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자들을 위한 ‘특별상품’은 무엇일까?_포커 테이블에서 포지션별 플레이 시연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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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언 크루즈 라인이 운영하는 '노르웨이언 이스케이프'는 가장 최신식의 유람선이다. 이 유람선이 주목받고 있는 건 '배안의 배'라고 불리는 특별한 안식처가 있다는 점이다. 이용 요금은 1주일 여행 일정으로 부부가 이용할 경우 1만 달러(한화 약 1,143만 원)로, 일반 요금(3,000 달러)의 세 배를 넘지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엄청나다.

부자들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인 이른바 안식처(Haven)에는 4,200 명의 여행객 가운데 275명의 특별 손님만이 머물 수 있다. 24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별로 수영장과 식당, 일광욕을 할 수 있는 데크등을 받는다. 유람선에 머무는 동안 모든 곳에 있는 '혼잡한 군중'들을 피할 수 있는 오아시스인 셈이다.

‘노르웨이언 이스케이프’ 내부 모습, 화면 왼쪽은 부자 손님들을 위한 개인 수영장이고 오른쪽은 일반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수영장 (사진 뉴욕 타임스)

안식처에 머무는 승객은 '골드 키'를 갖고 있어 공연을 볼 때도 가장 좋은 자리에서 즐길 수 있으며, 항구에 돌아왔을 때도 다른 승객보다 먼저 내린다.

활발해지는 미국 부자 마케팅

크리스털 크루즈는 보잉 777에 최적화된 14일에서 28일간의 세계 일주 여행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크루즈 유람선 여행의 항공판인 셈이다.

놀이공원인 월트 디즈니 월드는 지난달부터 일반 승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끝난 뒤 특별 손님만을 위해 또다시 문을 연다, 혼잡을 피해 여유를 즐기려는 고객을 위해서인데 물론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씨월드(seaworld)'에서는 기본 320달러의 입장료에 80달러를 더 내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모든 쇼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서 볼 수 있다.

게다가 올랜도의 전통적인 '씨월드' 놀이공원 바로 옆에는 '디스커버리 커브'가 있다. 여기서는 단순히 돌고래와 수영을 함께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만의 해변에서 즐길 수 있고, 공원의 새들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는 등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다. 4명 기준으로 한 가족이 이곳에서 하루를 즐기려면 1,000 달러가 든다.

‘디스커버리 커브’에서 관람객들이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면서 즐기고 있지만 바로 옆 '씨월드'에서는 멀리 떨어져서 돌고래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는 1,800달러를 내면 출국장의 혼잡을 피해 줄을 서지 않고 출국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델타항공은 애틀랜타, 뉴욕, 기타 다른 도시에서 부자들이 비행기를 갈아탈 때 이들을 포르쉐에 태워 터미널간 이동을 시켜준다.

미국 사회에서 소득 불균형이 심화하고 부의 편중이 심해짐에 따라 부자들을 겨냥한 이른바 '부자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특권의 시대, 모든 사람이 같은 배를 타는 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확산되고 있는 부자 마케팅의 실태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면서 미국에서 경제적, 사회적 계층화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로가기] ☞ “특권의 시대, 모두가 같은 배를 타는 건 아니다.” (뉴욕 타임스)

"美 상위 1%가 부 42% 차지"

그렇다면 미국 사회에서 부의 편중이 얼마나 심화하고 있길래 이런 '부자 마케팅'이 성행할까?뉴욕타임스는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인 에마누엘 새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미국의 상위 1%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이 나라 전체의 부의 42%나 된다고 밝혔다.

20년 전에 30%였던 것보다 12%포인트나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상위 0.1%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은 22%나 돼 20년과 비교하면 거의 2배나 된다.



보스턴 컨설팅그룹의 조사에서도 상위 계층의 부가 하위 계층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 달러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가구(2014년 700만 가구)의 자산은 2010년∼2014년 사이에 연평균 7.2% 늘어났다. 이는 100만 달러 이하인 가구의 자산증가율보다 8배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부자들의 소비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게 뉴욕 타임스의 분석이다. 미국 연방 준비은행의 분석을 보면 지난 1990년대에는 소득 상위 5%의 소득 계층이 쓰는 돈이나 나머지 95%의 소득자가 쓰는 돈이 비슷했지만, 지금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지난 90년에 비해 95%의 소득자의 소비는 60% 정도 늘어난 반면 상위 5% 소득자의 소비는 무려 150% 가까이 늘어났다.



'부자 마케팅'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

소득 불평등과 부의 편중 현상이 미국 대선에서도 강력한 쟁점이 되는 만큼 논란이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부자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침몰하고 있는 타이타닉호 (영화의 한 장면)

물론 과거에도 부자 마케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세기 초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에서는 다른 계층 간의 여행객들을 금속 문으로 분리했다.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열차 3등 칸의 지붕을 없앴다. 좀 더 비싼 2등 칸에 많은 승객을 유도하려는 조처였다.

화면 왼쪽은 20세기 초 타이타닉호에서 부자 관광객들이 여유롭게 여가 생활을 즐기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일반 관광객들이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사진 뉴욕 타임스)
뉴욕 타임스는 일부 다른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된 극소수의 특권층에게 그들만 누릴 수 있는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그런 사업이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산층이나 하위계층이 경기침체로 쓸 돈이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특히 요즘은 공급자가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상관없이 부자들에게 특별 대우를 하고 있으며 이는 '돈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래서 각 기업들이 나머지 일반인들에 대한 서비스 축소라는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피라미드 상의 꼭지점 소비시장을 잡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화자리 워싱턴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은 돈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곳이 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곳이고, 그곳에 수요가 있다"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부자 마케팅을 주로 하는 기업 관계자도 "부자 고객들은 질문을 받기도, 마찰이 생기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모든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이루지길 원한다"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난하거나 중산층 소비 시장에서는 여전히 귀찮음이나 불편함이 존재한다. 그 정도는 정확히 소비자가 얼마나 비용을 지급하려는 의지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부자 마케팅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부자 마케팅이 2차 대전 이후 진전됐던 여행, 여가 생활, 민주주의를 뒤집어 놓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공공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토마스 샌더는 "우리는 계급의 관점에서 보면 서로 더욱 격리된 삶을 살고 있고 우리의 특징인 평등주의적 꿈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버클대 비즈니스 학교의 스티브 테들리스 교수는 "이론적으로 부자들이 돈을 쓸 수 있도록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면 모두가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부 졸업생의 연구에 따르면 부자들을 위한 선택의 기회는 많아지고 있지만 가난한 미국인들은 경제 혁신과정에서 이익을 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자연산 치즈를 팔건 몰트 위스키를 팔건 부자들을 위한 상품을 개발하는데 더 골몰한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빅데이터가 발전함에 따라 회사들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더욱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부자 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많은 회사에 컨설팅을 하고 있는 네일 버프 예일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부자들을 만족하게 하는 일이 돈이 되겠지만, 특권을 누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는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이라면서 "내가 비행기의 뒤에 탔다면 일등석 손님에게 야유할 것이고 앞에 탔다면 내 옆으로 승객이 지나갈 때 민망해 할 것이다" 라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