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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 산불, 이제 한시름은 놨지만 때때로 강한 바람에 잔불이 되살아날까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데요.

역대급 규모로 큰 피해를 남겼지만, 한편에서는 빠른 대처와 진화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소방관들은 물론, 내 일처럼 몸을 던졌던 우리 이웃,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까맣게 그을린 공장 안으로 소방관이 뛰어 들어 갑니다.

아직도 땅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요.

남아있는 잔불정리를 위해섭니다.

[최형석/속초소방서 소방위 : "화재는 진압을 다 했는데요. 연기가 나서 저희가 잔불 정리 하는 거예요. 신고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높은 산은 소방 호스를 끌고 갈 수 없어 물뿌리개로 잔불을 정리합니다.

[이유철/속초소방서 소방교 : "5일 아침쯤에 큰불은 다 진압이 됐고요. 그 이후로는 잔불들 계속 정리 중입니다. 오늘 제가 아침 9시에 출근했는데 지금 출동이 6번째입니다."]

역대급 산불이 할퀴고 지나가도 아직 현장을 지키고 있는 소방관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CCTV 화면이 있죠.

네, 화재 당시 강원도로 향하는 전국에서 모여든 소방차들의 행렬 모습이었는데요.

전국에서 소방인력 3천2백여명이 출동했고, 9백대에 가까운 소방차와 구급대가 동원됐습니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빨리 주불을 잡을 수 있었던 건 그런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최충렬/강원도 고성군 :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냥 쫙 모여서 똑같이 애쓰고 힘써주신 소방관 여러분들 전부 다 정말 고맙죠."]

그리고 또 화제가 된 사진 한 장이 있죠.

바로 LPG 충전소와 주유소를 지키며 밤새 불을 끈 소방관들의 모습인데요.

고성과 속초를 잇는 길목에 있는 LPG 충전소.

충전소 뒤로 불길이 치솟습니다.

[한명수/LPG 충전소 직원 : "저장시설 이잖아요. 이게 폭발하면 속초시내를 완전히 점령해요."]

밤새 주유소 옆을 지키며 불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준 소방관들 덕분에 충전소까지 불길이 번지지 않았습니다.

[한명수/LPG 충전소 직원 : "이리로 넘어오는 불을 소방차가 물을 뿌려주니까 다 잡았죠. 필사적으로 여기 불 들어오는 걸 막은 거예요."]

속초 시내의 또 다른 주유소도 소방관들의 빠른 대처 덕분에 위험한 고비를 넘겼는데요.

주변에 아파트 단지까지 있어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지켰다고 합니다.

[한동일/주유소 관계자 : "한 탱크에 2만 2천 리터가 들어가 있어요. 만약에 불붙으면 전체가 난리가 나버리죠. 위에서 (물을) 쏘고 옆으로 쏘고 해서 여기를 방어를 했다고요. 아주 천만 다행이에요. 불바다 될 뻔했어요."]

이번 산불에선 시민 영웅들의 활약도 빛났는데요.

15가구가 모두 목조주택으로 이뤄진 속초의 한 마을.

산과 바로 붙어있는 집들은 코앞 나무들까지 까맣게 그을렸는데요.

집들은 멀쩡합니다.

[차석동/강원도 속초시 : "저쪽 보니까 벌써 시뻘겋더라고요. 그때부터 물을 뿌리기 시작했어요. 불티가 튀면 잔디라든가 건물에 물기가 축축하게 있으면 쉽게 안 붙을 거 아닙니까. 계속 다음 날 새벽 4시, 4시 반까지 계속 물을 뿌렸어요."]

호스 하나로 마을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집들을 지켜낸 차 씨.

마을 사람들은 차 씨 덕분에 피해가 적었다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유지원/강원도 속초시 : "이집 저집 다니면서 계속 불을 끄고 그래서 이 동네를 구하지 않았나. 우리는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인 가구가 많은 속초 장천마을, 주택 20가구가 모두 전소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마을의 끝자락에 사는 최인옥 아주머니.

불이 난 줄도 모른 채 집 안에 있었는데, 누군가 싸우는 소리에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최인옥/강원도 속초시 : "그날 바람 엄청 불었어요. 그래서 암막 커튼까지 다 쳐놓고 있는데 무슨 소리가 나는 거예요. 옆에서 누가 싸우나 그러고 나왔어요."]

아주머니를 찾아와 대피하라며 소리를 지르고 다닌 건 마을 통장 부부였습니다.

[강인옥/장천마을 통장 아내 : "전화번호도 몰라서 거기로 뛰어가서 문 두드려서 빨리 피신하라고 얘기했죠. 모르고 계신 거예요. 방송도 못 듣고."]

통장 부부는 대피 방송을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직접 대피하라는 전화를 돌린 뒤, 외진 곳에 사는 이웃을 위해선 직접 발로 뛰었습니다.

덕분에 인명 피해 없이 무사했다고 합니다.

이번엔 오토바이를 탄 영웅입니다

불길에 휩싸인 주택가, 속초 시내까지 불이 번지자, 오토바이가 좁은 길 구석구석을 돌며 주민들의 대피를 돕는데요.

연기로 기침이 연신 나지만 멈추지 않습니다.

묶여있던 강아지의 목줄을 풀어주기도 하는데요.

배달 대행 서비스 직원 8명이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새벽까지 주택가를 누빈 겁니다.

[최고운/배달 대행 업체 직원 : "차들이 엄청 막혔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기동성이 좋은 오토바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강아지도 구출해주고 노인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도 대피소까지 모셔다드리게 됐습니다."]

소방 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을 원하는 국민 청원 동의는 2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내 가족 내 일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숨은 영웅들이 자칫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던 재난 극복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