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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 등 7개의 국보를 품고 있고, 경내에는 수백 년 된 소나무 2백여 그루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 주차장 옆 숲에서 소나무 한 그루가 말라 죽었습니다.

잎과 가지는 온통 붉게 변해버린 상태였습니다.

당시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녹취> 경주시 관계자(음성변조) : "불국사 쪽에도 재선충이 있다고 하는 얘기는 못 들었거든요."

하지만 조사 결과 이 나무는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불국사 입구와의 거리는 불과 150미터, 이대로라면 불국사 경내 소나무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현재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소나무는 벌채됐습니다.

후속조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영만(경주시 산림경영과장) : "불국사 주변 전체 소나무 한 3천여 그루에 대해 예방주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

지난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재선충은 남부지방 뿐 아니라 중부와 제주 등 전국으로 퍼졌고, 이제는 세계문화 유산 불국사 코 앞까지 파고들었습니다.

그동안 수천억 원을 투입한 방제대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소나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제주의 명소 산방산.

제주십경으로 꼽히는 산방굴사가 있는 곳입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사철 푸른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뤘지만, 지금은 군데군데 붉게 병든 소나무만 눈에 띕니다.

말라죽은 소나무는 벌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산방산 인근 주민 : "소나무가 거의 주를 이루는데 지금은 재선충 때문에 많이 죽다보니까 경관이 많이 달라진 거죠. 그 전에 보실 때하고 지금 보실 때하고는 차이가 많이 생긴 거죠."

1년 전엔 산방굴사 앞에 있던 6백 년 노송마저 재선충병에 말라 죽고 말았습니다.

<녹취> "노송 신목을 재선충으로부터 올곧게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불가피하게..."

산방산 주변 해안림도 마찬가지입니다.

<녹취> "나무가 지금 50% 정도 다 베어진 상태거든요 보면...(굉장히 많이 베었네요?) 네."

바닷가를 지키던 소나무는 밑둥만 남겨진채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만장굴 주변의 소나무 군락지.

세계자연유산으로 보호받아야 할 곳이지만 재선충병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인식(산림기술사) : "입구까지 갔는데 결과적으로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아요. 제가 봤을 때는 한 60~70%는 소나무들이 많이 고사한 것 같더라고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피해 상황은 훨씬 심각합니다.

<녹취> "도로변 쪽에 피해가 심하네요. 소나무 군락지인데 피해가 상당히 심해졌습니다. (여기보면 군데군데 붉게 보이는데 이런 게 다...) 네, 고사된 상태입니다."

제주도에서 재선충이 처음 발견된 건 지난 2004년.

한때 주춤했지만, 2013년 한 해에만 22만 그루가 말라 죽었고 10년 만에 재선충병은 제주 전역으로 번졌습니다.

전국적으로는 지난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2005년부터 피해가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주로 남해안 지역에서 발생하던 피해는 2010년 중부지방으로 확대됐고, 현재 74개 지자체, 사실상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그동안 860만 그루가 넘는 소나무들이 말라 죽었습니다.

<인터뷰> 서재철(녹색연합 사무국장) : "현재 상황에서 향후 한 2~3년 동안 이것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이 확산은 거의 우리 산림 면적의 반 이상으로 번질 것이고,특히 2015년이 그런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소위 우리가 이야기 하는 골든타임이 아닌가..."

소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건 몸 길이가 1밀리미터 정도인 이 '소나무 재선충'입니다.

<인터뷰> 한혜림(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 "3일 정도면 알에서부터 완전한 성충으로 자랄 수 있을 만큼 세대가 굉장히 짧아서 밀도가 증식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에 속합니다."

소나무 재선충을 다른 나무로 옮기는 매개충은 바로 이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입니다.

솔수염하늘소는 5월에서 8월 사이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돼 솔잎을 갉아 먹습니다.

이 때 재선충이 소나무로 옮겨지게 됩니다.

재선충이 들어간 소나무는 보통 4~5개월 안에 말라 죽는데, 솔수염하늘소는 살아 있는 소나무가 아닌, 말라죽은 소나무에만 알을 낳습니다.

말라 죽은 소나무에서 겨울을 보낸 애벌레는 이듬해 성충이 돼 다른 나무의 솔잎을 갉아 먹으며 다시 재선충을 옮기는 겁니다.

지금으로선 재선충 자체를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을 제거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인터뷰> 한혜림(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 "(솔수염하늘소 같은) 매개충이 그 병을 전파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재선충의 이동하는 연결고리를 잘라주고자 하는 것이 방제의 하나의 전략이고요."

죽은 소나무를 잘라내 한 곳에 모아 약제를 넣은 뒤 비닐을 밀봉하는 '훈증'이 일반적인 방제 방법입니다.

하지만 산림 경관을 해치고 산불 위험을 키울 수 있어 최근엔 매개충 애벌레가 살 수 없도록 잘게 파쇄하거나 소각하는 방법을 씁니다.

