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의미와 전망_빙고에서 이기길 기도해_krvip

그리스 구제금융 의미와 전망_포커 플레이어 블로그_krvip

단기적으론 디폴트 우려 완화될 듯 개혁이행.실물경제 침체 등 불확실성 남아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3년간 총 1천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함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에 재정위기발(發) 불안을 몰고왔던 그리스 재정난이 가라앉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어느 정도 누그러들겠지만 재정긴축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개혁 이행에 대한 불확실성과 고강도 긴축이 경기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킬 위험을 고려하면 불안은 그래도 남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1999년 출범 이래 유로존 최대 위기로 여겨진 이번 그리스 사태에 대해 유로존의 초기 대응은 미흡했지만 구제금융에 미온적이던 독일의 지원을 이끌어내 행동에 나선 것은 유로화 가치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구제금융..단기적 디폴트 우려 완화 = 지원규모가 애초 예상됐던 것보다 대폭 확대됨에 따라 적어도 구제금융 기간에는 그리스가 디폴트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는 상당 부분 누그러들 전망이다. 애초 올해 450억유로를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되자 금융시장에서는 겨우 올해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며 디폴트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했다. 그리스의 지난해 국가부채가 3천억유로(GDP의 115.1%), 재정적자가 GDP의 13.6%(EU 추정치)에 달하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2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무려 11.4%까지 뛰어올랐고, 급기야 신용등급은 정크본드로 추락하고 말았다. 결국 유로존과 IMF는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지원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특정 국가에 지원된 구제금융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개혁 이행 불확실성 남아 = 그럼에도 재정적자 축소와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 개선을 위한 개혁이 계획대로 이행될지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는다. 그리스는 재정적자를 2014년에 GDP의 2.6%로 낮춘다는 목표 아래 향후 3년간 재정적자를 300억유로(2009년 GDP 기준 11%) 감축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여론조사업체 알코사가 일간 프로토 테마의 의뢰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51.3%가 IMF 프로그램에 반대해 거리 시위에 동참할 것이라고 답변한 대목은 그리스 정부의 차질없는 개혁 이행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 특히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고 연금액도 줄이는 방향의 연금제도 개혁안과 공무원의 특별보너스를 폐지하고 대량해고 규정을 완화하는 등의 조치들은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양대 노총인 공공노조연맹(ADEDY)과 노동자총연맹(GSEE)은 지난 1일 대규모 시위에 이어 오는 5일 전국적인 동시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양대 노총은 이후에도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은 유로존.IMF 구제금융을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해 개혁 조치가 이행돼 피부로 체감되기 시작하면 부정적 여론이 커질 공산이 크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 정부로선 재정적자 수치가 낮아지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 그리스 국채를 선뜻 건드리지 않을 투자자들과 더욱 힘들어지는 삶에 정부에 대한 불만을 키울 국민들 사이에 처할 형편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파판드레우 총리의 개혁 의지를 끊임없이 시험할 것이라는 의미다. 사회당 정부는 재정적자 축소에 성공하더라도 IMF 구제금융 2년 만에 정권에서 물러난 헝가리 사회당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정치적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다. ◇침체 깊어질 실물경제 = 개혁 이행에 대한 불확실성 뿐만 아니라 개혁을 차질없이 이행하더라도 또 다른 위험이 남는다. 강도 높은 재정긴축이 침체에 빠진 실물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고강도 긴축이 가뜩이나 취약한 실물경제에 충격을 가할 위험이 있다. 다만 긴축 계획은 지난해 -2%를 기록한 경제가 올해 -4.0%, 내년 -2.6% 등을 기록해 경기침체의 골이 어느정도 깊어질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짰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정크본드로 강등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재정적자 축소 대책이 그리스 중기 경제성장 전망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또 재정적자 축소와 더불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적인 개혁이 수반되지 않으면 지속된 경기침체가 재정적자 축소 노력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금 지원이 끝날 무렵에 오히려 더욱 불어나 있을 정부부채를 감안하면 차제에 채무조정에도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그리스 재정위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각하다. 위기가 미국과 일본 등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한 경고가 현실화하면 그동안의 노력과 상관없이 그리스는 다시 한번 벼량끝에 몰리게 된다. ◇유로존, 초기대응 실패 후 뒤늦게 수습 = 지난해 11월 그리스 사태가 불거진 이후 시장에 확산된 불확실성의 진원 중 한 곳은 바로 유로존의 대응이었다. `그리스 지원은 혈세 낭비'라는 국민 여론이 지배적인 독일이 유로존의 그리스 지원 실행에 매번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프랑스와 더불어 사실상 EU 단일통화체계인 유로존을 이끌고 있는 국가다. 유로존의 잦은 이견 노출에 그리스 신용등급은 정크본드로 추락해 유로존 출범 이래 처음으로 회원국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는 사태를 맞았고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신용등급도 잇따라 강등되면서 `유로존 위기'로 확산됐다. 금융시장에서는 `그리스 유로존 축출', `유로존 와해'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돌았다. 결국 독일은 `유로존의 안정'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감하고 그리스 지원에 나섰다. 신속하지 못한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탓에 결과적으로 더 큰 규모의 구제금융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유로존이 독일을 그리스 지원에 이끌어내는데 성공, 뒤늦게나마 수습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에서 얻은 성과로 평가될만 하다. 이는 그리스 못지않은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이른바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로 그리스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이 "그리스 사례는 유로존 모든 회원국이 상호의존적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언급한 대목은 어떤 이유가 됐든 취약한 고리로부터 `유로존의 안정'이 위협받는 상황이 다시 불거지면 유로존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대신 독일은 유로화의 안정이 위협받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를 GDP 대비 각각 3%, 60% 이내로 제한하는 EU의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을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