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습니다”…2선후퇴 개국공신_더 나은 포커를 하기 위한 팁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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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국공신 [開國功臣]

개국공신, '나라를 세우는 데 왕을 도와 공이 많았던 사람에게 내린 칭호 또는 그 칭호를 받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부터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까지 인선이 차례로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선 선거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던 '준비된 대통령, 든든한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준비된 모습으로 빠르게 정권을 인수해 나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인선이 차례차례 이뤄지면서 후보 인물군에 대한 하마평이 오르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아마도 세간에서 평가하는 문재인 정부 출범의 '개국공신'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합을 강조하면 이른바 '친문' 직계 인사보다는 다양한 인사들을 중용하는 사이 이들은 반복해서 이름만 거론될 뿐, 임명되지 않았다. 물론 아직 임명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9년여 만의 정권교체. 두 번의 도전 끝에 이뤄낸 정권교체. 정확히 일주일 전 누구보다 감격했을 개국공신들에게, 지난 일주일은 어땠을까? 그 답을 오늘 개국공신으로 꼽히는 몇몇 인사들이 밝혔다. 행복보다는 부담과 고민, 떠나야 한다는 아픔, 그리고 정권의 미래를 향한 축복이었다.

양정철 前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2011년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
2. 대선승리를 이끈 '음지의 그림자' 양정철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끊임없이 이름이 거론된 측근 3인방이 있다. 이른바 '3철'이라고 불리는 이호철, 전해철, 양정철, 세 사람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정치판을 떠나 있었다. 전해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으로서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의중을 민주당에 전하는 첨병이 됐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3철 가운데 단연 주목받은 건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었다.

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양정철 전 비서관을 가리켜 '대선판의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문재인 당시 후보의 복심으로 불렸고, 전략가이자 실무까지 담당한 그였다. 정확히는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 그의 직함이었지만 그의 역할과 노력, 영향력은 그 이상이었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수많은 하마평 속에 어떤 요직에 앉을지 관심이 모아졌던 양정철 전 비서관은 오늘 장문의 메시지를 지인과 기자들에게 보냈다. 새 정부에서 어떤 임명직 공직도 맡지 않는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고민을, 그리고 당부를 담은 글이기에 기자의 글로 옮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전문을 싣는다.

<양정철 전 비서관 메시지 전문>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참, 멀리 왔습니다.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는 틀이 짜일 때까지만 소임을 다 하면 제발 면탈시켜 달라는 청을 처음부터 드렸습니다. 그 분과의 눈물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합니다. 저에게 갖고 계신 과분한 관심을 거둬달라는 뜻에서, 언론인들에게 주제 넘은 이별인사를 드립니다.

오래 전 그 날, 그 분을 모시고 신세계 개척을 향한 긴 항해에 나섰습니다. 풍랑과 폭풍우를 묵묵히 헤쳐온 긴 여정 동안 그 분은 항상 강했습니다. 당당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그 분에게서 단 한 번도 비겁하거나 누추한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분 곁에 늘 함께 한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습니다. 머나먼 항해는 끝났습니다. 비워야 채워지고,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합니다. 그 분이 정권교체를 이뤄주신 것으로 제 꿈은 달성된 것이기에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간곡한 당부 하나 드립니다. 우리는 저들과 다릅니다.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맸지 자리를 탐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비선이 아니라 묵묵히 도왔을 뿐입니다.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 괴로운 공격이었습니다.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 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랍니다. 비선도 없습니다. 그 분의 머리와 가슴은 이미 오래 전, 새로운 구상과 포부로 가득 차 있습니다.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입니다.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3. 최재성 전 의원, "인재도 넘치니 비켜 있어도 무리가 없습니다."

양정철 전 비서관과 비슷한 고민을 짊어진 사람은 민주당 최재성 전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최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015년 당 사무총장과 총무본부장을 지낸 대표적 '친문' 인사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해 인재영입 작업을 총괄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종합상황본부 1실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인재 영입을 책임졌다.

이때문에 새 정부 들어 최 전 의원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렸다. 특히, 인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추미애 대표가 청와대 정무수석에 김민석 전 의원과 최 전 의원을 천거해 인선이 미뤄지고 있다는 풍문까지 돌았다.

최 전 의원이 적지 않은 심적 부담을 느꼈을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최 전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담담히 자신의 상황과 입장을 전했다. 그의 선택도 양 전 비서관의 선택과 다르지 않았다.

<최재성 전 의원 SNS 글 전문>


권력을 운용할 때 적합한 사람이 있고 권력을 만들 때 적합한 사람이 있습니다.
순항할 때 필요한 사람이 있고 위기일 때 필요한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고 무엇인가를 계획해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맞습니다

국민의 정부,참여정부 시절 인재가 없어서 전 정권 출신 인사를 중용했었습니다. 특히 외교 안보 경제가 그랬습니다. 반기문 전 총장의 경우는 민주정부 1,2기에 걸쳐 중용됐던 경우입니다. 문재인 당대표 시절부터 이번 대선에 이르기까지 영입하고 발굴하고 몰려서 인재가 차고 넘칩니다. 오히려 외교안보 경제분야의 경쟁은 다른 분야를 능가할 정도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권력을 만들 때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순항할 때보다는 어려울 때 더 의지가 일어나는 편입니다.지금보다 앞으로를 꿈꾸는 것을 좋아합니다.인재도 넘치니 비켜 있어도 무리가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문재인정부의 성공은 문재인대통령 개인의 성공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의 전제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걱정되는 일, 언젠가 올 어려움을 막거나 대비하는 일을 생각합니다.

대통령에게 신세지는 것은 국민께 신세지는 것인데 정권교체 과정 과정에서 국민께 진 신세를 조금이라도 갚는 일을 택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대통령께도 선거에서 이기는 일 외에는 제 거취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그 후 어떤 말씀을 하시길래 꼬박 이틀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정치인에게 있어서 정치적이고 권력적인 일은 대통령의 배려보다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옳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정치를 그만 두기 전에는 말입니다.

인재가 넘치니 원래 있던 한 명쯤은 빈 손으로 있는 것도 괜찮다고 제 마음을 드렸습니다. 국민들께 신세 갚는 작은 시작을 그렇게라도 해야겠습니다. 정권교체를 위해 열심이셨던 분들과 지리산 아랫자락 모습 나눕니다.

이런 저런 하마평과 여러분의 궁금함에도 답하는 글이 되었으면 해서 올립니다.

美 정부대표단 청와대 방문(16일) 매튜 포틴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
4. 문재인 대통령, '성공한 정부'로 보답해야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아직은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높은 국정 운영 기대감이 보여주듯 높넓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세상이 달라졌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자평도 나오고, "'허니문 기간' 덕분"이라는 다소 박한 평가도 나온다.

이제 앞으로의 선택도 그리고 책임도, 부담도, 그 성과까지도 문재인 대통령의 몫이다. 그리고 '개국공신'들이 떠난 빈자리를 채울 또 다른 인사들도 그 과정을 함께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향해 전력 질주하고도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떠난 '개국공신'을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5년 뒤 '성공한 정부'라는 성과를 일궈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공한 정부'의 열매는 국민에게도 과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