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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일 충격적인 자료를 내놨다. 한국의 대기업 정규직 대졸 초임이 2014년을 기준으로 3,976만원으로 2014년 평균 환율로 3만 7,756달러를 기록해, 일본의 2만 7,105달러보다 무려 39%나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일본보다 우리 나라의 대졸 초임이 훨씬 더 높다니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사회 초년생들은 비록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일본보다 더 높은 임금으로 윤택한 삶을 산다는 통계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우리가 체감하는 임금과 경총의 통계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런데 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일본과 비교해 39%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으면서 그 통계를 동등한 조건으로 비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34세 이하로 초봉을 집계하고, 일본의 경우에는 24세 이하 임금을 기초 통계 자료로 삼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일본과 우리나라의 신규 채용 연령이 차이가 난다고 해도 무려 10살이나 차이가 나면 그 수치를 신뢰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정규직'을 따로 떼서 초봉이라고 집계해 놓고, 일본은 '상용직' 임금의 평균을 냈다는 점이다. 정규직과 상용직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상용직은 고용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사람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에 상용직에는 비정규직이 포함될 수 있다. 우리나라만 정규직을 따로 떼서 통계를 낸 것은 공정한 비교라고 하기 어렵다.

경총의 초봉 비교 기준


더 큰 문제는 한일 양국의 근로시간에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무려 2,12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두 번째로 길었다. 이에 비해 일본의 연평균 근로 시간은 1,729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무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로 시간이 무려 23%나 많기 때문에 단순 연봉이 아닌 시간당 임금을 비교해야 보다 공정한 비교가 될 것이다.

연평균 근로 시간


또한 2014년은 일본이 인위적으로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춘 탓에 우리 원화가 상대적으로 4~50% 고평가 됐던 해였다. 사실 일본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가 아니었다면 이런 환율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같은 환율 왜곡 현상을 보정하지 않고 두 나라의 임금 체계를 비교했다면 그 비교가 합리적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평균 근속 연수는 2014년에 고작 5.6년에 불과해 일본에 비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결국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짧은 기간 동안 자신의 능력을 모두 소진하고 결국 나이를 먹으면 버려진다는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차이 때문에 양국의 초봉만을 단순하게 비교해서 우리 청년들의 초봉이 과도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임금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청년들이 정규직에 편입될 가능성도 너무나 낮다. 더구나 이런 임금 수준으로는 소비의 주체가 되기도 어렵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임금 구조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당장 눈앞의 기업 경쟁력은 일시적으로 올릴 수 있을 지 몰라도 서서히 침몰해가는 한국호의 운명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바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충분히 자웅을 겨룰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