<인터뷰> 정규원(산림기술사) : "훈증은 사실 경관상도 옳지 않고 재발생이 될 확률이 있죠. 왜냐하면 찢어진다든지 바람에 훼손된다든지 그렇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에만 훈증을 하는 거죠."

어떤 경우든 말라 죽은 소나무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다면, 그 속에 남아있는 매개충이 이듬해 다시 재선충을 전파시킵니다.

고사목을 제거하는 방제 작업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경북 경주의 양동마을.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입니다.

마을 뒷산에 오르자 곳곳에서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나무들이 보입니다.

<녹취> "여기 여기 이쪽으로 오세요!"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녹취> "(저거 소나무인가요?) 네네."

죽은 소나무를 제거하는 방제 작업을 한 곳이지만 바로 옆에 말라 죽은 소나무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방제작업이 원칙대로 이뤄졌다면, 매개충 애벌레가 겨울을 날 수 있는 직경 2.5센티미터 이상의 고사목은 모두 제거됐어야 합니다.

<인터뷰> 서재철(녹색연합 사무국장) : "소나무가 고사된 채로 방치돼 있었기 때문에 다시 솔수염하늘소는 저기를 매개로 혹은 저기에 안착해서 다음 겨울을 넘기고 봄, 여름에 이 주변에 확산된 것이죠."

불국사의 재선충 피해도 허술한 방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솔수염하늘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약 3킬로미터.

그런데 이미 3년 전 불과 2.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재선충병이 발병했습니다.

위험 신호가 있었는데도 예방과 방제작업을 게을리 한 것입니다.

비슷한 일은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잘려진 소나무들이 방치돼 썩어가거나, 땅에 묻어놓은 고사목이 빗물에 쓸려내려가거나, 화물차에서 떨어진 소나무 가지들이 길가에 나뒹굴기도 합니다.

그동안 재선충 방제에 투입된 예산만 3천 6백억 원.

피해가 확산되면서 밑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명관(산림청 산림병해충과 사무관) : "여러가지의 중복된 감시 체계를 동원해서, 방제 자체가 꼼꼼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렇게 관리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80년대 재선충 피해를 크게 입었던 일본.

교토 지역의 산림은 80% 이상 소나무였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기타바(일본 벌목공) : "예전에 이 부근에 소나무가 많았나요?" "네. 지금도 남아있는 소나무가 있어요. 하지만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어요."
일본은 문화재나 해안 방풍림 등 주요 지역과 피해 초기 지역 등을 제외한 야생 소나무의 방제 사실상 포기한 상태입니다.

최근 한국을 찾았던 재선충 전문가 후타이 교토대학 교수는 확산 초기 상태인 지역을 중점적으로 방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후타이 가즈요시(교토대학 명예교수) : "부산 근처는 이미 손 쓸 방법이 없을 정도로 심합니다. 거기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회복하기 어렵습니다.때문에 경주 같은 확산 초기 단계인 지역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예외 없이, 철저하게 방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염되면 해를 넘기지 못하고 말라 죽는 일반 소나무와 달리 길게는 1년 이상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 이른바 '잠재 감염목'을 찾아내 방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후타이 가즈요시(교토대학 명예교수) : "잠재 감염목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계속 병이 퍼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선충 피해목 주변 나무들의 진액을 조사해야 합니다."

산림청은 올해 시무식을 재선충 방제 현장에서 열었습니다.

<인터뷰> 김명관(산림청 산림병해충과 사무관) : "재선충 병 방제의 가장 큰 핵심은 재발생률을 최소화 하는 겁니다. 2013년도에 (재선충 피해) 218만 본이 발생했고요. 올해까지 109만 본, 즉 재발률이 50%였습니다. 이것을 다시 30%로 낮추는 게 올해 저희 목표입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각 지자체가 시행하는 방제 작업의 완성도를 높여야 합니다.

<인터뷰> 서재철(녹색연합 사무국장) : "방제를 이끌어가는 컨트롤타워부터 일선 현장에서의 상황을 조치하고 방제를 직접 실행하는 단계까지가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일선에서는 전혀 국가적인 재난에 걸맞는 아주 꼼꼼하고 세심한 작업과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올해 책정된 재선충 방제 예산은 660억 원.

이 돈을 어디에 먼저 투입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각 지자체에 맡겨두기 보다 주요 지역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산림청이 직접 방제를 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병천(농학박사) : "울진에 있는 금강소나무라든지 이런 거 지켜야될 부분이 있지않습니까? 우리가 지켜야 될 소나무를 선정하고 선정된 소나무에 대해서는 그 매뉴얼 대로 가야 된다는 거죠."

우리나라 산림의 30%를 차지하고, 역경을 뚫고 헤쳐나가는 한민족의 기상을 나타내는 한 상징으로 애국가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소나무.

<인터뷰> 이병천(농학박사) : "소나무가 없는 우리나라 생태계를 생각해보십시오. 소나무가 없는 북한산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까? 상상을 못하는 거죠."

소나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