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했어요” 말했더니 연락 ‘뚝’…버려진 아이들_지형 보조원의 수입은 얼마입니까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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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아빠와 필리핀 엄마 사이에 태어나 필리핀에 살고 있는 혼혈 아이들을, 코피노(KOPINO)라고 부르죠.

한국 아빠들이 아이들을 버리고 한국으로 귀국해 많은 지탄을 받기도 했는데, KBS 취재 결과 우리나라에도 이런 처지의 아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국적도, 비자도 없이 마치 '유령'처럼 살고 있는 '한국판 코피노'의 실태, 먼저, 최혜림 기자입니다.

[리포트]

승훈이(가명)는 지난 2월이 첫 돌이었습니다.

아빠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바이바이~ (빠빠!) 아빠 없어."]

필리핀인 엄마가 승훈이를 가진 지 한 달 만에, 한국인 아빠는 종적을 감췄습니다.

[A 씨/필리핀 국적 미혼모 : "병원 첫 검사 갔을 때 같이 가고, 첫 달에도 같이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 안 되고 전화해도 거부하고..."]

승훈이 엄마는 한국 생활 3년째인 2021년, 한국 남성과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결혼 얘기까지 오갔습니다.

[A 씨/필리핀 국적 미혼모 : "일 마치면 매일 아이 아빠 집에서 자고...결혼하면 비자 받을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러나 임신 사실을 알리자 남성은 집을 옮기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아이 사진을 보냈지만 답은 없었습니다.

아빠 없이 태어난 승훈이는 한국 국적이 없어, 기본적인 복지 혜택도 받기 어렵습니다.

[A 씨/필리핀 국적 미혼모 : "(승훈이가) 아토피 질환이 있는데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가요. 우윳값이라도 벌고 싶어서 잠깐 주점에 일하러 갔는데 그날 밤에 경찰관이 들어와서 단속했어요."]

3살 딸을 혼자 키우는 이 필리핀 여성도 같은 처지입니다.

소개로 만난 한국 남성과 짧게 동거했는데, 남성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니 아이를 버리라고 요구했습니다.

[B 씨/필리핀 국적 미혼모 : "아이 아빠는 ○○을 버리라고 했어요. 제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했고, 유전자 검사까지 해서 친자 확인을 받았습니다.

[B 씨/필리핀 국적 미혼모 : "소송 전후로 계속 연락했는데 전화 받지 않았어요."]

KBS는 같은 처지인 엄마 6명, 아이 7명을 만났습니다.

엄마들 국적은 필리핀(4명), 베트남(1명), 몽골(1명).

살고 있는 곳은 전국에 걸쳐 있습니다.

국적도 거주지도 다르지만, 이역만리인 한국에서 아이와 함께 버려졌다는 그 충격은 차이가 없었습니다.

[C 씨/베트남 국적 미혼모 : "(본국의) 가족이 (알까봐) 무서운 점이 제일 어려워요. (부모님은) 그냥 조금 한국 생활만 하는 줄 (알고 계세요)."]

[D 씨/필리핀 국적 미혼모 : "매일 먹을 것 어디서 구해야 하나, 아이 우유, 기저귀 어디서 얻어야 하나."]

[E 씨/몽골 국적 미혼모 : "혼자 마음도 너무 아프고 약하고, 약해지고, 애들도 보면 불쌍하고."]

[F 씨/필리핀 국적 미혼모 : "아이 아빠는 아직도 아이의 국적을 신청하지 않았어요. 다음 주에 해줄게(라고만 했어요)."]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조창훈/그래픽:김지훈 박미주