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누, 비자 없이도 자기 주장하며 살 수 있다는 생각 하게 해"
섹알마문 감독이 수상한 미누상은 네팔 출신으로 18년간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살았던 '미누'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미누는 다국적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Stop Crack Down)'을 결성해 노동 운동, 차별 철폐 운동을 이어가다 강제 추방됐고, 네팔에서 2018년 심장마비로 숨졌습니다.
섹알마문 감독은 "(미누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이주노동자들한테는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들이 미누를 보고 "한국 사회에서 비자 없이도 자기 주장을 해서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하게 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미누가) 추방당할 당시에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실망했고,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도 마음 아파했다"고 말했습니다.
미누상을 수상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섹알마문 감독은 "한국에 오래 있어서?" 라고 겸손하게 운을 뗐습니다. 이어, "미누가 활동한 것처럼 문화예술 활동, 저도 영화를 통해 이주노동자 문제를 한국 사회에 알리고 이런 활동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로 상을 준 게 아닐까 한다"라고 답했습니다.
섹알마문 감독은 단편 영화부터 장편 다큐멘터리까지 여러 편의 영화를 통해 이주노동자, 이주민의 현실을 말해 왔습니다. 또,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노조 합법화를 이끌었고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 "한국, 이주노동자 현실 알면서도 모르는 척…움직임이 없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숨진 이주노동자는 104명, 그리고 7,315명이 다쳤습니다. 산재 처리된 사례만 이 정도 수준이고,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노동환경에 내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섹알마문 감독은 "(고용주) 대부분은 산재 처리를 안 하려고 한다"며, "산재 처리하면 공장에 조사 들어오고 비용도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어느정도 돈을 주고 마무리 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노동자들이) 산재 처리를 해 달라고 하면 '비자 연장 안 된다, 비자 연장 안 해준다' 그런 식으로 하니까 노동자는 사장 말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섹알마문 감독은 작업 환경이 열악해도 이주노동자가 일터를 옮긴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법 때문에 사장이 원해야 (회사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라며, "노동자가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으면, 그런 경우에는 모르지만 입증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현행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의 '작업장을 바꿀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섹알마문 감독은 방송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위험한 작업 환경뿐 아니라 미등록 노동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 노동자를 '테러리스트'로 취급했던 단속 경험 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활동도 많이 하시고 목소리를 많이 내시는데도 왜 (정책에) 반영이 안 되느냐'를 묻는 질문에 섹알마문 감독은 "움직임이 많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그렇고 법무부도 그렇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고 있다. '이런 건 문제 있죠' 얘기하면서도 그냥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 "이주노동자들은 투표권도 없어서 국회의원들도 이주노동자를 위한 법을 그렇게 하려고 하지않고 결국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섹알마문 감독은 그러면서도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에 대해서는 약간의 희망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법이 만약 통과되면, 확실하게 이주노동자들이 그로 인해서 뭔가 대단하게 바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보다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사건건 유튜브 https://youtu.be/zjtI__840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