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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서구의회
"의원님, 좀 뵐 수 있을까요?" "현재, 병역 의무 중입니다. 일과 시간 이후에 가능합니다."

이상한 대화같지만 실제로 서울 강서구의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지난 24일 국민의힘 소속 김민석 서울 강서구 구의원이 현직을 유지한 채 양천구 시설관리공단에서 대체복무를 시작했습니다.

현직 기초의원이 임기 중 병역의무 이행에 나선 건 헌정사상 최초입니다.

1992년생인 김 구의원은 2011년 처음 군 입대를 위한 신체 검사를 받았는데, 건강 문제로 여러차례 7급 재검 판정을 받았다가 지난해에서야 4급 대체역 판정을 받았고, 24일부터 병역 의무 이행을 시작한 겁니다.

얼핏 이해가 안되는 현역 의원의 병역 이행,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현행법상 기초의원 임기 중 군 복무가 가능한지, 대체 복무 중 기초의원 겸직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습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합니다.

■민주당 "구정 공백" vs 김민석 "겸직 허가받은 상황"

더불어민주당은 이 문제를 공론화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김미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주민들은 지역 구정을 잘 살피라고 기초의원으로 선출한 것인데, 자신의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구의원 본연의 역할을 못 하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감사기관인 구의원이 피감기관인 시설관리공단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기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황제 병역'을 하고 있는 김 구의원은 향해 하루 빨리 사퇴하고 병역의 의무에 충실하라"고 주장했습니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화력을 보탰습니다.

황 대변인은 "애초에 김민석 구의원은 출마하지 말았어야 했고, 국민의힘은 공천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지역 구민과 구정을 살피라고 뽑힌 자리를 개인 병역 문제로 이용하며, 선출직 공직자로서 국민과 구민을 기만하고 우롱하고 있다"며 김 구의원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김 구의원은 즉각 법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어제(27일) 김미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대변인과 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호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야당의 문제 제기에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강서구 의원 신분으로서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양천구 시설관리공단에서 복무하기 때문에 피감기관 복무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어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도 일과 시간 이후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듣고, 정책 개발 작업 등을 할 수 있다"며 "의정 활동이 의회 활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혹시 모를 비판에 대비해 일과 시간 이후인 저녁 6시 반 이후 의정 활동을 할 예정이며, 이미 소속기관인 양천구 시설관리공단의 '겸직 허가'도 얻었다고 했습니다.

■ 입법 미비…'구정 공백', '정치적 중립성'

그러면서도 이 문제는 정치 공세의 대상이 아니라 '입법 미비의 문제'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현행법상 의원의 겸직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고, 그래서 행정안전부와 병무청도 자신의 문의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특히 행정안전부와 병무청은 '겸직 허가'에 대한 자신의 질문에 소속기관장에게 답을 하도록 했고, 소속기관장은 '겸직을 허가했다'고 항변했습니다.

〈출처: 김민석 국민의힘 강서구의원〉
문제는 당장 '구정 공백'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일과 시간을 사회복무요원으로 활동하면서, 대부분 주간에 열리는 구의회 의회 활동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냐는 겁니다.

강서구의원에게 매년 4천5백만 원씩 지급되는 의정비도 논란입니다.

특정 정당 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킬 수 있겠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규율>
제11조(정치적 행위의 금지) 사회복무요원은 시위나 정치집회 참가 및 정치단체 행위 등 정치적 목적을 지닌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2조(영리행위 및 겸직의 금지) 사회복무요원은 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거나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 다만, 복무기관의 장이 직무수행에 지장을 주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허가한 것은 예외로 한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규율>에도 정치적 목적을 지닌 행위를 하면 안 되며, 복무 외에 영리 목적을 위한 업무나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다만 복무기관장의 허가가 있으면 겸직할 수 있는데, 김 구의원은 이 예외 조항을 근거로 자신의 복무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 병무청 "복무 기간에 선출직 공무원 겸직 불가...형평성 문제"

문제가 불거지자 병무청은 어제(27일)서야 '복무 기간에 선출직 공무원으로 겸직할 수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병무청의 유권해석 (출처: 양천구 시설관리공단)
병무청은 김 구의원이 복무하는 양천구 시설관리공단에 보낸 답변서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일과시간 외 포함) 중 정당 탈당 및 기초 의원 사퇴 없이 복무 시 경고 처분 대상"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의 겸직 허가 취지와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현역과의 형평성 등으로 일과시간과 상관없이 그 직책이 유지되는 기초의원은 겸직허가 비대상이 타당함"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병무청이 김 의원에 대한 겸직을 허용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사회복무요원 복무 기간(2024년 11월 23일까지) 중 구의원직을 박탈할 근거는 없습니다.

■ 김민석 구의원 "헌법소원 진행"

김 의원 개인에 대한 병무청의 판단과는 별개로, 제도적 미비라는 김 구의원의 반발은 여전히 곱씹어볼만 한 주제입니다.

정치권이 청년 정치를 강조하고 젊은 청년들이 지방자치와 정치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 등의 피선거권이 만 18세로 낮아졌기에 특히 더 그렇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서울 시·구의원이 된 이들 중 병역 의무 대상자는 4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에겐 헌법상 피선거권이 있는 만큼 국회 차원의 입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입법 미비에 대해 선출직 공무원의 군 복무와 관련해 지난해 4월 병역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지만,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결국, 청년 정치 참여를 외치면서도 관련 법·제도가 이에 맞는 제도적 울타리를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활동과 군 복무를 동시에 수행하려는 겸직 시도는 국민정서상 받아들여질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구의원 직을 중간에 포기한 채 병역의무를 한다 해도 문제입니다.

지역 구정을 살피라며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을 외면한 채 군 복무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은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어려울 겁니다.

김 구의원은 병무청 등의 겸직허가 취소 움직임에 "집행금지가처분 및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사례가 처음인 만큼 다른 청년 정치인들에 앞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겠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