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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 배기가스, 그 가운데 자동차가 정지해 있을 때 엔진을 켜놓는 공회전으로 인한 오염이 상상 이상으로 대기에 위협적입니다.

공회전으로 낭비되는 연료비도 만만치 않은데요.

때로는 막히는 차 안에서 때로는 히터나 에어컨을 틀기 위해 매일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공회전,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을 취재파일이 밝혀봤습니다.

<리포트>

시위 현장 출동을 기다리는 정경 버스가 길가에 세워져 있습니다.

엔진이 켜져 있는 상태, 즉 공회전 상태입니다.

정경들의 점심 식사 시간, 버스는 정경들에겐 식당이나 다름없습니다.

버스는 시위 현장으로 출동이 잦은 정경들에게는 제2의 내무반 같은 곳입니다.

히터나 에어컨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엔진을 켜놓아야 하기 때문에 거의 항상 공회전을 합니다.

<녹취> 전투경찰 : (공회전을 왜 계속 걸어나요?) 예... 온풍기 때문에... (추우니까 아직은?) 네."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에서도 배기가스가 쉴새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가뜩이나 손님이 뚝 끊긴 요즘, 대기 시간이 더 길어져 공회전 시간은 오히려 더 늘었습니다.

<녹취> 신이중(택시기사) : "손님이 없으니까 없다 보니까 빈 택시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빈 택시들이 많잖아요. 좀 더 신속하게 움직이기 위해서 항상 대기상태로 있는 거죠. 시동 켜 놓고..."

불법 주차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출동을 기다리는 견인차, 골목 곳곳을 누비며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차. 이런 쓸데없는 공회전은 오늘도 우리가 매일 숨쉬는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주차 중 공회전 뿐만 아니라 차량 운행 중에 이뤄지는 공회전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천에서 서울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민상 씨.

대중교통이 워낙 불편한데다 업무상 필요해 승용차를 이용합니다.

출근길에만 신호와 정체에 2~30번 정도 멈춰서고, 한 번 서면 1~2분은 보통입니다.

이런 때면 길바닥에 기름을 그냥 버리는 것 같습니다.

<녹취> 김민상(직장인) : "거의 서 있는 시간이 더 많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신호등이 많고요. 서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승용차들은 실제로 공회전을 하루에 얼마나 할까?

취재파일은 출퇴근과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승용차 6대에 각각 공회전 제한 장치를 장착했습니다.

공회전 제한 장치는 신호 대기 등에서 차량이 멈췄을 때 3초가 지나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도록 설정했습니다.

다시 출발할 때는 기어를 중립으로 놓으면 시동이 걸립니다.

공회전 제한 장치에는 총 차량 운행 시간에서 실제로 공회전이 차단된 시간이 기록됩니다.

평소와 똑같은 운행 조건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역시 고속도로보다 시내 주행을 많이 한 차량이 공회전 비율이 2배 이상 높았습니다.

5일 동안 실험에 참가한 6대의 차량의 총 주행거리는 2천7백여 Km, 한 대 평균 4백6십여 Km, 총 주행시간은 53시간입니다.

이 가운데 공회전이 차단된 시간은 모두 9시간 20분 정도입니다.

만약 공회전 제한 장치를 달지 않았다면 쓸데없이 9시간 넘게 공회전을 했어야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시간 동안 승용차를 운행한다면 평균적으로 10분 정도는 공회전을 하며 연료를 소모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차량 하루 평균 운행 거리인 55Km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균적으로 승용차들은 하루에 20분 정도는 공회전을 하는 셈입니다.

<녹취> 김민상(운전자) : "주유소에서 10원, 20원 올라가는 것도 굉장히 유심히 쳐다보는데요. 이렇게 공회전하게 되면 제가 아꼈던 10원, 20원이 공회전하는 비용으로 다 나간다는게 굉장히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회전할 때 연료가 얼마만큼 소모되고 배기가스가 얼마나 배출될까?

취재파일은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과 함께 차량 3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봤습니다.

실험 결과 똑같은 조건에서 공회전을 할 때 대형차는 소형차에 비해 27% 배기가스를 더 많이 배출했고 그 만큼 소모되는 연료량도 많았습니다.

또 똑같은 공회전 상태라도 에어컨을 켜놓았을 때 대형은 61%, 소형은 60%, 경차는 34%정도 배기가스량이 늘어났고 연료소모량도 그만큼 늘었습니다.

특히, 자동차를 밤새 주차장에 세워뒀다가 엔진이 차가운 상태에서 이뤄지는 공회전, 즉 냉간 시 공회전 상태에서는 50%이상 배기가스량이 늘었고 연료가 그만큼 더 소모됐습니다.

<녹취> 이종태(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 : "일반적으로 냉간 시에 차 전체적으로 엔진 온도가 낮다 보니까 빠르게 정상 상태로 복귀하기 위해서 연료가 과하게 들어간다든지 조건이 과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이 때 공회전 하게 되면 더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거 같습니다."

