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왜 ‘사참위’를 고발했을까?_배팅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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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할 만큼 추워진 오늘(10일) 오전 11시쯤, 광화문 광장에 10여 명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모였습니다. 건강한 사람들도 추운 날씨에 기침이 나오는 상황에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자처한 겁니다.

그들은 기자회견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조사하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위원들을 직무 유기와 위계에 의한 진상 규명 방해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이 진상 규명을 하는 사참위 위원들을 고발한다니 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조사하는 사참위 활동 시한은 다음 달 10일입니다. 피해자들은 한 달 남은 시점에도 뚜렷한 책임자 처벌이나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혜정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참위 출범 시기부터 피해자들이 강력하게 반대한 '새로운 피해자 찾기'로 혈세를 낭비했다"라며 "진상 규명을 해야 하는 소중한 시간과 혈세를 소모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특조위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제조와 유통 등 관련 기업 조사와 정부대응의 적정성 조사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의 첫 발자국도 떼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직무 유기'이나 '세금 낭비'라는 입장입니다. 독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김황일 대표는 "책임 있는 특조위 위원들은 이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이런 목소리를 낸 건 오늘(10일)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16일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사참위 활동기한의 무조건 연장을 반대한다며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모임인 너나우리, 전국가습기살균제문제해결 연합회 등 피해자 단체 16개 단체는 "올 12월로 마무리되는 사참위 활동기한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연장 후 활동 계획에 대해 모든 피해자에게 충실히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하며, 피해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진상규명국 등 사참위 일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미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배상, 보상 등 중요 과제들은 외면되고 뚜렷한 성과가 없는 '피해자 찾기'가 사참위의 우선순위가 된 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출시됐던 가습기 살균제 제품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시발점은 1994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안전하고 인체 무해하며 편리하다'는 광고 문구와 함께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됐습니다. 많은 이들이 가족의 건강을 위해 안전하다는 기업 광고를 믿고 이를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시장에 나온 가습기 살균제는 유해성 검증과 흡입 실험 등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2006년부터 원인 미상의 영유아 폐렴이 발생했고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된 지 18년이 지난 2011년이 되어서야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드러나게 됐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도 제품을 출시한 기업들은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면서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들 또한 소관 부서를 따지며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정부와 기업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사이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지난 7월 특조위는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추산치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특조위 발표

6천 892명, 지난달 말 기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청자 수입니다. 이 가운데 1천 566명은 이미 숨졌습니다. 이 숫자만으로 뼈 아픈데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지난 7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는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인구가 627만 명에 이르고 건강 피해를 본 사람은 67만 명이라는 추산치를 냈습니다. 정부가 공식 접수한 피해자는 특조위 추산치의 1%밖에 되지 않는 셈입니다.

하지만 진상규명은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또 속 시원한 책임자 처벌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세상에 알려진 초기 적절한 대응 실패로 관련 자료가 사라졌습니다. 그 사이 일부 기업에서는 증거를 인멸하고 은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2017년 재판에 넘겨진 존 리 전 옥시 PR 대표는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안전성 결함과 관련해서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이었습니다.

물론 환경부가 2017년 가습기 살균제 사업자와 원료 물질 사업자 18개 기업에 각각 1천억 원과 250억 원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소 수천 명에서 최대 수백만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의 치료 비용과 배상·보상을 생각하면 적절한 수준이었는지 의문이 갑니다. 1994년부터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통받아온 피해자들의 외침이 공감이 가는 이유입니다.

최예용 가습기 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가습기 살균제 소위원장
피해자들의 외침에 대해 최예용 사회적 참사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피해자나 특조위의 처음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6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숨겨진 피해자를 찾는 것도 진상 규명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016년 국감 이외 진상 규명된 것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속 시원하게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 책임자의 사법 처리가 안 되고 있어서 나온 지적 같다"라면서도 "하지만 검찰이 30여 명의 책임자를 현재 재판에 넘긴 과정에서 특조위가 간접적으로 협조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권과 압수수색권이 없는 상태에서 자료요구권만 가지고 있는 특조위의 한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