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시대가 저문다…4개 지주사 해체 수순_베토 바르보사 완벽한 상징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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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지주사들은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시대의 유물로 남을 것인가.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당초의 야심찬 포부와 달리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지주사들이 인수합병(M&A)과 수익 다각화 등에서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 씨티·우리·산은·SC금융지주 '역사 속으로'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사는 KB, 우리, 신한, 하나, 씨티, SC, 농협, 산은금융지주 등 시중은행 계열 8곳과 BS(부산), JB(전북), DGB(대구은행)금융지주 등 지방은행 계열 3곳 그리고 메리츠,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증권사 계열 등 2곳 등 모두 13곳이다. 이 가운데 씨티, 우리, 산은, SC금융지주 등 4곳이 이번 달부터 금융지주사 체제를 해체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씨티금융지주와 씨티은행은 이달 31일 합병한다. 합병은 은행을 존속시키고 지주회사를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지주사 자산의 97%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체제가 큰 의미를 갖기 힘들다"며 "업무 및 의사결정의 중복을 막고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지주회사를 해체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의 순이익이 2011년 4천567억원에서 지난해 2천191억원으로 크게 줄어드는 등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유명무실한 금융지주사 해체를 통해 비용을 최대한 아끼겠다는 얘기다. 다음 달 17일에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합병한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가 사라지고,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은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는 우리은행의 매각 추진에 따른 자연스러운 그룹 해체이다. 산은금융지주는 내년 1월 1일자로 해체된다. 산은지주와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에 합병돼 사라지며, KDB생명 등 나머지 계열사는 산업은행 밑에 자회사로 들어간다. 이는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 때 야심차게 추진했던 소매금융 강화를 통한 다각화 전략을 포기하고, 산은 본연의 역할인 정책금융에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개인 대상 인터넷 상품인 다이렉트 예금도 내년에 폐지키로 했다. SC금융지주는 합병을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6월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을 일본계 금융사인 J트러스트에 매각키로 한 데 이어 지난달 SC펀드서비스를 은행에 합병해 SC증권만 계열사로 남아있다. 조만간 은행과 지주사 간 합병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 M&A 현실적으로 어려워…"내부개혁 급선무" 금융지주사의 잇따른 해체는 일부 금융그룹의 실적 부진이나 매각 추진에 따른 것일 뿐 이를 전체 금융지주사의 상황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일부 금융그룹의 어려움을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금융지주사는 M&A를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는 등 본연의 목적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지주사의 M&A 전략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룹 순익이 은행 부문에 절대적으로 치중한 상황에서 수익 다각화를 위해서는 대형 보험사나 증권사, 카드사 등을 인수해야 하지만, 해당 업종은 이미 과점 체제가 형성돼 M&A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의 경우 삼성, NH농협, 한화, 교보생명 등이 4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 4개 사의 시장점유율(수입보험료 기준)이 무려 58%에 달한다. 그런데 삼성, 한화, 교보생명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여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없고 NH농협생명은 농협금융그룹에 속한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의 신한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20개 생보사는 모두 점유율이 5% 미만이다. 이 정도 규모의 생보사를 인수하면 금융그룹의 수익 다각화에 도움이 안 된다. 손해보험도 마찬가지다. 삼성, 현대, 동부, LIG, 메리츠화재 등 5대 보험사가 시장의 76%를 장악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KB금융그룹에 매각될 LIG손해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손보사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여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카드업종에서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 대부분이 은행계 카드사여서 마찬가지로 M&A 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모기업인 현대그룹이 경영난을 겪는 현대증권 등이 매물로 나올 수 있지만, 증권업계의 극심한 불황으로 지난해 증권사마다 수백억원씩 적자를 낸 마당에 M&A 매물로 가치가 있을 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금융지주사들이 수익 다각화에 신경쓰기보다는 그룹의 주력인 은행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국민은행장을 겸임키로 한 데는 국민은행의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내정자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에게 "영업력 저하, 국민-주택은행 출신 간 갈등 등 내재된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해야만 국민은행의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며 본인이 직접 은행 경영을 맡아 정상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은행이 금융그룹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무의미한 지주사 회장 역할에 매달리기보다는 은행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지방은행이나 증권사마저 무조건 금융그룹화를 표방한 것을 보면 금융지주 체제가 '절대선'처럼 여겨지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갈수록 역할이 줄어드는 금융지주사의 위기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인력 및 비용의 효율화, 비합리적인 경영진 연봉 삭감, 이사회 경영의 투명화 등 내부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금융지주사는 갈수록 '계륵'과 같은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