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사진만 봐라?” 얼굴 감춘 이기영…‘피의자 인권 과보호’ 논란_영화 협상 가능한 시간 포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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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 피의자 이기영의 신상 공개 사진(운전면허 증명사진, 왼쪽)과 4일 검찰 송치 때 경찰서 포토라인에 선 모습(패딩 후드에 마스크 착용, 오른쪽). (사진 출처=경찰 제공 및 KBS 뉴스 영상 갈무리)
■ 이기영, 오늘(4일) 檢 송치 과정서 포토라인에…마스크 쓰고 롱패딩 후드 뒤집어써 '얼굴 가렸다'

오늘(4일) 오전 9시경, 이른바 '옷장 시신' 사건의 연쇄살인 피의자 이기영(31)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돼 경찰 수사를 받던 그는 이날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송치되면서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경찰서 포토라인에 선 이기영은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고, '무엇이 죄송하냐'는 질문에 "살인해서 죄송하다"고 답했는데요. 그러나 마스크를 쓰고 롱패딩 후드를 뒤집어쓴 채로 고개를 숙여 끝내 얼굴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얼굴을 철저히 가린 채 경찰 호송 차량에 탄 그의 모습을 본 시민들 사이에서는 '피의자 인권을 지나치게 보호해 얼굴을 가리게 놔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기영 스스로 얼굴을 가린 것인지, 경찰 조치를 통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어떤 방식이든 '사전에 신상 공개 결정으로 신분증 사진이 배포됐는데, 정작 실물 얼굴을 가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같은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신상 공개된 사진도 머그샷 아닌 신분증인데…"패딩 구경하라고 檢 송치 생중계를?"

특히 경찰을 통해 사전에 공개된 이기영의 사진이, 최신 실물 사진이라 할 수 있는 일명 '머그샷(mugshot·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이 아닌 과거 촬영본으로 추정되는 '운전면허 증명사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 상당수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정 적용이 가능한 신분증 사진으로 진짜 얼굴을 어떻게 판별하라는 거냐" "범죄 예방 등 목적으로 사진을 공개하는 것인데, 과거 사진으로 대체하면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 같은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일부 네티즌들은 "증명사진 못 믿겠다"는 취지로, 이기영의 것으로 추정되는 SNS 게시물을 발굴, 실제 얼굴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언론들 역시 자체 확보한 CC(폐쇄회로)TV 사진과, 과거 결혼식 사진 등을 단독 보도하면서 이기영의 '진짜 얼굴'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연쇄살인 피의자 이기영이 경찰 차량에서 동거녀 시신 유기 장소로 지목한 공릉천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늘 이기영이 얼굴을 감추고 나오자, 세간에서는 '이미 신상 공개 결정이 난 피의자를, 검찰 송치 과정에서도 얼굴을 가릴 수 있도록 놔두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실제 네티즌들은 '이기영 검찰 송치 생중계'에 "가해자가 사진을 고르는 세상" "가해자가 인권을 보호받는 이상한 세상" "우리가 패딩 구경하려고 (생중계를) 기다렸나" 같은 비판성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 신상 공개 결정된 중범죄 피의자가 '사진 고르고 얼굴 감추고'…어떻게 가능한가?

패딩 후드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이기영에 앞서, 전 남편 살해 및 시신 훼손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도 얼굴 쪽으로 장발을 길게 늘어뜨리는 이른바 '커튼 머리'로 실제 모습을 감춘 바 있습니다.

전 남편 살해 및 시신 훼손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이 머리를 얼굴 쪽으로 늘어뜨리고 경찰서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이에 따라 '아예 신상 공개 결정 때부터 과거의 것 또는 보정 적용이 가능한 신분증 사진 대신, 미국처럼 체포·구금 시 머그샷을 찍어 최신 실물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는데요.

그러나 우리나라 현행법상 '피의자 본인의 동의 없이' 머그샷 공개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경찰 등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 특정 인물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는 크게 3가지입니다. ▲피의자 신상 공개 ▲성범죄자 신상 공개 ▲병역 기피자 신상 공개 등입니다. 이 가운데 '성범죄자 신상 공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병역 기피자 신상 공개'는 '병역법'에 따라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피의자 신상 공개'입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소위 '흉악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성명과 출생년도 그리고 사진 등을 공개하는 제도입니다. 두 특례법에서는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이거나, '피의자의 범죄 증거가 충분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신상 공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주무관청은 경찰로, 중대 범죄 발생 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공개 여부를 결정합니다.

연쇄살인 피의자 이기영의 운전면허 증명사진(신상 공개된 사진, 왼쪽)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CCTV 사진(최근 실제 사진, 오른쪽).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문제는 현행법상 피의자의 사진이 공개될 때,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이른바 '머그샷(mugshot·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으로 불리는 최신 실물 사진을 공개할 수 없고, 이기영 사례와 같이 신분증용 증명사진으로 대체된다는 점입니다.

경찰청 수사기획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법령에는 신상 공개와 관련해 개괄적·선언적 규정만 있어, 경찰 내부에서는 2019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요청·반영해 자체적으로 대외비 세부 지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며 "두 부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지침에는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촬영한 사진 또는 신분증 사진 공개를 기본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사진 공개 시 피의자의 동의가 없을 때는 신분증 사진으로 대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KBS와의 인터뷰에서 "원칙적으로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게 신상 공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며 "그래서 당연히 신상 공개가 된다면, 이 사람이 향후에 범죄를 저질렀을 때 (사진으로) 국민들이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오늘 검찰 송치 과정에서도 이기영의 실제 얼굴이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신상 공개에 있어 '피의자 인권 과보호'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