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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12일 회의에서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에 대해 해임권고 아랫단계인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초강경 처분을 의결한 것은 강한 사임압박이다.

회의전 오전 11시까지 자진사퇴 기회를 주었지만 임 회장이 거부의 뜻을 밝히자 위원들 사이에 강경모드 분위기가 확산했다는 후문이다.

금융위가 이날 오후 6시부터 임 회장의 직무정지 효력을 발효한 것은 내부 도움을 통한 법적대응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저항의지를 꺾기 위한 조치로 보여진다.

그러나 임 회장은 금융위 조치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이 순간간부터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해서 소송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B사태는 정부의 '인적청산을 통한 KB사태 해결' 의도와 다르게 법적공방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KB 경영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입장표명 통보에도 임회장 묵묵부답…'뿔난' 금융당국

금융위는 이날 오전 회의 개최에 앞서 임 회장에게 오전 11시까지 자진사퇴 의사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임 회장이 징계절차에 앞서 자진사퇴하겠다면 KB사태는 자연스럽게 매듭지어지는 모양새여서 금융위의 징계결정 부담도 한층 덜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그러나 임 회장은 금융위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를 계기로 KB에 우호적인 일부 금융위원들 조차 임 회장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은 임 회장에 대한 정부의 곱지않은 시각이 그대로 묻어난다.

지난주 최 원장의 중징계 결정직후 물러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달리 임 회장은 그간 두차례의 기자간담회와 계열사 사장단 성명을 통해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고 법적 구제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러한 모습은 금융당국, 넓게 보면 정부 전체에 대해 저항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자칫 느슨하게 대응하다가는 오히려 정부가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했다.

결국 금융위는 최 원장이 선택한 문책경고로는 임 회장이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제재 수위를 한 단계 올리기로 결정했다.

문책경고 자체가 사임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어서 임 회장이 버틸 경우 금융당국으로서는 별다른 추가 제재수단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사례처럼 강제로 끌어내리려다가는 되려 '관치 논란'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는 후문이다.

◇금융위, 이례적 후속조치…임 회장 손발 차단

금융위의 조치는 이례적으로 신속했다. 금융위는 의결직후 '당일 오후 6시부터 직무정지를 발효한다'는 통보서를 KB금융지주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순간부터 모든 업무에서 손을 떼야 했다. 경영에 일절 관여할 수 없고 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다.

사내 법무팀으로부터 금융위 결정에 불복하기 위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의 도움도 받아서는 안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사 비용을 쓰거나 내부의 조력, 보고 등 일체의 공식 활동이 제한된다"며 "사내 인사가 규정을 어겨 임 회장을 돕거나 유리한 보고를 할 경우 배임혐의로 처벌된다"고 강하게 말했다.

신제윤 위원장은 비상체계 가동을 즉각 주문했다.

정찬우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금융위·금감원의 합동 비상대응팀이 꾸려지고 KB금융지주와 은행 등에 금감원 감독관을 파견했다.

이 역시 임 회장의 우회적인 업무처리를 차단하고 혹시 모를 금융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임 회장 1시간여간 소명했지만 무위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1시간여동안 금감원 검사 및 제재조치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소명했다.

금감원이 금융위에 건의한 임 회장의 중징계 사유는 두가지다.

먼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해 외부기관의 컨설팅 보고서 왜곡, 유닉스시스템 전환비용 조작 등 KB지주 주도로 이뤄진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임 회장이 직무상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했다는 점이다.

또 지난해 하반기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을 불러 4차례에 걸쳐 유닉스시스템 전환에 소극적인 IT본부장을 교체할 것을 요구했고 자신이 추천한 인사를 승진시키도록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는 것이 금감원 주장이다.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에 직접 나와 조목조목 항변했다.

주전산기 선정과 관련해선 업체선정이나 가격 등 최종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의사결정 과정중인 일에 대해 중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 타당하냐고 따졌다.

국민은행 임원인사 개입에 관해서는 "지주와 자회사는 임원 인사를 서로 협의할 권한과 의무가 있는 만큼 부당한 인사개입이란 성립될 수 없는 일"이라며 '정상적인 협의'를 통해 인사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임 회장은 지난달 21일 제재심에서 심도있게 논의해 경징계로 판단한 것을 금감원장이 객관적 사실의 변동없이 중징계로 상향조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을 경청한 금융위 위원들은 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임 회장의 직무상 감독업무 등 태만에 중과실이 인정되며 KB금융그룹의 경영건전성 훼손정도가 심각하다'고 징계수위를 높였다.

◇금융당국 무리수 논란

신제윤 위원장은 제재조치안 의결직후 이른 시일내에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또 관련된 위법행위에 대해선 금감원장이 검찰 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문하기로 했다.

임 회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한 추가적인 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임 회장은 금융위의 결정에 불복의지를 재확인했다.

임 회장은 이날 오후 '금융위 중징계 결정에 대한 임영록 회장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금감원 제재심이 경징계 결정을 금감원장이 2주만에 중징계로 바꾼후 다시 금융위에서 한단계 높인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항변했다.

또 소송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하면서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어떤 압박을 받더라도 물러섬 없이 끝까지 맞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개인적으로 우선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에서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다시 업무에 복귀해 일하면서 싸울 여력이 생긴다.

이어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구제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이의신청은 최소한 두달 정도 소요되며 소송은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1~2년 가량 걸린다. 끝까지 버티면 2016년 7월 임기를 채울수 있다는 얘기다.

KB이사회가 임 회장에 대한 해임을 의결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임 회장은 이사회의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이사회 의결은 법원이 법률적 효력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추세여서 승소하기 어렵다는게 법조계 시각이다.

그러나 임 회장의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금융당국으로서는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 있다. 오히려 KB사태가 더욱 악화되면서 화살은 신 위원장과 최 원장으로 집중될 수 있다.

이번 금융위 결정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일 전망이다. 당초 제재심에서 경징계 결정을 내렸다가 2주후 최 원장이 문책경고로 수위를 높였고 1주일만에 금융위가 직무정지 결정을 내림으로써 같은 사안에 3가지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탓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임 회장을 밀어내려고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금융의 경영불안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디에도 KB와 국민은행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며 "KB의 추락이 우려된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