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된 위안부 할머니, 오늘 무대 공연_포커의 파워 시퀀스_krvip

가수가 된 위안부 할머니, 오늘 무대 공연_높은 수준의 포커를 치다_krvip

오늘(14일) 저녁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특별한 공연이 펼쳐진다. '나비, 평화를 노래하다'라는 문화제에서 90살의 여가수가 정식 데뷔 무대를 갖는다. 주인공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이다.


"노래를 하면 수근덕대던 시절이 있었다."

길 할머니는 평소에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음반 제작 권유를 받았지만 건강 문제로 미루다가 지난해 9월부터 녹음을 시작해 결실을 맺었다. 지난 10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길 할머니는 "90살이나 먹은 늙은이가 그냥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노래해서 주책이 아닌가 싶어요."라며 수줍게 말했다.

하지만 그 뒤엔 남모를 아픔이 숨겨져 있다. 윤미향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가 대신 털어놨다. "할머니들이 노래 부르시는 걸 참 좋아한다. 모이시면 노래도 뽐내고 춤도 추시는데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땐 입을 다무셨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아픈 과거를 가진 개인으로서 노래를 잘 하고 춤사위를 잘 하는 것 만으로도 수근덕거리며 편견을 가지고 보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해자 할머니들은 노인정에서 야유회를 갈 때도 갈 수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녹음된 '한 많은 대동강' 들으며 울었다."

처음 녹음을 제안한 건 휴매니지먼트 대표인 장상욱 대표였다. 콘서트와 축제를 기획하는 회사인데 4년 전 정대협 측에서 음향장비 성능이 너무 떨어져 도움을 요청했고, 매주 진행하는 수요시위를 도우면서 인연을 맺었다. 장 대표는 "할머니의 가수 꿈이 현실이 돼야 할머니가 해방의 날개를 달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이 노래를 부를 시민들을 모집했는데 이 메일이 수백통이 왔다. 당초 6명을 선발하려 했는데 적극적인 지원자가 많아 9명을 뽑았고 같이 노래를 불렀다. 지난달 중순부터 할머니가 계신 쉼터와 녹음실에서 모두 3차례나 녹음했는데 장 대표가 가장 감동을 받은 건 '한 많은 대동강'이란 노래다. 녹음을 마치고 다른 사람이 듣기 전에 집에서 밤에 불을 꺼놓고 틀었는데 계속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음반 2000장 한정 수량 제작…후원금 기부자에 증정

음반엔 '한 많은 대동강'을 비롯해 '아리랑', '남원의 봄 사건' 등 15곡을 담겨있다. 정식판매는 되지 않고 2000장 한정 수량으로 제작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에 후원금 10만 원을 기부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증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