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 현판을 건 까닭은?…‘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현판’ 보고서 발간_코요테 빙고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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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일제강점기 자료 조사사업의 하나로 일제강점기 이래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현판(懸板)을 조사한 보고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현판』을 발간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조선 궁궐과 관청 건물이 훼철되면서 철거된 현판 82건 82점을 포함해, 조선 후기부터 광복 이후까지 만들어진 현판 104건 110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은 이번에 이 현판들을 전수 조사하고, 현판의 앞‧뒤 고화질 사진을 촬영했으며, 현판 내용도 모두 번역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현판은 궁궐과 관청에 실제 걸려 있던 것이 많습니다. 태원전(泰元殿), 훈련원(訓鍊院)처럼 건물 명칭을 적은 현판이나 전교(傳敎)같이 왕명을 새긴 현판이 여럿입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경연청(經筵廳), 문기수청(門旗手廳) 서리(胥吏: 관청에 소속되어 행정실무를 맡아보던 최하위 공무원)들의 명단이 기재된 현판 4점으로, 조선 후기 중간 계층의 동향을 알려주는 귀한 자료입니다. 이 밖에 개화기 관청 현판과 일제강점기 박람회장에 걸었던 현판 등 근대사 자료로 가치가 높은 현판도 적지 않습니다.

둘째, 건물 기둥에 걸었던 현판의 일종인 주련(柱聯)이 많이 확인됩니다. 주련은 건물 처마 밑에 거는 편액(扁額)과 달리 비바람에 더 노출되고, 건물을 고치거나 허물 때 편액보다 없어지기 쉽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주련은 모두 48점으로, 만든 형식이나 내용으로 보아 대부분 관청이나 궁궐 건물에 걸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셋째,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현판들도 있습니다. 철종 대 좌의정이었던 박영원(朴永元, 1791~1854)의 별장인 녹천정(綠泉亭)의 편액, 기문(記文: 집을 지은 사실을 기념하여 적는 글), 상량문(上樑文: 집의 대들보를 올릴 때 대들보 위에 쓰거나 안에 넣어 집의 안녕을 꾀하는 글) 현판을 비롯해 김정희(金正喜, 1786~1856)와 중국 청나라의 학자 완복(阮福, 1801~1875)의 교류를 보여주는 '선인도' 현판, 청나라 명필의 글씨로 만든 현판도 여럿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그동안 기록으로만 알려져 있던 원교 이광사(李匡師, 1705~1777)의 '연려실(燃藜室)' 편액 실물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이광사 특유의 서체가 잘 드러나는 작품인 동시에 18세기 조선 역사학을 대표하는 명저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의 저작 배경을 증언하는 사료입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현판 사진과 설명에 더해 연구자들이 쓴 논고 6편이 같이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