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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크라이나에서 한 달 넘게 전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러시아 언론에선 전쟁이란 단어조차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쟁 이후 극심해진 러시아의 언론 통제 때문인데요.

이에 반발해 언론사를 그만두고, 또 나라를 떠나 전쟁 보도를 이어가는 러시아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이정민 특파원이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러시아는 이달 초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정적으로 말하면 최고 15년 형을 받도록 법을 바꿨습니다.

독립언론들은 문을 닫았고 생방송 중 반전 시위를 벌인 언론인은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참다 못한 언론인들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는데, 시작은 러시아 국영방송 RT의 전 에디터, 마리아 바로노바였습니다.

[마리아 바로노바/전 러시아 국영방송 RT 에디터 : "러시아에는 더 이상 저널리즘이 없습니다. 저널리스트도 없죠. 지금은 반쯤 전체주의 사회나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이 크렘린 통제하에 놓이면서 전쟁 초기의 반전 시위들도 지금은 무력해졌다고 했습니다.

[마리아 바로노바/전 러시아 국영방송 RT 에디터 : "(시위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은 벌금형을 받거나 지하철역 같은 곳에서도 잡혀가 구금됩니다. 정부는 아직 코로나19 상황인데도 (감시를 위해) 마스크를 써서는 안된다고까지 합니다."]

서방의 제재가 정권 정당성을 확보하는 논리로 쓰이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마리아 바로노바/전 러시아 국영방송 RT 에디터 : "푸틴은 그간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제재할 거라고 말해왔습니다. 이제 서방이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습니다. 그럼 푸틴이 맞는 말을 한 게 되는 거죠."]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의 알렉세이 코발레프 기자는 신변 위협으로 러시아를 떠나야 했습니다.

[알렉세이 코발레프/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 기자/라트비아로 피신 : "러시아 언론인들은 전쟁을 '특수 작전'이라 부르고 민간인 피해는 없다고 보도하도록 요구받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거짓을 말하게 강요받는 겁니다."]

러시아인 70%가 전쟁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있었지만, 사실 질문엔 전쟁이나 침공이란 단어조차 없었다고 했습니다.

[알렉세이 코발레프/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 기자 : "사람들은 언론인이나 여론조사원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이 전쟁은 러시아인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많은 러시아인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고 했습니다.

[알렉세이 코발레프/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 기자 : "사람들은 검열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을 찾고 있습니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세계가 러시아에 반발하고 있는지, 왜 신용카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반대 등을 이유로 나라를 떠난 러시아인은 20여만 명, 언론인도 수백 명에 이르는 거로 추산됩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이정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서삼현/그래픽:김석훈/자료조사:안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