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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 증세를 보이다 지난 18일 대구에서 숨진 17세 고등학생의 소식에 많은 국민이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두고 논란도 있었는데, 방역 당국은 이 소년이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소년의 부모는 코로나19가 그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왜 지금이어야 했는지, 꼭 그랬어야만 했는지, 원통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 하나. "그놈의 마스크가 뭐길래"

증상이 심해진 건 지난 10일, 화요일이었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던 소년은 마스크 5부제에 따라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에 줄을 섰고, 40분가량 비바람을 맞으며 떨었다고 합니다. 약국에 다녀온 뒤부터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좀처럼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전엔 3주 넘게 시내 외출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부모의 설명입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암 수술을 받은 뒤 지난해 8월까지 항암 치료를 받았었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가족이 집에 있는 만큼 소년 역시 코로나19 예방에 각별히 주의했다는 겁니다.

그랬던 그가 집을 나서게 된 건 결국 '마스크' 때문이라는 건데,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애초에 나갈 일도 없었을 테죠. "그놈의 마스크가 뭐길래…", 어머니는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 둘. "코로나19일지 모르니 입원도, 구급차도 안 된다고요?"

지난 12일 오후 6시쯤, 어머니는 소년을 데리고 국민안심병원인 경북 경산시의 경산중앙병원을 찾았습니다. 집에선 열이 41.5도까지 올랐고, 병원 의무 기록상으로도 39도를 넘었습니다. 수액이라도 맞아야겠다 싶어 병원에 간 건데,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선별진료소는 이미 문을 닫았고, 항생제와 해열제 처방만 받아 집으로 돌아왔죠.

밤새 열이 더 올라,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번엔 X선 검사와 코로나19 검사도 진행했고, 폐렴 소견이 나왔습니다. 역시 수액을 맞고 싶었지만 코로나19 양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병원에 들어갈 수는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결국, 사정을 해서, 소년은 타고 온 차 안에 앉아 간신히 수액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왔지만 열은 내리지 않았고, 이젠 호흡곤란 증상까지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두면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어머니는 질병관리본부 1339에 문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이전에 방문한 병원에 문의해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오후 4시 반쯤 상태가 위중하다며 병원에 다시 전화를 걸었고, 담당 의사는 "아침에도 소견서를 써줄까 말까 고민했다"며 병원에 와보라고 했습니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 부모는 그야말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년의 병세가 빠르게 악화해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거 같다"는 겁니다. "아침에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무슨 말이냐"고 따졌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세 번째 방문에서야 소견서를 받아든 소년은, 3차 병원인 영남대병원으로 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구급차를 탈 수는 없었습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감염 우려가 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었습니다.

소년의 부모는 한탄했습니다. "애가 죽는다고 하니까 몸이 떨려서 운전이 안 된다, 구급차 좀 타고 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하니까 안 된대요. '본인이 직접 차 운전해서 가세요', 이러는 거예요. 그때가 퇴근 시간이었어요. 5시부터 거기까지 가려면 어떻게 됐겠어요. 거의 비상 깜빡이 켜고 신호만 지키고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차 사고 날 거 각오하고 미친 듯이 달렸어요."

■ 셋. "아들이 떠나던 날, 우린 격리됐습니다."

영남대병원에 입원한 소년은 병세를 이기지 못하고 닷새 만에 숨졌습니다. 당시엔 "코로나19가 99% 확실하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었다고 부모는 말합니다. 앞선 12번의 진단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고, 13번째 소변과 가래 검사에서는 부분적인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밀접 접촉자인 소년의 가족도 진단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자가격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던 중 소년의 사망 소식을 들었습니다.

시작도, 마지막도 온통 코로나19였습니다. 소년을 포함해 가족들은 결과적으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조금 더 일찍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지, 아니 처음부터 아프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아닐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 경산중앙병원 "고인 죽음 안타깝지만, 코로나19 심각해 어쩔 수 없었다"

누구보다 건강했던 17세 소년의 죽음, 가족들은 최초 내원했던 경산중앙병원이 감염 가능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던 탓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게 아니냐는 거죠.

이에 대해 경산중앙병원 측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로 다 할 수 없다"면서도 "모든 환자가 소중하기에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양성 여부가 판명되지 않으면 다른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입원 치료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경산중앙병원의 경우 대학병원과 달리 격리병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현장에선 혹시 모를 위험도 고려해야 하고, 비슷한 규모의 다른 병원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병원 측은 처음부터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았던 데 대해, 소년이 외출도 하지 않았고 신천지와도 관련이 없어 의심 사례 정의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대구에 살고 있고 발열 증세가 있으니 병원 측에서 검사를 먼저 권해 다음날 진행한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오늘(20일) 가족들은 소년의 마지막을 배웅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은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소년의 사망 과정에 대해선 좀 더 조사가 필요할 겁니다. 막연한 공포감 때문에 소년이 치료 시기를 놓친 건 아닌지, 방어적인 진료에 피해를 본 건 아닌지도 살펴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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