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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다시 북한으로 건너간 탈북민 김 모 씨의 탈출 경로와 행적, 당시 경계태세에 대한 군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월북 준비부터 북한 도착까지

북한 개성시 개풍군에 거주하다 2017년 6월 김포를 통해 월남한 김 씨는 성폭행 혐의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이 조여오자 치밀하게 월북을 준비합니다.

●7월 17일 오후 6시 25분~7시 40분 : 교동도와 강화도 한강 변 도로 방문. 사전에 지형 정찰한 것으로 추정
●7월 18일 새벽 2시 18분~23분 : 택시로 한강 하구와 맞닿은 강화도 연미정 도착해 정자로 올라가. 소초 위병소 CCTV로 확인
●2시 34분 : 연미정 소초 인근 배수로 방향으로 이동. 소초 위병소 CCTV에 촬영됨
●2시 46분 : 배수로 통과해 한강으로 입수한 것으로 추정
●2시 46분~새벽 4시 : 조류 이용해 헤엄쳐 이동. 4시쯤 한강 변 북한 쪽 도착


북한의 보도가 나온 7월 26일 현장 조사에 나선 당국은 오후 6시 15분쯤 배수로 입구 쪽에서 김 씨의 가방을 발견합니다. 안에는 김 씨 명의의 통장과 비닐 랩, 성경책, 구급 약품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감시 장비에 7번 포착…배수로 장애물 무사통과

배수로엔 철근이 10개, 굵은 철기둥이 4개가 장애물로 설치돼 있었지만 낡았고 일부 훼손된 상태라 김씨가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바깥쪽에 동그란 철조망도 단단히 설치되지 않아 옆으로 밀고 통과가 가능했고 여기를 지나면 바로 한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입니다. 군은 평소 순찰을 할 때 철망을 중점적으로 본다며 배수로에 대해선 그동안 관리가 안 됐다고 인정했습니다.

김 씨가 통과한 배수로
합참은 김씨가 한강을 건널 때와 북한 쪽 강변에 도착해 이동하는 모습이 군 감시 카메라에 5번, 열영상 장비에 2번, 모두 7차례 포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당시에 인지하지 못했고, 조사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녹화 영상을 여러 차례 반복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연미정 TOD 영상 저장 안 된 부분 있어.

조사 과정에서 연미정 소초 TOD 영상이 하필 그 시간대에 저장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북한의 보도로 월북 사실을 알기 전인 7월 23일 녹화 장애가 발생했는데 해결 과정에서 당시 담당자가 저장용량 문제로 판단해 이전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는 겁니다. 군은 고의성이나 은폐 시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 조사했는데 진실 반응이 나왔고 당시 상황실 CCTV에도 평상시처럼 근무하고 있어 고의성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군은 민간 업체까지 동원해 영상 복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장비의 케이블이나 전송프로그램 오류라는 게 군의 판단입니다.

드러난 허점들…"경계 실패"

군은 과학화 경계체계를 통해 전방 지역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TOD와 중거리 감시카메라, 근거리 감시카메라, 철책 설치 감지 시스템 등을 운영합니다. 합참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오면 대부분 감시 장비로 파악할 수 있도록조처돼 있지만, 강을 통해 북으로 올라가는 건 당시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당시 녹화 영상에는 어둡고 통나무나 스티로폼으로 추정되는 부유물도 많은데 그사이에 떠 있는 김 씨를 식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김씨가 택시에서 내렸을 때부터 제대로 관찰했다면, 그리고 배수구 걸림돌이 제대로 돼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김씨가 택시에서 내렸을 때 불빛을 본 근무병은 새벽 시간에도 마을 주민들이 간혹 택시에서 내리기 때문에 특이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배수로 장애물은 맨 우측에 철근이 없어 통과할 수 있었는데 장기간 관리되지 않다 보니 발견도, 수리도 못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침서상에는 하루에 두 번 점검하도록 나와 있지만, 현장에서 안 하고 있던 점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전 부대 일제점검…사단장 보직 해임

합참은 감시 장비 운용 요원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교육을 강화하고, 전 부대의 수문과 배수로를 일제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장애물이 제 기능을 하는지 살피고 점검이 쉽도록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에 장애물을 보강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번 일이 발생한 강화도처럼 철책이나 북한으로 이어지는 지점이면서 민간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장애물을 보강하고 순찰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지휘책임이 있는 해병대 사령관과 수도군단장은 엄중 경고하고 해병 2사단장 보직 해임을 포함해 지휘책임 직위에 있는 사람들과 임무 수행상 잘못이 있는 사람들은 징계위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비숙련, 적은 병력…근본 대책 세워야

군은 잘못했습니다. 접경 지역이 뚫렸고, 군도 경계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올봄 태안에 밀입국 보트가 들어온 것도 당시에 식별해 막지 못했고 이번에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때마다 대책을 세우고 경계를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이 지역 경계를 맡은 건 해병대 1개 사단입니다. 해병 2사단은 강화도, 교동도를 비롯해 한강 하구 쪽 250km 정도를 책임집니다. 육군 11개 사단이 지키는 휴전선의 길이가 250km입니다.


청년 인구도 줄고, 군 복무기간도 단축돼 경계 병력을 늘릴 수도 없습니다. 복무 시기가 줄면 감시 장비를 보고 있는 병의 숙련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접경지역 경계를 강화한다며 통행을 강력히 제한하는 것 또한 지역 주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합니다.

그래서 군은 각종 감시 장비를 동원한 과학화 경계체계로 보완한다지만 태안 밀입국 보트와 이번 사례를 통해 드러나듯 영상이 포착돼도 바로 식별해내는 게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경계가 뚫리는 게 정당화될 순 없습니다. 밀입국을 시도하는 중국인, 유사시 우리 쪽으로 침투해 올 적은 항상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올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