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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명 사망·10명 부상'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발생 10일째…최초 발화 지점·원인 '오리무중'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0분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져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습니다.

오늘로 참사 열흘째. 그사이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6일에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경기소방재난본부 등 6개 기관은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화재 현장에서 산소용접기와 절단기 등을 수거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은 사고 초기와 마찬가지로 불이 건물 지하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이 난 물류창고 건물 지하 1층과 지하 2층이 연결된 구조여서 최초 발화 지점은 오리무중입니다. 화재 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토교통부의 후속 대책 마련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오늘 건설현장의 화재사고 예방과 근원적 대책 마련을 위해 '건설안전 혁신위원회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2기 혁신위원회에는 학계와 공공기관, 노동조합, 시민단체, 업계 등 지난해 발족한 1기 혁신위원외에 건축자재 등 화재사고 전문가도 추가로 투입됐습니다.


■ 국토부 "제2의 이천 참사 없다…창고·공장에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 사용 전면 금지 검토 중"

대규모 화재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후속 대책을 내놨습니다. 100여 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던 2015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이후에는 6층 또는 22m 이상의 건축물 외벽 마감재와 단열재에 난연성능을 적용했습니다. (참고로 난연성능은 700도에서 5분 정도 연소가 지연돼 피난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성능을 말합니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이후에는 3층 또는 9m 이상으로 그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이번 사고와 판박이인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이후에는 3천㎡ 이상의 창고의 내부 마감 재료는 난연성능을 갖추도록 바뀌었습니다. 2014년에는 그 대상을 600㎡ 이상의 창고로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빈틈은 존재했습니다. 외벽과 달리 벽체와 내부 마감재 사이에 설치되는 단열재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던 겁니다.

이에 이번 회의에서는 창고와 공장 등에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의 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안이 검토됐습니다.

샌드위치 패널은 다른 종류의 재료를 샌드위치 모양으로 쌓아 올려 접착한 특수 합판입니다. 일반적으로 표면판은 플라스틱판이나 알루미늄판 등 강도가 큰 재료를 사용합니다. 그 사이에는 종이나 목재, 발포 플라스틱재 등을 삽입해 보온이나 방음 등을 높입니다.

특히 샌드위치 패널 심재로 우레탄폼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우레탄폼은 한번 불이 붙으면 연소가 워낙 빠른 데다 유독가스도 많이 발생해 화재를 키운 요인으로 자주 지목됩니다.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를 비롯해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이 대표적입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 통계를 살펴보면, 샌드위치 패널 구조 건물 화재는 2008년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천 건 이상 발생했습니다. 사망자는 평균 20명 정도로 부상자까지 합친 인명피해는 지난해 231명 등 매년 늘었습니다. 샌드위치 패널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는 연간 1,44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업계는 "난색"·학계 "현실성 낮지만 환영"·국토부 "비용이 안전보다 우선하는 관행 깨겠다"

국토부 건설안전 혁신위원회가 창고와 공장 등에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는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샌드위치 패널을 안 쓰면 공사비를 맞출 수 없다"면서 "금액적으로 최소 배 이상, 많게는 5~6배 차이가 난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통상 창고나 공장은 영세한 건설업체가 짓는다"며 "철골을 세우고 콘크리트를 양생하는 것보다 샌드위치 패널을 붙이는 것이 공사 기간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규출 동원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후 12년 만에 국토부가 아주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면서 일단 환영하는 뜻을 밝혔습니다. 다만 "업계에서 받아드릴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연성 패널도 문제지만 안전관리자 배치 여부도 이번 사고에서 중요한 포인트"라며 "건축자재 기준 강화만 이뤄져서는 안 되고 현장에서의 안전 관리 방안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창고와 공장 등에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 자체는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창고와 공장은 예외로 두고 있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인 '이격 거리'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오늘 회의는 검토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면서도 "업계의 반발이 심하겠지만, 창고와 공장에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은 반드시 법제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비용이 안전보다 우선하는 관행을 깨고 후진국형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도 국토부는 지하 등 환기가 취약한 공간에서는 뿜칠 작업 등으로 유증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도 계획단계부터 시공과정까지 주체별 안전관리의 권한과 역할·책임, 처벌 등을 총괄 규정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도 올 상반기 내에 추진합니다.

정부는 이번 2기 혁신위원회 활동을 통해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수습과 예방대책,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수립해 최종 발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