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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사는 김 모 씨는 후두암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지난달 강원도 홍천을 찾았습니다. '항암효과'에 '해독 작용'을 한다는 황토 100%로 이루어진 '황토찜질방'을 구매하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김 씨 아버지는 황토찜질방을 마당에 설치해 사용한 지 2주쯤 지나자, 목에 혹이 생기고 통증이 심해졌다고 합니다. 몸에 좋다는 황토 100% 찜질방까지 샀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황토찜질방 벽을 긁어내자 하얀색 부분이 드러났다
황토벽을 긁어내니 하얀 가루가 나온다?..."정말 '황토 100%' 맞아요?"

처음에 김 씨 아버지는 찜질방 내부 벽을 빙 둘러싼 편백나무에, 실리콘이 발라져 있는 것을 의심했습니다. 아무래도 실리콘에서 몸에 해로운 성분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던 김 씨의 아버지는 편백나무와 실리콘을 함께 뜯어내다가, 그 과정에서 황토벽을 깊게 긁었습니다.

그런데 '황토 100% 찜질방'이라던 벽은 황토색이 아니었습니다. 벽을 조금만 긁으니, 마치 시멘트나 석회 같은 은회색의 물질이 보였습니다. 찜질방의 특정 부분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어느 곳 벽면을 긁어도 상황은 똑같았습니다.

김 씨는 황토 벽돌을 만드는 다른 업체 사장에게 찜질방을 보여주니, 사장은 "이건 황토가 아니라 시멘트다"라고 단언했다고 합니다. 황토는 황토 색깔이 나야 한다며, 황토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분명 황토가 아니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사장 "시멘트라뇨, 열을 가하면 황토는 그런 색깔이 돼요."

김 씨는 찜질방 납품업체 사장에게 왜 황토만 사용하지 않았는데 황토 100%라고 속여 팔았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사장은 이게 순수한 황토 100%까지는 아니지만, 시멘트가 아닌 '황토모르타르(몰탈)'을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장은 이 '모르타르'라는 게 돌가루를 의미하며, 황토와 함께 황토를 만드는 주원료가 되어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해서 찜질방의 형태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또 찜질방에서 전체적으로 은회색빛이 도는 것도, "황토는 원래 완전히 건조되고 나서, 열을 가해지면 탈색되는 성질이 있다"며 "지금껏 수백 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했는데 다른 제품들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찜질방 업체 사장이 사용했다는, 시멘트가 함유된 황토모르타르(황토몰탈)
"황토가 열 때문에 하얗게 된다는 건 금시초문"

찜질방 납품업체 사장은 찜질방을 만들 때 황토를 주로 사용하고, 마무리 작업만 돌가루와 황토를 섞어 만드는 '황토모르타르'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상황.

그런데 정작 이 황토모르타르를 납품했다는 업체 사장의 얘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황토모르타르는 황토는 20% 정도에 규사 70%가량, 그리고 소량이지만 '시멘트'가 들어간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이 업체 사장님은 '황토에 열을 가하면 탈색되는 성질이 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다 "대부분 황토만 사용하고 일부만 황토모르타르로 마무리 작업을 했다면 벽이 이렇게 하얗게 변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취재팀이 접촉한 한옥 건축 전문가 역시 "황토의 특성상 하얗게 변하는 현상의 대부분은 습기에 의한 것이지 불이나 열에 의해서 변한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며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처음 듣는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황토는 열에 의해서는 검게 그을리는 게 일반적이지, '하얗게 변한다'는 것은 한옥 건축을 하며 황토를 계속 다뤄온 전문가도 처음 듣는다는 겁니다.

최근 중년층을 중심으로 황토가 피부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에 효능이 있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고, 황토찜질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유행에 맞춰 '황토 100%'라느니 '암을 치료해 준다'는 등의 허위·과대광고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중병을 앓고 있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황토찜질방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있는데, 이런 절박한 심리를 악용하는 상술은 근절돼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