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벨루가들은 관람객들이 내는 소음에 그대로 노출된 채 제대로 몸을 숨기거나 쉴 수도 없이 지내왔다고 핫핑크돌핀스는 밝혔다.
원래 벨루가는 야생에서 내는 소리가 아름다워 ‘바다의 카나리아’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무리와 소통하고 북극지방에서 얼음구멍을 찾기 위해 발달한 음파 탐지 능력은 그러나 곳곳이 벽으로 둘러싸인 실내 수족관의 비좁은 수조 안에서는 오히려 이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가 되었을 거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3년 좁은 수족관에 갇혀 쇼에 동원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벨루가는 시력이 좋지 않아 불룩한 이마 부분에서 초음파를 내보내 물체를 감지하는데 수족관에선 초음파를 내보내면 곳곳에서 초음파가 벽에 부딪혀 계속해서 돌아오게 되므로 사람으로 따지면 이명을 앓는 것과 같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뿐만 아니라 벨루가나 돌고래는 고등동물로서 자신이 ‘잡혔다’는 걸 인지하기 때문에 시설 동물로서 우울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도 덧붙였다.
그래서 바다로 다시 돌려보낼 때도 화물기를 통째로 빌려야 하는 등의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는 이유가 돌고래나 벨루가 등은 붙잡히는 순간부터 ‘또 잡혔구나’라는 걸 인지하고 정신적인 충격과 불안감으로 쇼크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붙잡혔다는 걸 알고 그러한 심리 상태로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생명이 너무 안타까워 다시 야생으로 되돌려 보낼 결단을 어렵사리 내린다고 해도 이후 수순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최재천 교수 연구팀은 “특히 벨루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 야생에 방류했을 때 적응 성공률이 극히 낮다며 그렇기 때문에 순전히 귀엽다는 이유로 인간의 오락만을 위해 야생으로부터 데려오는 일은 정말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을 비롯해 거제씨월드와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등지에 러시아가 고향인 벨루가들이 열 마리 남짓 남아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벨루가들은 돌고래 ‘제돌이’를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학자와 시민단체, 지자체와 서울대공원 관계자들은 물론 범국민적인 노력과 관심이 한창이던 2012년과 2013년 러시아 틴로(TINRO) 연구소에서 국내로 반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