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 타결 막판까지 진통 _누가 이겼는가_krvip

국회 원구성 타결 막판까지 진통 _무슨 일이야_krvip

파행을 거듭하던 18대 국회가 19일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됐다. 18대 국회 임기 개시 82일째에 비로소 원구성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교섭단체) 등 3개 교섭단체 지도부가 이날 두 차례에 걸친 협상을 거친 끝에 이끌어낸 극적 합의였다. 앞선 이날 오전 11시20분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가축전염병예방법특위 간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20여분 동안 열린 협상에서 일찌감치 잠정 합의문을 도출했다. 전날 세 차례의 협의 끝에 이룬 공감대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날 협상의 시작은 불안했다. 한나라당 협상팀에서 "우리 입장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원칙에는 하등 변함이 없다"는 강경론이 흘러나오면서 협상 타결의 시간이 또 다시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여기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선진창조모임이 오전 협상에서 배제된 데 항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양당 협상 직후 단일안이 도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잠정 합의문을 추인받기 위해 협상이 끝난 직후 50여분 만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요청한 데 이어 오후 5시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민주당도 오후 5시 의원총회를 열어 소속 의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동시에 김형오 국회의장은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이날 오후 2시 예정됐던 본회의를 오후 5시30분으로 연기했다. 하지만 잠정 합의 도출 이후에도 양당은 또 다른 벽에 부딪혔다. 잠정 합의안이 양당 모두 한발씩 양보한 것이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이 전날 마련한 수정안을 사실상 그대로 담은 것이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반발 기류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항복문서에 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최악의 개정"이라고 혹평하면서 원내 지도부를 성토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였다. BSE(광우병)가 발생해 쇠고기 수입이 금지됐던 국가로부터 수입을 재개할 경우 국회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한다는 합의문 내용이 행정부의 국제협상권을 제약한다며 정부가 난색을 표명하자 홍 원내대표가 직접 대정부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홍 원내대표가 "진작 협상을 잘하지, 이 사람들아"라며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원내대표실 밖까지 새어나와 당정간 협의가 쉽지 않음을 짐작케 했다. 양당 모두 잠정 합의안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자 협상장 주변에선 지난달 31일 원구성에 합의하고도 인사청문특위 구성에 대한 청와대의 반대로 인해 협상문이 휴지조각이 된 악몽이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창조모임의 원내대표 등 3개 교섭단체 협상팀은 오후 2시40분께 다시 모여 최종 문안 조율 작업을 벌였고 3시간여만에 합의문 작성을 마무리지었다. 직전에 열린 한나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는 별다른 이견없이 잠정합의안을 추인했고, 이어 열린 양당 의총에서도 협상결과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이 최종 마무리되자 양당 일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표출되면서 지도부 리더십이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한나라당 권택기 김용태 의원은 "여야가 합의한 가축법 개정안은 통상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충분한 고민없이 나온 결과"라며 "원구성에 급급해 야당의 요구에 질질 끌려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결국 정부의 쇠고기 협상을 인정해준 셈으로, 촛불민심을 어떻게 달랠 것이냐"며 "100점 만점에 마이너스 협상이며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깎아내렸고, 천정배 의원도 "가축법 개정안에 대한 당론 결정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협상 타결에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홍 원내대표는 통상교섭본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측에서 쇠고기 수입 재개시 국회의 `심의' 조항에 거듭 난색을 표하자 합의문에 사인을 하기 직전까지 수화기를 귀에서 떼지않고 정부를 설득하는 데 사력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합의문 사인 직후 의총에서 "정부를 설득하고 있는 중인데 정부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나 외교부에서는 아직도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며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협상 상대측인 민주당의 조정식 원내대변인도 "홍 원내대표가 사인직전까지 정부로부터 계속 전화를 받더라"며 "정부쪽에선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말도 돈다고 하는데 홍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양당의 의총 직후인 오후 7시10분께 열린 본회의에서는 국회법 개정안과 상임위원 정수규칙 개정안 등이 38분만에 일사천리로 처리되면서 80여일의 국회 파행은 막을 내렸다. 이날 협상에 대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안을 민주당이 제시한 것 같다"고 했고,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쇠고기 수입 재개시 국회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합의한 것을 "홍 원내대표의 결단"이라고 말하는 등 서로 상대측에게 `고마움'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여야가 이처럼 원구성을 합의하기 까지는 수차례의 합의 번복과 국회의장의 국회법 개정안 직권상정 시한 설정 압박 등 숱한 고비를 넘겨야 했다. 홍준표, 원혜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16일 7월말 원구성 협상 완료 원칙에 합의한 뒤 같은 달 31일 법사위원장 문제 등 각종 쟁점들을 해소해 협상을 타결지었지만 장관 인사청문특위 구성에 대한 청와대의 `비토'로 합의는 없던 일이 됐다. 급기야 여야는 김형오 의장까지 나서 19일까지 상임위원장 선출을 끝내는 `원구성 로드맵'에 합의했지만 후속 협상에서 가축법 개정안의 명문화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합의 천명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파행을 거듭하던 국회는 18-19일 양일간 사실상 단일 쟁점으로 남은 가축법 개정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여야가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면서 접점을 찾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