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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천경자 화백의 1주기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가 열리고 있다.

추모전은 천 화백이 타계한 1주기 다음 날인 8월 7일까지 열릴 예정인데 '미인도' 위작 논란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연일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천 화백이 1998년 서울시에 기증한 93점과 일반 소장자로부터 대여받은 작품 등 107점이 선보이고 있다.


1979년 作 ‘뉴델리’ 위작이다

그런데 전시 작품 가운데 개인 소장자로부터 대여받은 1979년 작 '뉴델리'가 위작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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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는 인도인 남성 두 명이 두 마리의 코끼리에 각각 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미인도 위작 여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천 화백의 그림에 대해 또 다른 위작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술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충격으로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뉴델리' 작품을 위작으로 지목한 사람은 미술품 감정분야 전문가인 이동천 박사다. 이 박사는 중국의 대가로부터 서화 감정과 문헌 감정을 사사한 사람으로 1999년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감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대학원과 명지대 대학원 등에서 감정학 강의를 한 전문 감정학자다.


이 박사는 자신이 저술한 '미술품 감정비책'에서 30여 쪽에 걸쳐 '뉴델리'가 천 화백의 다른 작품과 다르다는 것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① ‘뉴델리’, 다른 작품 서명과 다르다

이 박사는 먼저 그림 왼쪽 아래의 서명이 다른 작품에서 나타나는 천 화백의 서명 습관과 다르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 박사는 특히 앞글자 '뉴'에서 'ㅠ' 자의 왼쪽 획이 바깥쪽으로 삐쳐 있는 점을 지적했다. '뉴'라는 글자가 들어간 천 화백의 다른 서명 10여 점을 모두 찾아 비교해도 이렇게 왼쪽 획이 바깥으로 삐친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근거로 비슷한 시기 그린 '뉴델리'와 '뉴델리동물원'을 비롯해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뉴욕 센트럴파크', '뉴멕시코아바끼', '뉴멕시코타오스', '뉴올리앙즈 프리저베이션홀' 등 제목에 '뉴'가 들어간 작품 사진을 제시했다.

② ‘뉴델리’에는 덧칠 흔적 있다

게다가 위작으로 지목한 '뉴델리'의 서명에는 덧칠한 흔적도 있다고 이 박사는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덧칠 자체가 위작임을 증명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지만 천 화백은 서명에 오타가 있어도 고치지 않을 정도로 서명을 한 번에 끝내는 습관이 철저했다는 것이다.

천 화백은 1981년 작 '폭풍의 언덕'을 '폭풍의 억덕'으로 잘못 표기했지만 이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놔뒀다. 마음에 안 드는 문장은 그 위에 줄을 긋고 나서 낙관을 찍기도 했다. 1979년 작 '뉴델리동물원'에선 글자가 번지며 뭉개졌지만 덧칠하지 않았으며 1997년 작 '브로드웨이 나홀로'는 안료가 바탕에 잘 먹지 않았음에도 덧칠하지 않았다. 작품에 서명까지 마친 뒤 다시 색을 입힌 경우에도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서명을 피해 색칠을 할 정도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의 서명에선 덧칠한 흔적인 안료 뭉침 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는 위조자가 천 화백의 서명과 어떻게든 비슷하게 하려다가 남은 흔적이라고 이 박사는 주장했다. 특히 서명 아래 작은 점이 찍혀 있는데 이 점은 서명을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서명한 흔적이며 사진을 색 분해해보면 지워진 글자의 존재가 확인된다고 이 박사는 설명했다.


③ ‘뉴델리’ 필 획 성격도 다르다

이 박사는 아울러 글씨를 쓰는 속도나 필 획의 성격도 천 화백의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1979년을 한문으로 표기한 '一九七九'에서 '七을 보면 글씨 쓰는 속도가 느리며 마지막 필 획의 끝이 아래로 향하듯 멈췄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쓴 같은 글자를 보면 모두 필 획의 끝이 위를 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의 문제 제기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여러 차례 이뤄진 감정을 문제없이 통과한 작품"이라며 "개인 소장가가 천 화백에게서 직접 구매한 작품이며 소장 경로까지 다 확인해 위작 논란이 일어날 수 없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뉴델리’, 제2 ‘미인도’ 되나

작가가 타계한 상황에서 미술품 감정 전문가의 위작 감정에 대해 소장자가 생전 작가로부터 구입한 작품임을 내세우고 있어 '뉴델리'가 제2의 미인도 논란으로 이어질 것인지 미술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25년째 위작 시비에 휩싸여 있는 '미인도'는 현재 검찰의 의뢰로 국립과학수사 연구원에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진품 여부 감정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