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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리만 브라더스 파산과 함께 세계적 금융 위기가 시작된 지 2년, 미국은 지금 대공황의 공포에서는 벗어났습니다. 그렇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구요? 네..월가의 금융권은 실적 잔치를 벌일 정도로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소비가 일어나지 않고 실업률도 고공행진하면서 실물 경제는 여전히 밤길을 걷고 있다고 합니다. 금융 위기 2년, 미국 경제의 현주소를 임장원 특파원이 진단합니다. <리포트> 주가 폭락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메우고... 세계 자본시장을 좌지우지하던 5대 금융회사 가운데 2곳이 간판을 내렸습니다. 2008년 9월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가의 참담했던 모습입니다. 꼭 2년이 지난 지금, 월가는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고급 식당가에는 활기가 넘치고, 금융회사 직원들의 표정은 다시 밝아졌습니다. <인터뷰>플린 해셋(월가 펀드매니저) : "월가 분위기가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좋아지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월가의 상징인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도 금융위기 당시의 비관론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난달까지 팽배했던 경기 재침체, 이른바 '더블 딥'에 대한 걱정도 이달 들어 상당히 줄어든 상탭니다. <인터뷰>앨런 발데스(투자자문사 사장) : "상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과거의 불안감이 없어졌고, 이제 아무도 절망 섞인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금융위기 직전에 만천 선이었던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6천5백선까지 폭락했다가 이제 만5백 선으로 올라섰습니다. 금융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위기에서 살아남은 금융회사들은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투자은행 리만 브러더스 건물... 이제는 영국계 바클레이즈 은행의 간판이 걸려있습니다. 리만을 인수해 월가의 강자가 된 이 은행의 순이익은 지난 2년간 수직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110%, 올 상반기에 다시 30%나 뛰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도 1분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흑자를 내는, 전례없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월가에는 다시 햇볕이 들고 있지만, 미국의 실물 경제는 여전히 밤길을 걷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주택단지... 수영장까지 달린 고급 주택이 버려진 집처럼 방치돼 있습니다. 새파랐던 잔디는 모두 말라죽었습니다. 주택 대출금을 갚지 못해 은행에 압류된 집입니다. <인터뷰>앤디 에이첸(주민) : "악몽입니다. 이자율과 집값이 빨리 정상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공사를 하다 아예 중단해버린 빈집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은행빚을 갚지 못해 압류된 주택은 올 2분기에만 30만 챕니다. 사상 최대 규몹니다. 압류를 해놔도 팔리지가 않으니 은행에도 골칫거립니다. <인터뷰>빌 오레퍼디(부동산 중개인) : "주택을 압류해도 유지 경비가 엄청나서 은행도 버티기 힘든 실정입니다." 9%를 웃도는 실업률 역시 낮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로 일자리 600만 개가 사라졌습니다. 구직센터를 찾아도 헛걸음만 하기 일쑵니다. <인터뷰>알레한드로 안드레스(전직 요리사) : "한 달 반 동안 직장을 찾고 있는데, 허사입니다." 지난 2년간 미국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갖가지 처방을 동원했습니다.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8천억 달러를 경기 부양에 투입하고, 집을 사면 세금을 깎아줬습니다. 그 결과, 경제 성장률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마이너스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부양책이 끝나가면서 다시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경기 부양책이 미국 경제를 공황의 위기에서 건져냈지만, 성장 동력까지 살려내진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가장 큰 이유는 소비가 부진하다는 겁니다. 소비가 경제 성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인들은 그동안 소비를 통해 경제를 지탱해왔습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은 전례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았던 2007년 미국 가계의 저축률은 1.7%였습니다. 집값이 폭락하고 실업자가 넘치는 요즘은 6%를 뛰어 넘었습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경제가 불안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 함께 살죠." 소비를 늘리는 해법은 역시 일자리를 늘리는 건데, 아직은 싹이 보이질 않습니다. 기업들이 경기 부양책 덕분에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투자와 고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 들어 미국 상장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은 사상 최대 수준인 2조3천억 달러까지 늘었습니다. 정부가 쏟아부은 세금이 금융 부실을 메우고 기업의 이익을 늘려줬지만, 서민들 주머니 속까지는 스며들지 못한 겁니다. 급기야, 미국 정부가 재정 적자를 무릅쓰고 또 한 번 부양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3천5백억 달러, 430조 원을 더 써서 도로와 철도 등을 깔고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겁니다. <녹취>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 "출혈이 멈추고 경제가 안정됐지만, 문제는 개선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양책이 제대로 가동된다 해도 사라진 일자리를 되찾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데이비드 위스(스탠다드앤푸어스 경제분석가) : "2008년 수준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5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봅니다." 일자리 창출과 함께 금융 위기의 재발을 막는 작업도 갈 길이 멉니다. 올 들어서도 일부 금융사가 투기성 거래에 손을 댔다가 수천억 원씩 손실을 봤습니다. <인터뷰>투자은행 임원 : "위험을 감수해야 보너스가 커집니다. 그래서, 과도한 투기성 거래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런 탐욕에 고삐를 채울 금융개혁 법안이 오랜 진통 끝에 지난 7월 발효됐습니다. 금융회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위험한 거래를 허용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인터뷰>캐리 리히(디시전이코노믹스 컨설팅그룹 이사) : "금융회사들이 책임질 수 없는 투기성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더 많은 자본을 확충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예상보다는 칼끝이 무뎌져서 월가에선 '불행 중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인터뷰>플린 해셋(월가 펀드매니저) : "경제가 안정을 되찾으면 많은 월가 사람들이 (수익성이 높은) 투기적 거래 쪽으로 돌아갈 겁니다." 금융 위기의 격랑이 휩쓸고 간 지 2년... 파국은 피했지만, 고통은 끝나질 않고 있습니다. 월가의 탐욕과 부동산 거품이 빚어낸 위기는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여전히 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