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드론에 편지 실어 하늘에 보냅니다”…84살 할아버지의 도전기_돈 버는 텔레그램 봇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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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날리는 사람은 올해 84살이신 박남규 할아버지입니다. 박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매일 2시간씩 드론을 날리면서 촬영기술을 연습합니다.
광주 광역시 서구 풍암 체육공원. 드넓은 잔디밭 위로 드론이 하늘에 닿을 듯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파란 가을 하늘에 날아오른 드론에 실을 이은 종이가 바람에 따라 펄럭입니다. 드론을 띄운 주인공은 여든네 살 박남규 할아버지입니다.

드론과 함께 날아오른 종이에는 박 할아버지의 편지글이 담겨 있습니다. 수신인은 평생을 함께해온,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입니다. 드론을 띄워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에게 편지글을 보내는 박 할아버지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84살의 영상을 향한 열정…끊임없는 연습

박 할아버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2~3시간씩 드론 촬영 연습을 합니다. 영상 공모전에 출품을 앞둔 다큐멘터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계시는데요. 벌써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 지 7년째. 배운 내용을 노트에 꼼꼼하게 적어두고 복습도 꾸준히 하십니다.

박남규 할아버지의 드론은 3번 정도 추락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박 할아버지는 드론에서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최근에는 드론을 좀 더 잘 날리고 싶어서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반복해서 시청하시는데요. 이렇게 노력한 덕분에 손주들이나 주변 지인들의 모습을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을 나눠주신다고 하십니다.

“어려운 점 많죠. 나이 들어서 하니까. 금방 잊어버려요. 그러니까 자꾸 되풀이해서 익혀야 하니까 써야 하고, 메모하지 않으면 다 잊어버려요. 반복 연습 그걸 일상화하죠. 그래야 내 것이 되니까. 나이 드니까 역시 어렵다는 게 느껴져요.”

■먼저 간 아내의 허전함으로 영상 공부 시작

박 할아버지는 아내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영상제작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영상제작은 아내가 떠난 허전함과 우울증을 달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습니다.

“떠난 뒤에 갑자기 할 일이 없잖아요. 매일 병원하고 요양원에 다니고 하다가 안 사람이 세상을 떠나버리니까 내가 할 일이 없어요. 그때 마음이 공허한 느낌이 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것이 우울증이라고 하더라고요.”
박남규 할아버지는 20년 전 교사로 재직하다가 은퇴하셨습니다. 이후 10년간 아내의 곁에서 병간호를 했습니다.
박 할아버지는 원래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시다가 20년 전에 은퇴하셨는데요. 자녀들도 모두 결혼하면서 본격적인 노후생활을 시작할 무렵, 박 할아버지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찾아옵니다. 아내에게 치매와 뇌종양 진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성당에 간 아내가 집에 오지 않더라고요. 집에 오는 길을 잃어버린 거예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집에 간신히 돌아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치매가 의심되니까 검사를 받아보라고 해서 병원에 갔습니다. 병이 맞더라고요.”

박 할아버지는 퇴직 후 여행도 다니면서 인생 2막을 꿈꿔왔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병 앞에서 계획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이때부터 박 할아버지는 10년 동안 아내의 곁을 지키게 됩니다. 아내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동도 불편해지고 말도 못하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힘들어서 한 말…아직도 남은 미안함

10년간 병간호생활을 한 박 할아버지가 가장 후회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내가 뇌종양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던 2006년 7월의 어느 날입니다. 박 할아버지 부부는 수술을 마치고 서울에 있는 아들 집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내가 화장실 갈 시간이 됐거든요.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아내가 옷을 안 벗으려고 하더라고요. 이 시간에 꼭 화장실을 이용해야 해서 옷을 벗으라고 했죠. 근데 아내는 못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나중에 나를 꼬집고 밀치다가 내가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죠.”

박남규 할아버지 부부의 모습
뒤로 자빠진 박 할아버지.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화가 나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내에게 모진 말을 했습니다.

“그 순간에 그걸 참아야 하는데, 못 참아서 화가 났어요. 그때 안 사람한테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어서 나하고 만나서 나를 이렇게 고생시키느냐’고 소리를 지르고 끝나버렸죠. 그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려. 세상 떠난 뒤로...”

그 뒤로 아내에게 단 한마디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던 박 할아버지. 힘든 일은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힘들 때마다 2005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보고 싶은 아내를 위해 드론에 띄우는 편지

7년째 영상제작을 하는 박 할아버지는 그동안 8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주제는 어르신들이나 쪽방촌에 사시는 주민 등 소외계층을 다뤘습니다. 이렇게 제작한 영상들은 대부분 지상파 방송으로 나갔습니다.

박남규 할아버지는 배운 걸 항상 필기하시고 꾸준히 복습하십니다.
박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공모전에 나가기 위해 새로운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영상은 대부분은 드론을 활용해서 만드는데요. 이번 영상의 주제는 먼저 떠나간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특히 박 할아버지가 직접 출연해 드론에 편지를 매달아 하늘로 띄우려고 합니다.

드론에 편지를 매달아 띄우는 모습입니다. 할아버지는 하늘나라로 먼저 간 아내를 위해 쓴 편지를 보내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영상 제목을 ‘꼰대가 드론에 미쳤다.’ 이렇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영상을 제작하게 된 것도 아내 덕분이잖아요. 그래서 아내한테 보내는 영상을 만들기로 바꿨어요. ‘나도 날고 싶다’로 제목을 바꿨습니다. 편지를 써서 드론에 달아서 하늘 높이 올리면 ‘공중에 올라간 건 다 볼 수 있는 거 아니냐’ 해서, 그런 쪽으로 가닥을 잡고 구성안 쓰고...”

할아버지의 마음이 드론과 함께 사별한 아내에게 전해주길, 또 할아버지의 도전이 계속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