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AI에 차분해진 세밑…회식문화 ‘실종’_핫마트에서 돈 버는 방법_krvip

구제역·AI에 차분해진 세밑…회식문화 ‘실종’_아시안 컵 포트 점점_krvip

충북 중심부를 휩쓴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세밑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다. 구제역과 AI 차단과 예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농민들을 배려해 자치단체마다 앞다퉈 송년행사나 새해맞이를 취소한 가운데 기관·단체는 물론, 직장에서도 한 해를 마감하는 송년회 자리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최대한 간소하게 치르거나 아예 생략하는 곳도 적지 않다. 지난 3일 이래 충북에서는 진천(9곳), 음성(1곳), 증평(1곳), 청주(3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 15일 증평 보강천에서 잡힌 야생철새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까지 검출되면서 관계 당국과 농가에는 가축 전염병 예방과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 3일 구제역이 처음 신고된 진천군의 경우 매일 방역 작업에 30∼40명의 공무원이 투입되고 있으며, 음성·증평·청주도 비상 방역 체계를 가동 중이다. 또 이들 지역과 인접한 충주, 보은, 옥천 등은 구제역 유입을 막기 위해 거점소독소를 설치·운영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근 이들 지역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회식 문화가 자취를 감췄다. 때가 때이니만큼 송년회는 물론 사람이 여럿 모이는 모임조차도 조심스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부 기관에서는 '회식 자제령'까지 내려 직원 단속에 나서고 있다. 진천의 한 공직자는 "축산농가는 시름에 젖어 있는데 괜히 모여 술 마시고 떠들면 주민들이 곱게 보겠느냐"며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공식적인 송년회는 물론 단체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직사회의 이런 분위기는 일반 직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흥청망청' 송년회보다는 '간소하고, 의미 있는' 송년회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충북대학교 여직원회는 지난 18일 오후 2시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일원에서 송년회를 겸한 '사랑의 연탄 나누기' 봉사활동을 펼쳤다. 여직원회의 한 관계자는 "의미있는 송년회를 보내자는데 뜻이 모여 지난해부터 술잔을 부딪치는 송년회 대신 사랑나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커피전문점에서 티타임을 갖고 소회를 나누는 '무 알코올 송년회'가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직장인 이모(39·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는 "술자리는 술을 좋아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이 갈리기 마련인데 맑은 정신에 커피 한 잔을 하며 서로 마음을 털어놓고 한해를 회고하니 뜻 깊었다"고 말했다.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의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평소 저녁 시간대는 20대 초중반 손님만 드문드문 있었는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직장인 단체 손님이 늘어 연장 영업을 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커피로 송년회를 마무리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요식업계는 울상이다. 북문로의 한 중국요리 전문점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며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한동안 장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연말 특수마저 기대에 못 미쳐 손해가 크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