에게서도 “오 전 대표가 박지원 로비 명목으로 현금을 가져갔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녹취>서울신문 7.10 A01면 [윤진식. 윤증현에 저축은행 퇴출무마 청탁함께 돈줬다.] : "검찰관계자는 9일 임 회장으로부터 윤 의원과 윤 전 장관에게 청탁 대가로 돈을 건넸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제목은 마치 범죄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이지만 내용은 검찰 관계자를 취재원으로 내세우고 '진술을 확보했다','알려졌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실제로 검찰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1면에 실렸던 3개 기사 모두 확인할 수 없다거나 아는 바 없다, 사실 무근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의혹 제기 수준의 내용인데도 1면에 실리는데다 단정적인 제목으로 인해 독자들에겐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기사들 가운데 일부는 검찰이 일부러 흘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 주변의 분석입니다.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 수사 대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혹은 여론의 추이를 살피기 위해 특정 언론에 일부 진술 내용을 흘린다는 것은 검찰 출입 기자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얘깁니다. <인터뷰> 석진환(한겨레 기자) : "검찰 간부들 사석에서 이렇게 얘기해요. 이건 한 번 애드벌룬을 띄워 본다. 여론의 반응을 본다. 이거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지금 시기에 어떻게 이걸 수사를 더 할 건지 말 건지. 오히려 바깥에서 보면 의도가 뻔히 보이는 측면이 있는데 실제로 안에 있을 때는 사건을 하나하나 쫓아가다 보면. 디테일한 팩트들 쫓아다니다 보면 전체적으로 큰 흐름이라든가 줄기 같은 경우는 못 보는 경우가 있겠구나." 이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들은 이른바 여론 재판으로 인해 사실상 유죄 판결을 받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인터뷰> 이효성(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교수) : "수사 과정에서 혐의 사실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하더라도 확정된 것은 재판에 의해 확정되기 전까지는 범죄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혐의 사실을 함부로 누설하지 않는게, 공표하지 않는게 원칙이죠. 나쁘게 얘기하면 언론과 검찰이 한 통 속이 되어서 범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부풀려서 여론 재판을 일삼는 거죠. 아주 좋지 않은 한국만의 관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언론과 검찰이 한 통 속’이라는 비판, 사실이라면 언론 뿐 아니라 검찰 모두에게 부끄러운 부분인데요, 사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추측성 보도 외에도 나중에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점 아니겠어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추측성 보도를 일삼을 만큼 큰 관심을 보이다가 법원 선고 단계에서는 시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문젭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관련 수사 당시 언론은 검찰의 수사 내용을 시시각각 보도했습니다. 검찰에 소환되는 장면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노출됐고, 혐의 사실도 구체적으로 공개됐습니다. <녹취> 조선 2009.12.23 A01면 :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평소 알고 지내던 곽 전 사장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공기업 사장 자리를 부탁받은 뒤 2006년 11월 산업자원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이원걸 산자부 2차관이 곽 전 사장에게 전화걸어 “석탄공사 사장에 지원하라”고 권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녹취> SBS 2010. 7.20 정혜진 리포트 : "검찰이 건설업자로부터 9억 7천여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한명숙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무죄. <녹취> KBS 2010.4.9 조태흠 리포트 : "지난달 8일 첫 공판부터 한 달 동안 13차례 집중심리로 진행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판. 결과는 무죄였습니다." <녹취> 동아 2011.11.1 A01면 : "한명숙, 9억 수수혐의도 무죄" 이처럼 기소 단계에서부터 추측과 의혹 보도가 무성했음에도 정작 재판 결과가 무죄가 된 경우는 한 전 총리의 경우 외에도 적지 않습니다. 법원행정처 자료를 보면 지난해 형사 재판 1심에서 난 무죄 판결은 2만 1천 229건으로 지난 2007년에 비해 무려 6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대형 비리 등을 수사하는 대검 중수부의 무죄율은 지난 2008년 27.3%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도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났거나, 여론의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개인이 입은 타격은 복구하기 쉽지 않지만 여론 재판을 몰고 간 검찰과 언론의 반성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홍 기자, 기존의 잘못된 검찰 취재 보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겠습니까? 항상 강조되는 얘기지만 언론의 자율적인 노력이 중요할텐데요. <답변> 검찰 취재 관행에 대한 반성은 언론계 일각에서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보도의 비중을 검찰의 수사 단계보다 공판 결과에 더 둬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전문가들도 검찰 수사 과정이 아니라 법원 판결 단계에서 보도를 하게 될 경우, 무분별한 추측성 기사나 부적절한 취재 방식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준현(변호사) : "기자들이 기획 취재를 할 수 있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확인할 수 있도록 보도하게 취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실 확인 업무를 하고 공판 중심주의의 어떤 법원 중심의 보도관행을 좀 자리잡혀야 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요." 영국의 경우, 피의자의 자백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하거나 엄벌해야한다는 식의 의견성 기사는 법정 모독죄에 근거해 처벌을 받습니다. 해당 사건 재판의 공정한 수행을 방해하거나 편견을 주게 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한다는 겁니다. 미국은 기소 시점에서 발표하는 보도 자료에 '기소 범죄 사실은 단순한 혐의에 불과하며 재판 확정시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점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형법에도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피의 사실 공표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 연감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간 '피의사실 공표죄'로 검사를 고소한 200여 건 모두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검찰이 위법하게 피의 사실을 언론에 알린다고 해도 검찰 스스로 기소권을 갖고 있는 이상 처벌을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검찰이 정치적인 의도나 특정한 목적을 갖고 언론을 이용하려 한다고 의심될 경우, 이를 자체적으로나 혹은 외부에서 감시하고 문제를 제기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준현(변호사) : "검사가 기소하는 것에 대해서 적정한지에 대해서 외부기관이 평가하자라든가. 그리고 그 기관이 평가해가지고 검사의 인사라든가 조직에 반영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어느 정도 좀 견제를 받고 또 책임감 있게 자기가 맡은 바 공직을 충실하게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안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과 언론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지만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검찰, 그 검찰을 상대로 취재하는 언론이 피의자 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언론 종사자와 학계, 법조계가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관행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