실험 결과 차량 한 대가 공회전할 때 평균적으로 10분에 200ml 정도의 연료가 소모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따라서 승용차 1대의 하루 평균 공회전 시간이 20분 정도임을 감안하면 차량 한대가 하루에 4백ml, 한 달이면 12리터를 쓸모없이 공회전으로 소모하는 셈입니다.

한달 2만 원 정도, 1년으로 보면 휘발유 140여 리터, 24만 원 정도를 차량 한 대가 낭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승용차 보유대수, 천만 대를 기준으로 본다면 연간 2조4천억 원 이상을 공회전으로 날려버리는 셈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1년에 이산화탄소 3백만 톤 이상이 공회전으로 배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소나무 4천2백만 그루를 심어야 흡수할 수 있는 양입니다.

<녹취> 이광표((주)이룸 이사) : "제작사에서 연비 높은 차량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비용적으로 한계에 부딪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친환경 운전을 통해 연비(상승)효과를 누릴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회전으로 낭비되는 연료를 줄일 방법은 무엇일까?

노후된 차량에 대해 공회전 시 배기가스 검사를 해봤습니다.

검사 결과 불합격입니다.

공기필터를 털어주고 부품의 먼지를 닦아주는 등 간단한 점검만 하고 난 뒤 다시 검사를 해봤습니다.

배기가스량이 크게 줄어들어 합격 수치가 나옵니다.

불필요한 공회전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간단한 차량 관리만 해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녹취> 이종태(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 : "정비에 의해서 에어컨이나 점화 플러그 교환이나 일상적인 점검에 의해서도 오염 물질 줄일 수 있고 연비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공회전을 줄이는 가장 적극적인 방안은 근본적으로 공회전을 차단하는 제한 장치를 장착하는 것입니다.

버스가 적신호에서 멈춰서자 엔진은 자동으로 정지합니다.

<녹취> 박돈희(버스기사) : "승객 여러분 지금 시동이 꺼졌는데요. 절감 장치를 달아서 시동이 꺼져 있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막히는 구간인 서울 송파에서 강남을 거쳐 여의도까지 가는 이 버스에는 공회전 제한 장치가 장착됐습니다.

처음에는 고장이나 운전 미숙으로 오해했던 승객들도 이제는 익숙합니다.

<녹취> 송강자(승객) : "이 차는 시동이 왜 꺼졌지 이렇게 느낄 때가 있었어요. 그랬는데 그 다음에 이 차를 또 탔을 때 기사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서울시내 버스 7천6백여 대 가운데 9백5십여 대에 이처럼 공회전 제한 장치가 장착됐습니다.

이를 통해 평균적으로 연료비가 10% 정도, 전체적으로 한 달에 1억 원 정도가 절약됩니다.

시행초기에는 기사들의 참여율이 저조했지만 이제는 정착 단계입니다.

<녹취> 박돈희(버스기사) : "지금 불편한 것도 없어요. 습관이 되니까 신호 봐서 신호대기 어느 정도 클러치 밟으면 시동이 걸리니까..."

올해도 추가적으로 천 대 정도의 버스에 공회전 제한 장치가 장착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시동을 자주 걸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차량 내구성의 문제에 대해 자동차 제작사의 보완이 시급합니다.

<녹취> 송윤락(서울시 대기관리팀 팀장) : "제작사인 현대 자동차나 대우 자동차하고 계속 협의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2011년 정도 되면 현대차에서 아예 처음부터 장착돼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공회전 규제 정책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차량 안에서 장시간 대기가 잦은 택시, 화물차, 렉카차나 정경버스 등 공회전 많은 차량들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사실상 아무런 규제가 없습니다.

차량이 정지해 있을 때 히터나 에어컨을 사용할 목적으로 쓸데없이 공회전 할 필요 없이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냉난방을 할 수 있는 차량 장치 등이 이미 개발돼 있습니다.

연료비는 기존에 비해 10분의1이면 충분하고 그 만큼 대기 오염도 크게 줄어듭니다.

<녹취> "뜨겁게 가열이 된 다음에 운전선 쪽으로 실내로 따뜻한 공기가 나오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이 드는 이런 친환경 장치들을 스스로 달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10년 전부터 이미 공회전 저감 정책을 시작한 일본도 운행량이 많은 차량에 대해서는 공회전 제한 장치 장착을 의무화했습니다.

또 각종 경제적 혜택을 통해 친환경 장치 부착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런 정책들을 통해 배기가스 저감과 에너지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습니다.

또 급가속과 급출발을 자제하는 친환경 운전에 대한 인식까지 확산되면서 교통사고를 줄이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거두고 있습니다.

<녹취> 임기상(자동시민연합 대표) : "공회전 마일리지 제도라고 해서 장치를 부착해서 공회전 시간만큼 소비자에게 바이백 해주는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주면 좋은 것 같아요. 일정 포인트가 되면 장치 값을 돌려준다든지 그 이상이 되면 공영주차장이라든지 고속도로 통행료라든지..."

우리도 이제는 소극적인 환경 정책에서 벗어나 대기환경에 좋은 것이 곧 운전자 자신에게도 실질적인 이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환경과 운전자 윈-윈 정책에 새롭게 시동을 걸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